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성 스토브리그(1)

첫째 날 이야기

by 초록노동자


아이가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꿈을 돕는 엄마의 기록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듯이, 집에서는 본격적으로 프로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맡아 시작합니다.






3학년이 빠져나가고, 1, 2학년으로 구성된 팀으로 두 번째 시합에 나간다. 이번에는 경상남도 고성에서 하는 스토브리그이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s)란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에 모여서 하는 경기를 말한다. 야구에서 비롯된 용어라고 하는데, 지금은 다른 스포츠 경기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첫 번째 시합은 월요일 아침 10시 경기이다. 일요일에 점심 먹고 이동했다. 고성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숙소에 짐을 풀고 고성 국민체육센터로 왔다. 이미 침산중학교와 춘천중학교가 와서 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한쪽에서 몸 풀기 시작했다.





오늘은 부모님 중에서 혼자 따라왔다. 다른 부모님 없이 혼자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평일에 쉴 수 있는 직장이어서 감사하다. 수요일 오후 경기까지 보고 올라갈 예정이다. 아이들 챙기고, 연습할 물건 챙기고, 운전하고, 아이들이 연습하는 시간에 잠시 쉰다.


연습하면서 흘린 땀이 수영장 몇 십 개는 되겠고, 뛴 거리는 지구 몇 바퀴는 되겠고, 공을 던진 횟수가 수십만 번은 되겠다. 그렇게 수년을 해야 그중 소수의 아이만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속이 뜨거워진다. 이 아이들이 모두 프로농구 선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노력한 게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을 하든 잘 할 것이다.






2025.11.10.(월) 첫째 날.


7시에 방문을 두드려 아이들을 깨웠다. 벌써 일어난 아이들도 있고 여러 번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토닥이며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콩나물국밥. 잘 먹히지 않는다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먹은 아이들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 간식을 준비해 나눠줬다. 먹는 힘으로 경기를 뛸 수 있을 테니까. 후보선수가 없어 교체해 줄 수 없는데, 든든하게 먹고 체력 떨어지지 않고 버티길 바라는 마음으로.



10:00-11:00 고성군 국민체육센터 군산중학교:안남중학교 66:81 (1패)


우리 아이들은 2학년 2명, 1학년 4명으로 총 6명. 안남중학교는 총 15명인데, 한 명이 손을 다쳤나 보다. 한 공간에 네 개의 중학교 농구팀이 연습을 하는데, 볼만했다. 목소리도 우렁차서 자꾸 쳐다봤다. 우리 아이들은 구호를 잘 외치지 않는다. 수줍어서일까, 왜 그럴까.


아이는 1 쿼터 경기가 시작된 지 7분 만에 교체되었다. 2 쿼터에서는 3분 만에 교체되었다. "부딪히면 넘어지면 되잖아.", "왜 그렇게 의기소침하게 뛰어다녀 인마.", "버텨." 코치님께서 매번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아이는 부딪히는 게 두려운가 보다. 어릴 때부터의 성격이다. 조심하고, 자주 움찔하고, 몸싸움의 순간에 멀찍이 물러난다.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극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쿼터와 쿼터 사이에 잠깐 동안의 쉬는 시간. 과연 쉬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안남중학교는 쉬는 시간에도 절박하게 연습을 한다. 그게 맞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감독님께 여쭤봐야겠다.


1 쿼터 22:18, 2 쿼터 43:44, 3 쿼터 47:54, 4 쿼터 66:81. 뒷심이 부족했다. 아이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게 눈에 보였다. 집중력이 떨어진 순간 상대는 치고 들어와 우리의 공을 낚아챘다.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데, 아이들은 정신을 놓았고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막판에 몇 분 남지 않았는데 15점을 내어줬다.


아이들은 점심 먹은 후 숙소에 들어가서 씻고 쉬도록 했다. 지난밤에 늦게 자서 잠이 부족했는지 낮잠을 2~3시간 푹 자고 일어나 오후 4시쯤 간식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두 번째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성성중학교(천안)와 한다. 경기 시작 전 오전 경기에서 손가락을 삔 두 아이에게 약을 발라주고, 한 아이는 붕대를 새로 감아줄 것이다. 다쳐도 뛰어야 하고, 이 정도 다치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파스 뿌리고 붕대 감고 뛰어야 한다.





18:00-19:30 고성군 국민체육센터 군산중학교:성성중학교 74:72 (1승 1패)


성성중학교는 총 8명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낮잠도 푹 잤겠다, 햄버거와 간식을 먹어서 배도 든든하겠다, 안정된 상태였다. 1 쿼터는 13:12, 2 쿼터는 35:29, 3 쿼터는 59:45. 이때까지만 해도 왠지 느낌이 좋았다. 우리 아이들은 확실히 오후에 몸이 더 가볍고 잘 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 쿼터에서 무너졌다. 급작스럽게 아이들의 몸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20점을 내어주었다. (오 마이갓.) 음... 할 말을 잃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아이는 코치님께 비슷한 지적을 당했다. "블로킹당하라고!" 많이 혼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지점이다. 열심히 했는데도 졌다면 칭찬받았을 텐데.. 이겼지만 엄청 혼났다. "이기면 뭐해요. 경기를 저렇게 하는데." 맞는 말씀이시다. 백번 동의합니다.



경기 후 저녁 풍경


경기가 늦게 끝났다. 바로 코치님께서 정해주신 식당으로 갔다. 저녁 메뉴는 제육볶음이었는데, 음, 이 맛은 뭘까. 싸구려 조미료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제육볶음이 이렇게 맛없기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인데, 반도 안 먹었다. 계란말이와 햄도 있었는데 너무 차가웠다. 결국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없었다. (이건 반찬투정이 아니다.) 운동 마친 후에는 밥을 두세 그릇씩 먹는 아이들인데 한 그릇을 겨우 먹었다. 경기 뛰고 나서 배고플 텐데... 내일은 용기 내서 식당을 바꾸자고 말씀드려야겠다.


휴대폰은 첫날밤 10시에 모두 걷어서 내 방에 두었다. 경기가 끝나는 토요일까지, 감독님의 특별한 허락이 없으면 아이들은 휴대폰을 할 수 없다. 휴대폰이 없으니 텔레비전 리모컨에 집착한다. 리모컨도 밤 10시에 모두 걷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나눠준다. 오늘은 밤 8시부터 9시까지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셨다. 아이들이 빨래를 내놓을 생각도 안 하고 신나서 휴대폰 빨리 달라고 야단이었다. 빨래를 9시에 시작해서... 나는 아이들이 잠들고 한참 후인 12시에야 마치고 잘 수 있었다. 하루 15시간, 운동선수 아이들 뒷바라지하는 엄마의 하루는 참 길다.





2025년 고성 스토브리그(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