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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투브 채널이 망했다

3 유투버와 나락 - 구독자 155명 유투버의 성장일기

by 이진우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겪는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다루는 에세이입니다.


나락

대형 유투버가 되면 겪게 되는 위기를 우리는 '나락갔다'라고 표현한다. '누가누가 나락 갔대' 라고 하는 이야기는 출근 후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십거리다. 연애인들이야기도 많았는데 요즘은 유투버까지 나락 썰을 할 수 있으니 가십거리가 쏠쏠하다. 나도 나락으로 가는 유투버를 많이 보았다. 예전 캠핑 유투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을 때, 재밌게 보았던 한 여성 솔로 유투버가 있었다. 여성 혼자 텐트를 어찌나 능숙하게 치고, 밥도 항상 많이 해서 와구와구 잘 먹고, 얼굴을 공개하는 유투버는 아니었지만 꽤 재미있게 봤었다. 그런데 그 유투버가 갑자기 채널을 닫고 잠적했다. 알고 봤더니 솔로 유투버인데 남자 친구랑 그동안 캠핑을 같이 했고, 캠핑장에서 잠을 자지 않고 인근 숙박업소에서 잤으며 아침에 일어난 척 찍기만 했다는 것이다. 구독자들은 자신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인터넷 기사에도 자그만하게 나는 등, 당시 몇 안 되는 여성 캠퍼 였기 때문에 구독자들에게는 큰 사건인듯 했다. 그렇게 그녀는 잊혀져 가는 듯 했다.

이 유투버는 몇달 뒤 이 유투버는 다른 닉네임으로 채널을 만들어 비슷한 컨셉의 캠핑을 다시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악플을 계속해서 달았고 그녀는 견디지 못 한 듯 했다. 그렇게 그녀는 유투브계에서 소리 없이 잊혀져 갔다.

최근 대형 유투버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얼마전 위트있는 입답으로 유명한 '오킹'이라는 유투버는 개인 코인 투자와 관련하여 시청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이나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나락으로 떨어져 복귀마저 불투명하다. 또한 '고기 남자'가 한 팬으로 부터 받은 DM에 '답없어도 지랄 금지'라고 한 것이 인성논란이 되어 큰 논란을 일으켰고, 유투버 '곽튜브'는 학폭 피해자의 한명인 자신이 아무런 근거 없이 학폭 가해로 의심 되는 여성 연애인을 본인 유투브에 출연 시키고 학폭 사실을 용서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또한 과거에 한 헬스 유투버는 '학폭'의 주도자로 발각이 되어 실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락으로 가는 이유

나락으로 가는 이유는 다양했다. 부정적인 이득 취득, 학폭, 인성논란 등, 예전에는 유투브 판에서 뒷광고 논란이 있어 대형 먹방 유투버인 '쯔양' 조차도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잃어 잠재적으로 채널의 복귀조차 불투명해질 뿐더러 대형 유투버 일수록 얼굴이 알려진 이상 다른 일을 하기 힘들다는 데 있지 않을까.


나락 = 악플

악플을 받아 보았는가? 이런 SNS를 하면서 악플은 반드시 받게 되어 있다. 악플러들은 (미안하지만) 상식이 없다. 아무런 이유가 없이 크리에이터를 까내린다. 물론 정당한 악플러들도 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생각하는 착실한 사람이라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좋게 좋게 완곡하게 표현해 줄 수도 있다.

나도 구독자 30명일 때 악플을 받았다. 지금도 자가다도 벌떡 일어나는 단 두글자. '노잼'. 에이 그게 뭐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유투브 초심자에게는 아주 큰 사건이다. '이 댓글 보고 다른 사람이 내 영상을 더이상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내 유투브 인생인 여기서 끝이야', '직장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어쩌지?' 같은 일어나지 않을 상황들로 머릿 속이 가득 차고, 가슴도 두근두근 한다. 일반인들은 이 악플로 인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악플은 받아 봐야 안다.


신사의 나라

표현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내 영상 초반 부, 나의 영상은 흔들림을 인지하지 못 해 꽤나 흔들렸다. 나 조차도 흔들려서 내 영상을 보기 힘들었다. 가령 영상이 흔들려서 너무나도 보기 힘든 영상이다. 도저히 못 참겠다. 한마디 하고 싶다. 당신은 어떤 표현을 할 수 있을까?  

 ①'야 인간아 영상을 이따위로 찍어?'

 ② '아 영상 흔들려서 도저히 못 보겠네' 

③ '재밌게 봤어요. 영상이 조금 흔들리네요. 다음에는 안정적인 영상 기대할게요~'

다음 중 당신이 단 댓글은 무엇인가? 솔직히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말도 없이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지 않을까?

1번 같은 댓글은 사실 흔하지는 않은 경우고 2번 같은 경우는 뇌를 거치지 않은 발언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서 서로서로 기분 좋은 대화를 한다면 3번 같은 사람이 정상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유투브 판에는 2번 같은 사람이 보통이고 1같은 사람이 종종 있으며 3같은 사람은 대천사로 간혹 어쩌다 만난다.


유투버의 인격과 인성

팬이 레시피를 묻고 답이 없자 재촉한 DM을 한 팬에게 '답장 재촉 지랄마'라고 답한 유투버의 언행에 약간의 연민이 느껴지긴한다. 유투브를 하다 보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수 없이 같은 질문을 받기도 하고 어떨 때는 답장을 하고도 감사합니다 인사 조차 받지 못 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일을 겪다 보면 사람이 지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 행동이 잘 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다 못해 여행 유투버 1인자 빠니보틀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요즘 좀 좆 같습니다'. 200만 유투버인 그에게도 컨텐츠를 이렇게 하라, 거기선 이렇게 했어야지 하고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있단다. 200만 유투버도 그런 댓글들은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가 되나 보다. 대형 유투버 댓글 창은 댓글이 많아서 묻히기라도 하지. 나 같은 우주 속 먼지 같은 채널에는 댓글도 달리지 않아 눈에 너무 띈다. 볼 때마다 상처가 되서 쿡쿡 찌른다.


유투브와 나락

이야기가 옆으로 샌김은 있지만 유투버는 나를 찾아 와주는 구독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 컨텐츠를 구성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이런 과정은 오롯이 나의 몫이지만 내 영상을 봐 주는 것 또한 시간을 내서 여러 영상 중에서 선별하고, 시청하고, 웃고 그런 과정은 오롯이 시청자의 몫이다. 반면 빠니보틀은 구독자의 DM에 인생 패배자 새끼 같은 원색적인 욕설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행동에 어떤 정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독자 155명 채널의 나락

나도 언젠가는 나락으로 가지 않을까? 내 유투브 채널의 끝은 어디고 목표는 어디 일까? 그런 의문이 있기는 하지만 우선은 조금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데 중점을 둘 시점 인 것 같다. 그렇지만 대형 유투버의 자리에 있기 위해서?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꼭 인지 해야 할 것이 바로 나락이긴 하지만 평소에 인성과 감사하는 마음, 타인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바른 마음 가짐,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이런 글 썼다고 나락 가는거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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