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by 핍스

어떻게 해야 할까.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나 잘못되어서 되돌릴 수도 없고 바로 세울 수도 없다.

나는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후회는 나를 좀먹고 잠 못 이루게 할 뿐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부터 다시 시작이다.

내비게이션을 틀고 낯선 길을 갈 때에 길을 뻔히 알려주는데도 50미터 먼저 좌회전을 하거나 좌회전을 못하고 그냥 직진을 해버릴 때가 있다. 그러면 내비게이션은 어김없이 말한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그럼 잃어버린 그 길에서부터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다시 길을 안내한다. 이번에야 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길을 잃지 않겠다고, 30분 더 돌아서 가야 하는 시간이 아깝고, 기름이 아깝고, 아까 좌회전을 해서 빠져나왔어야 하는데 그걸 놓쳤다고 한탄을 한다.

살다 보니 분명 열심히 사는데도 내가 앞으로 잘 가고 있는 건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건지 앞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뒤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앞이 대체 어딘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 번째 목적지 대학, 두 번째 목적지 취업, 세 번째 목적지 연애, 네 번째 목적지 결혼, 다섯 번째 목적지 임신과 출산, 여섯 번째 목적지...

목적지가 어디지?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목적지가 거기가 아니었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나는 지금 어디 있는 거지?

내비게이션은 이제 출구로 나가라고 하는데 뻔히 알려주는 출구를 못 찾고 직진을 해서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300 미터 앞 출구로 우회전하세요."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유턴하세요."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내비게이션 마저 길 찾기를 포기하고 종료를 선언하고야 나서 갓길에 차를 멈추고 생각을 한다. 나가야 한다고? 이 길에서 나가야 한다고? 나가야 다른 길로 갈 수 있다고!

나가야 다른 길이 보인다고.


아이들은 곧은길, 편한 길을 싫어한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 곧고 편한 길을 두고도 가지 말라는 자갈길, 비탈길, 물웅덩이로 간다. 그게 더 재미있단다. 길이란 건 앞서 간 사람들이 밟고 밟아서 생긴 발자국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 목적지를 갈 때 많은 사람들이 밟았던 발자국을 따라가면 그게 편하고 쉬운 길이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자갈길에서 넘어지고 비탈길에서 미끄러지고 물웅덩이에 빠져 옷이 다 젖는다. 그래도 재밌다고 깔깔거린다. 얼굴에 함박웃음이 만연하다.

나이가 들수록 곧은길, 편한 길만 찾는다. 넘어지고 미끄러져서 다칠까 봐, 옷이 다 젖을까 봐 걱정이 많다. 재미고 뭐고 고생하기 싫다. 남들이 가는 편한 길을 가고 싶다. 내 자식들은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고속도로로 편하게 가길 바란다. 하이패스도 끊어놨다.

"그 길은 자갈길이다. 가지 마라."

"그 길 끝은 낭떠러지다. 가지 마라."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길을 가다 보니 문득 내가 어디로 가는 거지 싶다.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지 싶다.

맨몸으로 태어나 맨몸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 우리는 모두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는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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