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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AMENT Aug 11. 2017

Shape of Display .01

둥근 모서리를 향한 여정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최초로 발표하고 정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손가락으로 충분히 쓸만한'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개발한 것이 가장 큰 혁신 중 하나였는데, 이것으로 인해 인간과 컴퓨터와의 상호작용(HCI, Human-Computer Interaction)을 시각 정보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직접 터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것을 직관적으로 유도하는 버튼을 화면상에 그려낼 필요가 있었고 이는 기존의 Bar, Folder, Slide 방식의 2G 폰들과는 다르게 눈으로 보지 않으면 정확하게 무언가를 입력할 수가 없게 되었죠. 어찌 보면 인간은 이 순간부터 촉각 대신 시각을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이후 주머니에 손 넣고 문자보내기는 불가능해졌습니다. (Illustration by Turgay Mutlay)



물론 촉각을 포기한 것 치고는 너무나 눈부신 발전이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얼마든지 가변적인 버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직관성은 대단히 합리적이었습니다. 금형을 파서 버튼을 사출 하는 것보다 디지털로 이루어진 GUI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저렴하며 확장 가능했으니까요. 이로 인해 UX 디자이너는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원래 모바일 폰을 디자인하던 제품 디자이너들은 '디스플레이'라고 하는 성역을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죠.


10년이면 변한다매 (by THE VERGE)



디스플레이는 품질과 해상도, 크기 등에서 큰 발전이 있었지만 사각형이라는 형태에서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제약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가장 큰 허들은 필요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사각형이기 때문에 모든 픽셀을 낭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각형의 디스플레이가 가장 합리적이었죠. 하지만 약간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정돈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저에겐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아이폰에 날카로운 사각형의 디스플레이를 붙여둔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애플이라면 몇 픽셀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 모서리를 깎는 모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애플이니까요)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 모서리를 희생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Palm Pre (2009)

예전에 Palm에서 Palm Pre라는 모델을 발매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구나 했는데요,  물론 소프트웨어적인 처리였지만 조약돌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된 바디와 강제로 화면을 Rounded corner로 만들어 버리는 OS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잔잔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밀려 큰 인기는 없었습니다만 webOS진영에서는 나름 성공적인 제품이었습니다.


또 Rounded corner콘셉트를 쓴 건 좋았지만 액정 자체의 블랙 표현 기술이 좋지 않았을 시절이라 어두운데서 보면 백라이트의 빛 때문에 스크린과 베젤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보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기술적인 허들 중 하나였습니다만 요즘은 OLED와 같은 자체발광소재를 사용하여 검은색 베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애플 워치가 바로 그 예입니다.)




시간이 더 흘러 충격적인 제품 발표를 듣게 됩니다. 바로 Moto 360입니다. (원형 디스플레이라니!)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책이나 영상과 같은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사각형의 틀에 최적화되어 있었지만, 시계만큼은 원형이 최적의 폼팩터였기 때문에 상용화까지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직구 하여 이 제품을 손에 넣고 아쉬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조도 센서등을 넣기 위해 하단이 잘린 형태였으며 초기 원형 디스플레이다 보니 DPI가 낮아 꼴 보기 싫었던 점 등이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나온 LG의 G Watch R이나 Samsung의 Gear S2는 그런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한 좋은 화면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원형 스마트워치들의 등장은 '디스플레이는 사각형일 수밖에 없다'는 저의 편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Moto 360 (2014)
LG G Watch R (2014) / by CNET
Samsung Gear S2 (2015) / by CNET



올해 초 LG의 G6와 Samsung Galaxy S8라는 Rounded Display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LG는 FullVision Display, Samsung은 Infinity Display라는 마케팅 용어를 사용합니다.)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는데요, 화면은 더 키워야겠고 제품의 크기는 유지해야 하니  베젤리스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고 아래 이미지와 같은 디자인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둥근 모서리의 디스플레이 양산이 가능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이제 모서리를 둥글게 안하면 화면을 더 키울수가 없어 ㅜㅜ


Samsung Galaxy S8 / LG G6



그리고 출시를 한 달 앞둔 아이폰 8. 다양한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만 전면 디스플레이의 독특한 형태는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Mac rumors) 아마 수화부의 전면 카메라와 새로운 안면 인식 센서를 탑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애플 제품은 마케팅을 통한 뇌이징 후 홀린 듯이 구매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 디자인을 미리 까지는 않겠습니다.. 확실한 건 베젤을 최소화하여 제품 디자인의 곡선을 그대로 이어 담은 Rounded display라는 점입니다.


M자 탈모가 아닙니다 / by Mac rumors



위에서 대부분의 콘텐츠가 사각형의 포맷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형태를 바꿀 필요성이 없다고 언급했었는데요, 아이폰의 디스플레이가 루머대로의 형태라면 영상이나 사진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있어 아주 걸리적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아래와 같은 형태로 상단바 부분을 인디케이터로만 고정시키는 방법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애플은 어떤 해답을 제시해 줄지 이번 키노트가 기대됩니다.

진한 초록으로 표기한 부분은 시스템 레벨에서만 사용하는건 어떨까





Shape of Display .0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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