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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AMENT Sep 09. 2019

미국 비자를 받아보자

J1 Short-term Scholar


미국은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었다. 영화나 미드를 통해서 미국의 불법체류자 문제들을 접하곤 했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수치였다. (한국인만 20만 명 정도라던데..) 그래서인지 ESTA 관광 비자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끔찍한 과정을 겪어내야만 그제야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정말 과정이 뭣 같다(...)


VISA는 시작일 뿐이니 벌써 포기하지 말자!


내가 받기로 한 비자는 J-1 비자로, 교환학생, 인턴, 교환교수 등의 단기간의 교류를 위한 비자다. 나는 그중에서도 Short-term Scholar라고 하는 조건이었다. 이 부분은 추후 SSN 발급 가능 여부와 연관이 있는데, 다음에 시간이 되면 공유하도록 하겠다.



1. 학교/기업 등으로부터 DS-2019 받기


학교 입학이 확정 후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하는 것은 바로 '학비 입금'이다. (회사의 지원으로 가게 된 거라 이 과정이 정말 길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여백이 적어 여기에는 적지 않는다..) 입금이 완료되면 학교 측에서 DS-2019라는 문서를 우편서비스를 통해 실물로 보내주게 되는데, CMU의 경우 주소를 기재하고 배송비를 결제할 수 있는 UEMS(https://study.eshipglobal.com)라는 외부 서비스를 사용 중이었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분야의 서비스가 정말 많고, 돈 들어가는 곳은 그것보다 많은 것 같다..


여하튼 DS-2019는 말하자면 '입학허가증'이다. 공식적인 초대장이며, 미국 유학 중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여권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문서다. 재발급은 상당히 어렵다고 들었고, 입국할 때나 잠시 출국할 때나 뭐만 하면 이 문서를 요구한다.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상시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건 덤이다.(물론 케바케이지만.. CMU의 국제학생 오피스(OIE)에서는 주 거주지역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무조건 소지하고 다니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여하튼 이걸 받으면 이제 시작이다.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준비를 다하자.


올해가 2019년이라 DS-2019인가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그냥 서식 번호가 2019인 것뿐이니 오해하지 말자.



2. I-901(SEVIS FEE) + 비자 신청 수수료 납부하기 


DS-2019를 수령을 위한 우편 수수료(약 50달러)를 낸 지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돈을 더 내야 한다. 먼저 I-901(SEVIS FEE)는 Student Exchange and Visitor Information System, 즉 학생 관리 시스템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220달러 정도 된다. DS-2019에 적힌 프로그램 넘버와 SEVIS넘버를 사용하여 신청 및 지불을 완료하자.


그리고 비자 인터뷰를 위한 비자 신청 수수료 납부가 있다. Bank of America 계좌로 직접 납부해야 해서 영업일 내에만 입금이 가능하니 시간 날 때 미리 납부해 두도록 하자. 이게 또 160달러 정도 한다. 납부 방법도 괴랄해서 새로고침 할 때마다 새로운 가상 계좌번호가 생성되는데 그중 하나를 캡처해서 입금하면 된다. 그 계좌 번호는 다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꼭 캡처해 두어야 한다. 환불도 안되니 모르고 신청하면 100%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신청자를 우롱하는 더러운 Dark Pattern이다)


이 모든 게 끝났다면 이제 돈낼 일은 더 없을... 리가 없지.


유학은 돈으로 하는 겁니다.



3. DS-160 작성하기


이제 가장 큰 고비인 DS-160 작성이 남았다. DS-160은 '비이민 비자 신청서'를 말한다. 말 그대로 이민할 목적이 아니라 단기 혹은 장기로 체류하기 위한 비자다. F-1, J-1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사이트는.... 아주 가관이다. 기입해야 할 정보는 상당한 분량인데 언제 발생하는지 알 수 없는 Session Time out이 있다.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다음 페이지를 누르는 순간 아래 화면이 뜨면서 로그아웃이 된다. 그리고 다시 로그인하기 위해서는 신청 번호, 보안질문 답변, 이름, 비밀번호, 그리고 빌어먹을 캡챠코드를 모두 입력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이 과거 Active X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인지, 분노 조절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참고로 DS-160 제출 마지막 즈음에 비자에 들어갈 사진 업로드가 필요하다. 흰색 배경에 정사각형, 안경 금지라는 까다로운 조건에 무조건 새로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DS-2019가 날아올 때쯤 미리미리 준비해야 시간이 덜 걸린다.)


휴먼, 당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4. 비자 인터뷰 날짜 잡기


이제 거의 다 와간다. 위 모든 내용이 준비되었다면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를 예약해야 한다. 보통 1~2주 뒤의 날짜부터 예약이 가능한데, 출국해야 할 시간이 촉박한 경우 메일로 사유를 첨부하여 보낼 경우 긴급 접수를 해주긴 한다. 인터뷰가 잘 통과한다는 가정 하에 비자가 집으로 날아오는 건 통상 영업일 3일 후이니 날짜 계산을 잘해서 준비하도록 하자.


인터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날짜를 잡게 되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하게 된 J1비자는 거의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다른 경우에는 정말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가야 한다. 오죽하면 비자 전문 학원이 있을까. 예상 스크립트와 답변을 준비하며 인터뷰 날을 대비하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5. 비자 인터뷰 + 여권 수령하기


인터뷰에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다. 아래는 필수로 필요한 리스트이고 혹시 다른 증명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영어로 된 증명서들이 필요할 수 있다.(재정보증서 등)

DS-2019

DS-160 확인서

비자 인터뷰 신청 확인서

SEVIS FEE 납부 확인서

여권


마지막 관문이다. 인터뷰는 광화문 앞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진행된다. 1시에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난 미국 대사관에 12시 정도에 도착했다.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비자 인터뷰는 우측으로 돌아가야 입구가 있다고 한다며 쫓겨났다(..) 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침시간으로 예약하여 미리 가도록 하자. 전자제품을 소지할 수 없는 규정이 있으니 주의해야 하는데, 핸드폰 하나와 차키 하나는 보관해준다. 


땡볕에서 1시간, 안에서 1시간 반의 줄을 섰다.


J1 인터뷰는 길지 않게 끝난다. 왜 미국에 가려고 하는가. 재정을 보증해 줄 곳이 있는가 등 별로 어렵지 않다. 재미있는 건 만약 영어를 정말 너무 못한다면, 인터뷰하시던 분이 유창한 한국말을 시작한다(!) 물론 모든 인터뷰어 분들이 한국말을 잘하는 건 아니겠지만, 줄 서서 다른 분들 인터뷰하는 걸 보고 있다가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서 좀 깼다. (이럴 거면 그냥 선택할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모든 인터뷰 종료 후 승인되었다고 하시면서 여권을 가져간다. 


Pardon me? Excuse me? Could you say that again? 아니 그게 아니라..


여권은 일양 택배 비자 배송 시스템으로 약 3일 내로 배송된다. 부재 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는 안되니 잘 챙겨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배송지를 정하도록 하자. 그럼 드디어 비자 과정이 끝난 것이다. 글로 쓰니 별 것 없어 보이지만 복잡하고 답답한 과정이다. 꼼꼼하게 진행해서 두 번 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여권에 이 스티커가 붙어 나와야 드디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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