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의 시간
시간이 흐르는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고 한다. 두 손 안에 담길 정도로 작았던 아들이, 두 팔로 안기 버거울 정도로 크고 나서야 그 순간들이 지나가 버렸구나 하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느끼기에 인생이라는 타임라인에는 어떤 아름다운 지점이 있고, 그 지점 보다 어린 누군가는 미래를 보고, 그 지점을 지난 사람은 과거를 바라보며 사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그 모든 시간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나 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지금 보다 나은 언젠가를 꿈꾸면서 조금의 집착과 조금의 안타까움을 곱씹으며 사는 것 같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양성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기분이 복잡했다. 난.. 항상 시간을 원했다. 돌이켜 보면 시간이 있던 순간에도 썩 잘 활용한건 아니었는데, 무언가로 양손이 가득 차고 나서야 그 순간을 원하게 되었던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시간과 여유를 주어짐에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했던건, 결국 가족들에게 그 시간이란 내가 있던 빈자리만 남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는 그 어려움도, 책임감도 내게 주어지는 시간만큼 고스란히 가족에게 돌아간다.
정확히 반년의 시간이 생겼다. 여러 순간들이 찾아오겠지만, 우선 12월까지는 카네기멜론대학교(CMU, 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MHCI(Master of Human Computer Interaction)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 카네기멜론대학교는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종합대학이다. 첫 미국유학의 경험에 앞서 멘탈이 나간 나는 June님의 브런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대뜸 메일도 보내고 했었는데 정말 친절히 답해주셨다. (지금와서이긴 하지만 정말 감사드립니다 ㅜ)
참 분에 맞지 않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혼자 느끼고 담아가기엔 너무나 아쉬워, 여유가 되는대로 여기 남겨보고자 한다. 부지런하지 않기에 좀 더 나를 압박하는 무언가를 더 만들고자 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시간이기에, 아쉬움 없도록 밀도 있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