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도

원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by 순간

매번 새해가 다가오면 나는 늘 안온하길 바라며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곤 한다.

그 말마따나 큰 고비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길 소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요즘은 꽤 불온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름의 크고 작은 일을 보내면서 20대 후반에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

꽤나 시리고 차가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예술가의 원동력은 우울하다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로 우울하게 지내며 그것을 원료 삼아 예술을 이루어나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잡아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갈 즈음, 시간이라는 게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끝내 봄이 찾아온 것이 그 이유였다.

하늘은 푸르르고, 곳곳에 사람들이 즐비하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은 단언컨대, 벚꽃이 그 처음일 것이다.


이제는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한 날씨와,

커튼을 아직까지 달지 않은 게으름 탓에 눈이 부실정도로 창가를 넘나드는 햇살까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창 너머 공원에서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밖으로 나부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맞이하고 싶지 않아도 불쑥 방 안까지 찾아온 봄에게

너는 내 마음을 조금도 모른다고 생떼를 부렸다.

세상에 모든 근심이란 건 다 가져가겠단 듯이 나는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댔다.


반항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온통 검은색 투성이었다.


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은 봄에게 빼앗겨버렸나 보다.

요즘은 독서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우울한 마음을 날리고 마음을 맑게 하는 데엔 독서만 한 게 없다고 하더라.

간간히 마음에 드는 구절이 생기면 고이 모셔두거나 좋아하는 노트에 빼곡히 적어두기도 했다.


KakaoTalk_20250409_005451387_02.jpg 마음에 드는 원두가 생기면 꼭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


요즘엔 나도 모르게 위로가 필요했나 보다.

무언가에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어 이곳저곳 들쑤셨나 보다.



불행이 앞뒤로 덮쳐 와도

어디서든 휴대전화를 꺼내 누를 번호가 있다는 거

새들처럼 동시에 울어 줄 사람이 있다는 거

투명한 잔이 더욱 투명해지도록

따라 부를 마음이 있다는 거


_고진경, 눈도 내리지 않는데 고백



비로소, 봄이 찾아왔다.

특별할 것 없이 매번 찾아오는 이 계절이 유독 살갑게 느껴지기도 하다.

변함없이 흐르는 시간선에서 삐딱한 건 나뿐이다.


불평 아닌 불평을 하며,

그렇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오늘이다.

그렇게 여름이 금세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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