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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놀라서 눈이 퍼뜩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보이는 천장의 전기 등이 동그란 원을 크게 그리며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그제야 지진이라는 걸 알았다.
평소에 자주 느껴본 짧게 끝나는 작은 진동이 아니었다. 큰 폭으로 힘차게 휘젓는 힘이었다. 일어나 앉아 지진이 멈추길 기다렸다. 작은 지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지만, 새벽 깊은 잠을 단번에 깰 정도의 큰 지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진에 대해서 생각해 본건 일본에 온 이후다. 지진에 대한 지식도 아주 부족했다.
처음 와서 살림살이를 하나둘 장만 할 때, 나는 일본 사람이면 절대 사지 않았을 2미터 길이의 5단 책꽂이를 샀다. 좁은 공간 활용만 생각하고, 평평하지 않고 방석같이 푹신한 다다미 방바닥에 둘 책꽂이로 그런 걸 사는 실수를 했다. 지진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 집은 지진 때문에 가벼운 재료로 집을 지은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집이 너무 낡고 가벼워서 종이로 만든 집처럼 쉽게 폭삭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사실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일 때 침대 아래로 들어가고, 어떤 상황일 때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가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1. 일단 언제든지 뛰어나갈 수 있는 복장으로 잠자리에 들 것.
2. 누군가 밖에서 대피 사인을 알려주는지 귀를 기울일 것. (당황하면 외국어를 못 알아듣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중에는 건물 잔해에 깔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었다.
3. 잘 때 꼭 핸드폰을 쥐고 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