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사는 기쁨이와 부럽이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나서 참여했던 ’디즈니 덕후의 시네마 테라피‘.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었던 그 시간은 나의 가장 코어가 되는 정체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부러운 점을 발견하면 행복하구나! 닮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구나!
‘나는…… 덕후였구나!’
운 좋게도 사랑이 넘치는 엄마에게 덕질DNA를 물려받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것이 참 많은 아이였다. 쉽게 무언가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은 직접 경험하고 싶어했던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의 나는 말 그대로 기쁨이와 부럽이가 합체된 캐릭터 자체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그 무엇에서도 닮고 싶은 점을 찾아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더 좋은 것들을 찾아 모험을 나서는 데 망설임없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렇다, 서른이 넘어 발견한 나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성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무한정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별로 쓸모 없어 보이는 강점이이지만 드디어 세상에 내가 나름대로 베풀 수 있는 것이 무엇일 지 머릿속에서 구체화되는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인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막막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친구들이 코로나 이후에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분야를 찾아내고, 좋아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면, 더 알아보고, 좋아하게 되는 과정은 숨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취향이나 취미가 좀 없으면 어떤가 생각했던 내게 친구들의 고민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겐 내가 언제나 무언가를 좋아하며 일상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만끽하는 것이 부러울 수 있고, 닮고 싶은 요소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덕질’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러 온 나의 구원자, 덕질!
사실 ‘덕질’이라는 말은 어떤 대상을 깊이 파고들어서 좋아하는 걸 의미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이 묻어 있다. 하지만 점점 한 분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나는 그 분야의 덕후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그냥 어떤 것을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로 변화해가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덕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행복하게도 세상이 발전하면서 더 다양한 덕질의 대상도 찾기가 매우 쉬워지고, 더 쉽고 다양한 방법으로 덕질을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시대인지…!
사랑을 하면 온 세상이 분홍빛이 되고, 마치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들 이야기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랑하는 것들이 많은 만큼 언제나 사랑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사람, 동물, 자연, 사물, 공간, 어떤 순간 등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을 나는 덕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저 내가 행복하고 재미있으니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하면 ‘덕질의 마음’은 내가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니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마음 중에 하나가 아닐까?
특히 내가 사랑하는 분야는 문화콘텐츠이다. 책으로 시작해서 음악, 영화, 전시, 그림 등 다양한 문화 생활은 단연코 내 삶을 가장 풍요롭고 아름답게 채워준다. 그리고 나아가 여기에서 파생된 다른 덕질로 나를 이끌어주고, 그로 인해 내 삶의 방향과 일과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병원에서 대학 원서를 작성해야 할 때, 이모의 추천으로 문화콘텐츠를 전공으로 선택해서 대학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를 전공한 것은 내 삶의 중요한 결정들을 할 때 정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영어를 사랑해서 통,번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좋아하는 통역가, 번역가가 생기고, 그 분들을 시선으로 좇다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영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크고작게 덕질은 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꿈과 진로를 결정하게 해주고, 큰 모험을 결심하게 해주었다.
아주 사소하고 빈번한 행복으로 구하는 ‘나’와 ‘지구’
지치지도 않고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찾아내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오랫동안 보아왔지만 아직도 혀를 내두른다. “어떻게 그렇게 좋아하는 게 많아?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찾는 거야? 나는 뭘 좋아하는 지 모르겠는데 너는 좋아하는 마음이 크든 작든 어떻게 계속 생겨? 나도 좋아하는 거, 취미같은 걸 찾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친구들에게 나는 인터넷에서 보고 머리가 띵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준다. “남들은 이걸 나만큼 안한다고?” 그게 뭔지 찾아보라고.
우리의 하루를 아주 사소하고도 빈번하게 행복으로 채워주는 것을 찾아서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하루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에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지기 마련이니 사소한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내가 변하면 내 주위도 톱니바퀴처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나 혼자 많은 것을 사랑하고 닮아가려고 애쓰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사랑하고 닮아가려 한다면 변화의 총량이 더 크지 않을까. 그렇게 덕질로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가장 먼저는 내가 행복해지고 내 주변이 행복해지고, 우리 나라가 행복해지고,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서 있는 이 위치에서 세상에 돌릴 수 있는 사랑은 바로 이 쉽게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소하고 빈번한 행복으로 ‘나’의 하루가 풍성하고 행복해지면 나를 구하는 것이 되고, 이 변화가 마침내 우리의 ‘지구’를 구하는 작지만 큰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덕질로 구하는 나와 지구, 터무니없이 간단하고 거창한 계획이지만 덕후의 가슴은 벌써 벅차오른다. 친구들아, 뭐든지 좋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