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특별한 열아홉 살이었다. 열아홉이 되자마자 학교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하고, 물리치료를 받느라 수업만 겨우 마치고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여름방학 때부터 겨우 자율학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그 동안 못한 것을 채우겠다는 마음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매점에 가고 선생님 몰래 라디오를 들으며 큭큭 웃다가 떠들 수 있다는 것에 설렜다.
한국의 19살은 모두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모두가 대학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가 아닌 다른 특기를 살려 진로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열아홉 살의 나도 수능만을 바라보며 경주마같이 달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에 공부 습관이 깨졌고, 체력이 너무 떨어져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있기도 힘들었고, 조급한 마음에 자꾸 공부를 미루고만 싶었다.
어느 날 그런 내게 사고 칠 기회가 생겼다. 문예창작과 진학을 준비하던 짝꿍이 자기가 부탁 받은 걸 네가 한 번 해보겠냐고 제안을 했는데 덜컥 그러겠다고 했다. 어머니의 지인께서 작곡가인데 직접 노래를 불러 음원을 내려고 하는데, 가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신 것이다. 친구가 문예창작과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니 글을 잘 쓸 것 같아 부탁을 하셨는데 가사는 도무지 자신이 없다며 짝꿍은 내게 권유했다.
나는 글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더더욱 가사는 써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막막했지만 우선 해보기로 하고 가이드 음원을 받았다. 노래는 발랄하고 설레는 가벼운 느낌이었다. “어떻게 가사를 써야 하지?” 며칠을 고민하면서 그 음원만 들었다.
마침내, 나에게도 영감이 왔다! 이 노래는 첫사랑에 빠진 풋풋한 소녀의 마음을 써야겠다는 느낌이 왔다. 열아홉 소녀인 내가 꿈꾸는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을 한 단어씩 적어 내려갔다. 마치 랩퍼가 된 것처럼 글자 수와 라임을 맞춰서!
작곡가이자 가수이신 분께 조심스레 가사를 보내드렸는데 정말 놀랍게도 한 번에 통과가 되었다. 너무 유치하고 초보 티가 나서 이 노래에 못 쓰겠다 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쁜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 가사를 쓴다고 하길래 수정할 부분이 정말 많겠구나 걱정했는데,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노래에 써도 될 것 같다.”는 말씀에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다만 랩이 들어가는 부분도 작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셨을 때 랩이 생소하고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며 랩퍼 분께 부탁 드렸다.
“너를 볼 때면 나는 하늘을 날아 오 나의 마음은 커다란 날개 달고서. 두 손을 가득 모아 오늘도 기도해. 너의 마음이 내게 다가오기를.” 첫사랑의 수줍은 마음과 처음으로 내가 쓴 글을 세상에 공개하는 마음이 비슷하게 느껴졌고, 가사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되어 두근두근 매일을 설렜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사한 곡이 된 이 노래 <다가가기>를 아직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가끔 듣곤 한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내 노래가 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는 다들 공부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던 작은 일탈의 추억이기도 하고, 내 마음을 수줍지만 진심을 다해 표현해 낸 첫 작품이라 마음이 애틋하다. 아직도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 못했지만,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개할 날도 올 거라 믿는다. 기회가 되면 더 성숙해진 감성의 가사도 써보고 싶다. 이제는 고3이던 그 때보다 감정도, 표현도 조금 더 자연스럽고 풍부해졌을 테니 다시 한 번 작사에 도전해보고 싶다. 많은 노래를 들으며 그 가사에 위로 받았던 사춘기의 나처럼 내가 쓴 가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촛불 하나가 두 개, 세 개가 되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