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애기 어린이집 보내요?"

돌도 안 된 애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될까

by 무화과

"3월부터 어린이집 보내요?"


요새 나를 아주 심난하게 하는 질문이다. 어린이집 얘기에 말끝을 흐리면 다들 내가 어린이집이라는 '로또'에 '당첨'되지 못한 거라 생각한다. 아닌 게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많은 뉴스들을 보면서도 내 일이 돼야 깨닫는다.


2024년 4월생인 우리 아기는 같은 해 7월에 인근 국공립 어린이집 3곳에 입소 대기를 걸어뒀다. 대한민국의 젖먹이 부모라면 이 대목에서 탄식할 것이다. 출생신고 하자마자 대기를 걸었어야지! 더구나 국공립을 보내려면! 우리야 남편이 나의 뒤를 이어 육아휴직을 할 계획이라 다소 안일했다… 출산 이후 집을 옮기면서 입소 신청이 늦어진 것도 있다. 라고 변명해본다.


그 결과는?



선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 어린이집들의 0세반 신학기 모집정원은 각각 5명, 1명. 두 곳은 광탈이라는 뜻이겠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7명. 애들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어린이집 보내기는 왜 이렇게 힘들까. 법적으로 어린이집 0세반의 교사 대 원아 비율은 1 대 3. 정원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교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어린이집 학대 뉴스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비교적 관리가 잘 되는(혹은 잘 된다고 전해지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택하는 것은 부모들의 고육책일 텐데, 나랏돈으로 세우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질 않는다. 더욱이 복직 시점이 빨라 겨우 목이나 가누기 시작한 백일쟁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도 있다. 그러니까 국공립 어린이집 0세반 입소란 '로또'라는 말이다.


그리고 제가 로또에 당첨됐습니다.


어린이집 입소는 흡사 대학 입시 같았다. 세 곳에 지원한다. 혹시 앞순번 아기가 세 곳 다 순번에 들면 하나를 골라 가므로 두 곳에서 예비순번 순서가 돈다. 그 사이에 복직을 포기하고(혹은 포기당하고) 가정보육을 택하는 엄마들도 몇 빠져나간다. 뺑뺑이 끝에 내게도 전화가 왔다.


대기를 걸어놓은 국공립 어린이집 세 곳 중 한 곳에서 '맞벌이 가산점' 덕에 우리 아기가 입소 순위 1위라는 연락을 받았다. 원하면 내년 3월에 입소할 수 있다고.


전화를 받자마자 환호했다…가 수순일 것 같은데. 나는 얼굴을 구겼다. 자리가 났다고요? 왜죠? 맞벌이 부부가 희소한 것도 아니고. 앞순서가 죄다 포기해 내 차례까지 온 건 아닌지. 이 로또, 대박일까. 아니면 쪽박일까. 그러니까, 이곳에 아이를 믿고 맡겨도 되는 걸까.


배가 불렀지. 자꾸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매년 3월 신학기 입소만 받는다. 4월생인 우리 아기의 경우 돌도 되기 전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셈이다. 기저귀를 떼기는커녕 분유를 챙겨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아직 어린이가 못 된 어린이집 원생. 각종 육아서와 육아전문가들은 자꾸 '그놈의 3년' 얘기를 한다. 3년은 가정보육을 하는 게 좋다는. 부모가 둘다 써야 간신히 3년(이것도 올해가 돼서야 각 1년 6개월로 늘어난 것)을 채울 수 있는데.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3월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애 보기가 힘들어서? 아니. 아직은 버틸 만하다.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아이가 원해서? 말도 못 하는 엄마 껌딱지가 그럴 리가. 돌도 안 된 아기를 지금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유는 단 하나. 로또를 맞았는데 지금 포기하면 언제 당첨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입소하게 될 어린이집은 무려 아파트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0세반 아이들은 그대로 1세반으로 올라갈 테고 둘째를 가진 가정보육 엄마들도 1세반을 노리겠지. 바늘구멍이 더욱 바늘구멍이 될 것이다.


정말 배가 불렀다. 선배 부모들은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보낸다고 하면 다들 잘됐다고 축하(?)한다는데 나는 아직도 입소를 망설인다. 일찍 포기하면 다른 부모에게 순번이라도 가지. 오리엔테이션까지 다녀와놓고 애기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어린이집 가방을 쳐다보며 한숨 쉰다.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씻기는 모든 것이 걱정이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는 물을 반드시 끓였다가 식혀서 먹어야 하는데, 어린이집도 그렇게 할까? 신장이 덜 자라고 나트륨 배출 능력이 없는 아기들은 이유식을 먹는다. 나는 이유식을 무염으로 직접 해먹이고 있는데, 어린이집 식단표에는 카레가 있다… 간식은 간장떡볶이란다. 국공립 어린이집들은 서울시 머시기 급식센터 권고대로 식단을 짠다는데 대체 왜? 여아들은 요로감염에 걸리기 쉽다고 해 똥기저귀를 갈 때마다 화장실로 데려가 엉덩이를 물로 씻겨왔는데 어린이집에서도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남한테 아이를 맡기면서 내가 하듯 해주기를 바라면 안 되겠지. 단체생활을 처음 해보면 수시로 아프다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선배 엄마들은 복직을 하는 이상 어차피 겪을 고비라고 말한다. 믿을 만한 어린이집에 입소하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라고. 복직 전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달콤한 휴식 시간, 전생 같은 여가 시간, 아기가 태어난 뒤 최초로 지루한 시간인 '아이가 어린이집 간 시간'이란 걸 잠시라도 즐기라고 독려한다. 글쎄, 이것도 지나봐야 실감하게 될까. 이 새벽에 잠 못들고 뒤척이는 시간도 나중엔 추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