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추억을 남긴다

by 순간

나는 향기에 얽힌 추억들이 많다.


사랑했던 사람과 봤던 불꽃놀이의 향.

비가 오고 난 새벽의 축축한 흙내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장미향 향수.


어렸을 적부터 사소한 것들을 잘 기억하던 나였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할 것들이 많아져 예전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왜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는 건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이기에 그 순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유난히 힘든 순간이 오면,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좁은 자취방에서 매일 같이 술로 하루를 보내던 때.


방문을 열면 매캐하게 풍겨오는 인센스의 향과

독한 술의 냄새들.


외롭다는 이유로 그곳을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향기.

가장 친했던 누군가의 장미 향수.

지금도 내 방 어딘가에 놓여있는 그 향수를 뿌리면,

그때의 감정들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나는 미련이 많은 사람이다. 동시에 생각도, 감정도 많다.

사회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다른 이면이 있다.


힘든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들면, 그때처럼 술에 모든 것 맡기곤 한다.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면 점점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다.

이 감정을 얘기할 대상도 없는 나이기에, 기대고 싶은 만큼 술잔을 기울인다.


감정은 액체와도 같은 것이라, 기울이는 대로 흘러가니까.

술에 취해 드러누우면 여지없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니까.


오늘도 술에 취해 좋아하는 향들을 곳곳에 수놓은 뒤 잠이 들 것이다.

무언가를 추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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