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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Nov 24. 2021

병역거부의 질문들, 출간 후기



두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첫 책 《평화는 처음이라》가 올해 4월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11월에 두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언제 쓰신 거죠?


사람들이 제가 엄청 부지런한 줄 아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어서 꾸준히 글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없는세상은 무리해서 일하지 말자는 분위기예요. 세상에 중요한 일이라도 우리가 꼭 해야하는 일만 하자, 그래야 오래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저임금 받으면서 몸 불사르며 일하는 거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다른 평화활동가들이 한국사회의 많은 평화이슈에서 맹활약을 해주는 덕분에 저는 제 정신의 한 부분을 책 쓰기에 집중할 여력이 있었던 거죠.


구체적으로는 작년 10월엔가 계약서를 쓰고 12월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어서 원고를 차곡차곡 모았죠. 12월이면   본문 원고는  넘겼을 시점이었기 때문에  책과  번째  집필이 크게 겹치지는 않습니다. 12월부터 7월까지 본문 원고를 썼어요. 원래 계약서에는 6월말까지 원고 드리기로 했고 저도 그럴 계획이었는데 역시나 막상 써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초과했습니다.



쓰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첫 번째 책보다 수월하게 써내려갔어요. 첫 번째 책은 새롭게 공부하면서 쓴 파트도 많았는데, 《병역거부의 질문들》은 아무래도 병역거부운동 이야기라서, 그동안 수십번 수백번씩 해온 이야기들이 많아서 새로운 정보를 찾거나 조사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죠.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어렵지 않은 글쓰기가 어디있겠습니까. 특히 저는 책의 후반부를 쓸 때 어려웠습니다. 정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시간 순으로 책이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전반부를 쓸 때 어려움이란 단순한 기억력 문제여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식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죠. 반면 후반부의 글은 최근의 고민 지점을 담고 있는데, 아직 고민이 성숙하지 못하거나 제 머릿속 논리구조가 촘촘하지 못한 것들을 글로 정리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글은 뭘 모르는 사람이 공부하기 위해서 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공부가 부족한 부분, 생각이 덜 여문 내용을 쓸 때는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충분히 공부를 하고 쓰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충분한 공부를 하고 썼다면 훨씬 더 좋은 내용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변명해보자면 제가 충분하다고 느끼만큼 공부를 하려면 몇 달 가지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책만 파서 될 공부였다면 가능했겠지만 제 고민이 맞닥뜨린 벽은 책을 보는 것과 동시에 경험이 쌓여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경험이 쌓이는 데 충분한 시간을 기다리자면 책이 언제 나올지 모르게 되겠죠. 그래서 현실적인 타협을 했습니다. 지금 설익은 고민, 내가 잘 모르겠는 것들, 이런 것들을 그냥 다 보여주자. 독자의 입장에서는 명쾌한 답을 원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풀지 못한 고민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는 독서 아닌가, 이런 정신승리를 하면서요.


사실 책 쓰는 게 어렵진 않았고 그냥 2021년이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해였습니다. 시간을  보내는  중요했고,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는데,  책을 쓰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  같아요. 글쓰기가 치유라고들 하잖아요. 물론 그것은 어떤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그에 대해 글을 쓰면서 일어나는 치유를 말하는데, 저는 그런  아니었지만 아무튼 글쓰기 덕에 무섭고 두려운 시간들을 통과할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나쁜 생각  하고  주제에 몰두할  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어려움을 오히려 해소하게 해주는 글쓰기였다고도 생각합니다.



첫 번째 책과 비교해서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평화는 처음이라》는 사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구성하긴 했지만 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아니고 제 주장과 생각을 들려준 책이죠. 《병역거부의 질문들》은 병역거부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 경험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제가 병역거부를 하고 전쟁없는세상 활동을 하는 모습을 통해서 한국 병역거부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식이죠. 그렇다보니 어느정도는 에세이나 자서전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개인이 살아온 18여년의 세월을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보여주니까요.

