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이야기
아이가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꿈을 돕는 엄마의 기록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듯이, 집에서는 본격적으로 프로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맡아 시작합니다.
3학년이 빠져나가고, 1, 2학년으로 구성된 팀으로 두 번째 시합에 나간다. 이번에는 경상남도 고성에서 하는 스토브리그이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s)란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에 모여서 하는 경기를 말한다. 야구에서 비롯된 용어라고 하는데, 지금은 다른 스포츠 경기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첫 번째 시합은 월요일 아침 10시 경기이다. 일요일에 점심 먹고 이동했다. 고성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숙소에 짐을 풀고 고성 국민체육센터로 왔다. 이미 침산중학교와 춘천중학교가 와서 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한쪽에서 몸 풀기 시작했다.
오늘은 부모님 중에서 혼자 따라왔다. 다른 부모님 없이 혼자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평일에 쉴 수 있는 직장이어서 감사하다. 수요일 오후 경기까지 보고 올라갈 예정이다. 아이들 챙기고, 연습할 물건 챙기고, 운전하고, 아이들이 연습하는 시간에 잠시 쉰다.
연습하면서 흘린 땀이 수영장 몇 십 개는 되겠고, 뛴 거리는 지구 몇 바퀴는 되겠고, 공을 던진 횟수가 수십만 번은 되겠다. 그렇게 수년을 해야 그중 소수의 아이만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속이 뜨거워진다. 이 아이들이 모두 프로농구 선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노력한 게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을 하든 잘 할 것이다.
2025.11.10.(월) 첫째 날.
7시에 방문을 두드려 아이들을 깨웠다. 벌써 일어난 아이들도 있고 여러 번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토닥이며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콩나물국밥. 잘 먹히지 않는다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먹은 아이들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 간식을 준비해 나눠줬다. 먹는 힘으로 경기를 뛸 수 있을 테니까. 후보선수가 없어 교체해 줄 수 없는데, 든든하게 먹고 체력 떨어지지 않고 버티길 바라는 마음으로.
10:00-11:00 고성군 국민체육센터 군산중학교:안남중학교 66:81 (1패)
우리 아이들은 2학년 2명, 1학년 4명으로 총 6명. 안남중학교는 총 15명인데, 한 명이 손을 다쳤나 보다. 한 공간에 네 개의 중학교 농구팀이 연습을 하는데, 볼만했다. 목소리도 우렁차서 자꾸 쳐다봤다. 우리 아이들은 구호를 잘 외치지 않는다. 수줍어서일까, 왜 그럴까.
아이는 1 쿼터 경기가 시작된 지 7분 만에 교체되었다. 2 쿼터에서는 3분 만에 교체되었다. "부딪히면 넘어지면 되잖아.", "왜 그렇게 의기소침하게 뛰어다녀 인마.", "버텨." 코치님께서 매번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아이는 부딪히는 게 두려운가 보다. 어릴 때부터의 성격이다. 조심하고, 자주 움찔하고, 몸싸움의 순간에 멀찍이 물러난다.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극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쿼터와 쿼터 사이에 잠깐 동안의 쉬는 시간. 과연 쉬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안남중학교는 쉬는 시간에도 절박하게 연습을 한다. 그게 맞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감독님께 여쭤봐야겠다.
1 쿼터 22:18, 2 쿼터 43:44, 3 쿼터 47:54, 4 쿼터 66:81. 뒷심이 부족했다. 아이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게 눈에 보였다. 집중력이 떨어진 순간 상대는 치고 들어와 우리의 공을 낚아챘다.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데, 아이들은 정신을 놓았고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막판에 몇 분 남지 않았는데 15점을 내어줬다.
아이들은 점심 먹은 후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쉬도록 했다. 지난밤에 늦게 자서 잠이 부족했는지 낮잠을 2~3시간 푹 자고 일어나 오후 4시쯤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두 번째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성성중학교(천안)와 한다. 경기 시작 전 오전 경기에서 손가락을 삔 두 아이에게 약을 발라주고, 한 아이는 붕대를 새로 감아줄 것이다. 다쳐도 뛰어야 하고, 이 정도 다치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파스 뿌리고 붕대 감고 뛰어야 한다.
18:00-19:30 고성군 국민체육센터 군산중학교:성성중학교 74:72 (1승 1패)
성성중학교는 총 8명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낮잠도 푹 잤겠다, 햄버거와 간식을 먹어서 배도 든든하겠다, 안정된 상태였다. 1 쿼터는 13:12, 2 쿼터는 35:29, 3 쿼터는 59:45. 이때까지만 해도 왠지 느낌이 좋았다. 우리 아이들은 확실히 오후에 몸이 더 가볍고 잘 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 쿼터에서 무너졌다. 급작스럽게 아이들의 몸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20점을 내어주었다. (오 마이갓.) 음... 할 말을 잃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아이는 코치님께 비슷한 지적을 당했다. "블로킹당하라고!" 많이 혼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지점이다. 열심히 했는데도 졌다면 칭찬받았을 텐데.. 이겼지만 엄청 혼났다. "이기면 뭐해요. 경기를 저렇게 하는데." 맞는 말씀이시다. 백번 동의합니다.
경기 후 저녁 풍경
경기가 늦게 끝났다. 바로 코치님께서 정해주신 식당으로 갔다. 저녁 메뉴는 제육볶음이었는데, 음, 이 맛은 뭘까. 싸구려 조미료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제육볶음이 이렇게 맛없기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인데, 반도 안 먹었다. 계란말이와 햄도 있었는데 너무 차가웠다. 결국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없었다. (이건 반찬투정이 아니다.) 운동 마친 후에는 밥을 두세 그릇씩 먹는 아이들인데 한 그릇을 겨우 먹었다. 경기 뛰고 나서 배고플 텐데... 내일은 용기 내서 식당을 바꾸자고 말씀드려야겠다.
휴대폰은 첫날밤 10시에 모두 걷어서 내 방에 두었다. 경기가 끝나는 토요일까지, 감독님의 특별한 허락이 없으면 아이들은 휴대폰을 할 수 없다. 휴대폰이 없으니 텔레비전 리모컨에 집착한다. 리모컨도 밤 10시에 모두 걷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나눠준다. 오늘은 밤 8시부터 9시까지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셨다. 아이들이 빨래를 내놓을 생각도 안 하고 신나서 휴대폰 빨리 달라고 야단이었다. 빨래를 9시에 시작해서... 나는 아이들이 잠들고 한참 후인 12시에야 마치고 잘 수 있었다. 하루 15시간, 운동선수 아이들 뒷바라지하는 엄마의 하루는 참 길다.
2025년 고성 스토브리그(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