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엄마의 하루는 15시간

2025년 고성 스토브리그 두 번째 이야기

by 초록노동자

운동선수 뒷바라지하는 엄마의 하루는 16시간

아이가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꿈을 돕는 엄마의 기록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듯이, 집에서는 본격적으로 프로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맡아 시작합니다.






아침 7시, 알람이 울렸다. 10분 독서를 하고, 운동복을 챙겨 입었다. 조금 쌀쌀하지만 4km 러닝을 했다. 1km 정도 뛰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쌀쌀함이 상쾌함으로 되는 순간이다. 내가 이 시간에 낯선 고장인 고성군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니, 신기했다. 고성의 구석구석을 달렸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지만, 인구가 많지 않으니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시내에서는 달리고, 시장에서는 걷고, 논 사이 길에서는 다시 달리다가, 송학동 고분군에서는 걸었다. 공룡 화석이 있다는 정보만 알고 온 도시에서 고분을 마주치다니, 신선한 경험이다.



KakaoTalk_20251111_224326704_17.jpg
KakaoTalk_20251111_224326704_15.jpg



뛰고 숙소에 오니 8시 5분이다. 잠자고 일어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을 살핀다. 잠은 잘 잤는지 묻고, 오늘 경기 잘할 수 있도록 힘나는 말들을 해준다. 아침 먹으면서 오늘 빼빼로데이라는 어떤 아이의 말에 머릿속 전구가 켜진다. "아줌마가 오늘 빼빼로 한 개씩 쏜다!" 빼빼로를 나눠주면서, 너희들을 믿는다, 오늘 좋은 경기로 보답해 달라고 사기를 북돋는다. 너희들을 모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KakaoTalk_20251111_224326704_11.jpg



11:30~12:30 고성군 국민체육센터 군산중학교:춘천중학교 61:70 (1승 2패)

1 쿼터 16:20, 2 쿼터 35:36, 3 쿼터 54:47, 4 쿼터 61:70


1 쿼터 16:20 지고 있지만 어제보다 훨씬 경기 내용이 좋다. 어젯밤, 아이를 내 방으로 불러 한 시간을 얘기했다. 아이의 꿈인 프로 농구선수를 상기시켜 주고, 어제 경기를 함께 복기했다. 문제점은 파악했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논의했다. 엄마와 얘기했던 대로 아이는 어제보다 나은 행동을 했다. 감독님 말씀에 더 귀 기울였고, 더 큰 소리로 대답했고, 더 많이 뛰었다. 바로바로 행동을 수정하는 아이가 대견했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다.


아이가 경기를 뛸 때의 약점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제 감독님께 혼났던 건데, 오늘 또 혼났다. "블로킹 당해 인마.", "블로킹당하라고." 아이의 문제점은 부딪힐까 봐, 맞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종종 극복하는 순간도 있다.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 공을 잡으려다 상대 선수의 팔에 눈을 세게 맞았다. 그 순간, 아이는 칭찬을 받았다. "잘했어 잘했어." 시합을 뛰다가 눈을 얻어맞는 것쯤이야. 엄마는 강심장이 되어야 한다.


2 쿼터 35:36 비슷한 실력이다. 3 쿼터 54:47 역전했다. 그러나... 또 4 쿼터가 문제다. 뒷심이 부족하다. 61:70으로 졌다. 상대는 해볼 만한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6명의 아이들이 거의 풀로 경기를 뛴다. 4 쿼터에 힘이 달리는 이유다. 기초 체력을 더 쌓으면 해결이 될까. 후보 선수가 2~3명 정도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전체 중학교 농구팀을 통틀어 우리 팀이 가장 선수가 적은 것 같다.



KakaoTalk_20251111_224326704_07.jpg



17:00~18:10 고성군 실내체육관 군산중학교:평원중학교 50:61 (1승 3패)

1 쿼터 2:20, 2 쿼터 13:39, 3 쿼터 33:52, 4 쿼터 50:61


잘하는 팀과 붙었는데, 겨우 11점 차이다. 선방했다. (나중에 들으니,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후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랬구나... 농알못인 엄마는 아직 이런 것을 볼 줄 아는 눈이 없다.) 고만 고만한 팀과 붙는 것보다 잘하는 팀과 붙는 것도 좋다. 아이들이 본인들의 실력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잘하는 팀을 상대하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실력은 더 올라갈 것이다.


몸싸움이 다른 때보다 치열했다. 스피드와 힘에서 우리 아이들이 밀리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훈련하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치열한 경기 중에 상대 팀은 후보 선수가 많아 한꺼번에 2명씩 교체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번에도 풀로 경기를 뛰었다. 우리는 교체해 줄 선수가 없다. 오늘은 유난히 우리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다른 팀의 어느 선수들보다 경기를 뛰는 시간이 많으므로, 이 경험이 쌓여 실력으로 돌아올까. 그랬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51111_224326704_03.jpg



내일은 아침 9시 30분 경기다. 아침을 7시 30분에 먹어야 하고, 8시 30분에 숙소를 나와 경기장으로 가야 한다. 아이들의 컨디션을 위해 9시에 리모컨을 걷었다. 일찍 자야 할 텐데... 방을 돌면서 두 번, 세 번, 단도리를 했다. 7시에 시작된 하루가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오늘 엄마의 하루는 15시간이다. 엄마도 이제 자자.



KakaoTalk_20251111_224326704_1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