이건 의도한 것입니다. 병역거부권이 법적으로 인정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병역거부는 여전히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주제일것입니다.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선뜻 재밌게 볼만한 컨텐츠는 아니죠. 지금까지 시중에 나와있는 병역거부 관련 책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물론 훌륭한 책들이지만 병역거부에 대해서  알아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있습니다. 저는  책이 부담 없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최대한 독자들이 재밌게 읽을  있도록 하기 위해 에세이처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쓰다보면 너무 힘이 들어가 경우도 많았지만, 쉽고 편안하게 읽을  있는 책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어떤 점을 신경쓰며 썼나요?


아무래도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병역거부 운동을 조망하다보니까, 어쨌든 저의 해석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의 해석이 절대적인 해석일리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데, 마치 이게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정석인 것처럼 여겨질까봐 두려워했어요. 주관적인 판단인데 말이죠. 특히  운동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온 운동이고, 누구 하나가 운동의 성과를 독점하거나 진행과정에서 독단적으로 임하거나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용석 개인의 시선으로 정리하면서 그런 왜곡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그런 점을 특히 신경쓰며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병역거부운동에서 여성 활동가들의 역할이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애썼고요, 병역거부운동이 갖는 한계라든지 부족한 점을  살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게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나 자기 변명이 될까봐, 그런 지점도 신경이 쓰였어요. 제가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이런 지점에 신경 쓰는  과유불급없고 무조건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어떻게 읽어주기를 바라나요?


 처지에 누구든 읽어만 주시면 감사할 뿐이죠. 독자를 가릴 처지는 아닙니다ㅎㅎ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20 청년들이 많이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남성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20 남성이   읽는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통계를 보면 그렇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들은  읽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읽을만한 책이 없는지도 몰라요. 저는  책이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필독서라고 생각하지만,  병역거부를 고민하지 않더라도 군대를 앞두고 있는 분들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읽고 병역거부를 하라는  아니에요. 군대든, 감옥이든, 대체복무를 하든  세월이 허송세월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병역거부자들이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회에 계속 던진 질문들에 대한 책이에요. 질문에 대한 답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질문이 병역거부자들에게 가져온 파장이라든지, 질문이 통과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면 분명 군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활동가들이 읽어주면 좋겠어요. 어쨌든 병역거부 운동을 기록한 거잖아요. 저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활동 경험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의 경험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꼭 책으로 기록할 필요는 없겠죠. 저는 제가 가장 만만하게 할 수 있는 게 글쓰기였으니 책으로 기록한 겁니다. 우리들의 성공과 실패, 희로애락, 좌절과 극복, 고민, 활동 방식, 주요했던 전략과 전술 들을 두루 기록하려고 했어요. 이 책이 다른 활동가들의 활동에 자극이 되면 좋겠어요. 배울 것은 배우고 타산지석을 삼을 것은 삼는 식으로요. 그렇게 다른 활동가들의 활동에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다음 책 계획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출판사와 계약한 건 없구요, 그냥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수준의 아이디어가 몇개 있습니다. 평화운동 관련한 것도 있고, 전혀 상관 없는 것도 있습니다. 책은 계속 쓸 겁니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기술이 따로 없거든요. 그러니 이 기술이라도 갈고 닦아야죠.


전업작가가 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밥벌이를 할 자신도 없을 뿐더러, 저는 기질상 혼자 작업하는 작가는 맞질 않아요. 글쓰기를 좋아하고 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들과 무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글쓰기는 밥벌이가 아니라 취미일 때 저를 풍족하게 하지 밥벌이가 되면 이 일을 싫어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글은 활동가의 삶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꼭 사회운동 이슈로 글을 쓰지 않아도요. 만약 제가 활동가를 그만 두고 전업 작가가 된다면, 제 글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더욱 경쟁력 없는 작가가 될텐데, 전업으로 나서면 그냥 망하는 거죠.



책 내용 이야기는 별로 안 하시네요?


,  내용이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길, 혹은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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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 근처 동네서점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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