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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내 눈을 동그랗게 다듬어준 사소하고 빈번한 행복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 나의 세상을 구한 작은 구원.

by 필모어 살롱

스무살, 날카롭고 뾰족한 내 눈매가 동그래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둥그렇게 다듬어진 눈의 내가 거울 속에서 싱긋 웃는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세월과 함께

날선 눈매를 둥그렇고 부드럽게 다듬어주고 있었다 시나브로 밤사이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니 자연히 뾰족했던 생각이 누그러지는 것이 눈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고 다듬어주는 가장 큰 건...

내가 이 세상에서 넓고 얕게, 때론 깊게 사랑하는 모든 갓들.

그 모든 것들이 이 세상을 조금 더 찬란하게, 기쁘게, 설레게 만들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다워, 살아볼 만 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되어주는 것들.

내 눈매를 둥글게 다듬어주고, 아름답고 단단한 단어를 선택해주고, 단언을 누그러지게 만들어주었다.


사소하고 빈번한 행복들이 나의 하루를 구하고, 나의 세상을 구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구하면서 결국은 내가 사는 지구까지 구해줄 것이라는 조금은 미련해보이는 바람과 믿음을 마음에 심어주었다.

해마다 몇 장 없는 내 사진을 보며 느낀다.

사랑이 나를 얼마나 강하게 만들어주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눈동자에 잘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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