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영국 음식은 정말 맛이 없어?'라고 물어봐.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해.
"영국에 있을 때는 영국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그게 아니란 걸 깨닫지."
영국 음식이 '엑, 맛없어.'는 아니야. 워낙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 보니까 막상 영국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응? 맛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하지만 한국에 와서 온갖 다채로운 종류의 풍미가 넘치는 음식을 먹으면 그때 알게 되는 거야. 아, 영국 음식은 맛이 없었구나. 오죽하면 영국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이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버거였겠어. 알고 보니 이 버거집은 미국 프랜차이즈더라고.
영국 음식 중에 유명한 것은 기껏해야 피시 앤 칩스야. 말 그대로 생선(주로 대구) 살 튀김과 감자튀김이지. 이것부터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지. 생선에 간을 해서 밀가루 묻혀 튀기는 게 어려워봤자고, 풍미가 다양해 봤자야. 그런데 우리는 대표적인 사이드 디쉬가 김치야. 들어가는 재료는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데 그 과정은 더 복잡해. 그 사이드 디쉬를 한 조각 입에 넣으면 매운맛, 짠맛, 단 맛, 감칠맛, 발효된 맛, 사이다 맛 등등 별별 맛이 다 느껴져. 더 이상 설명은 불필요한 것 같아.
대신 한 가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있어. 바로 디저트야.
내가 영국에서 살이 찐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디저트 때문이야. 정말 정말 맛있어. 애프터눈 티세트, 스콘, 크럼블, 이튼 메스 등 종류도 엄청 다양해. 그냥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디저트만으로도 우리나라 웬만한 카페에서 먹는 정도의 맛을 보장할 수 있어. 게다가 영국은 마트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큰 맘먹고 사 먹을 필요도 없어. 그러다 보니 소리 없이 오는 볼살과 뱃살은 좀 주의해야 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식 디저트는 바로 스콘이야.
영국에서 먹은 스콘의 맛이 그리워서 한국에서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아직 현지의 맛을 내는 곳을 못 만났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클로티드 크림' 때문이야. 이게 뭔 크림인지 한국에서는 알 수가 없어. 나도 영국에 가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 이 크림은 저온 살균법 처리를 거치지 않은 우유를 가열해서 만드는 노리끼리하고 조금은 꾸덕한 크림이야. 이게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데 퍽퍽한 스콘, 그리고 딸기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부드러움을 더해줘.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먹는 방식이 지역별로 달라. 어느 지역은 크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잼을, 어느 지역은 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크림을 발라. 이걸로 각 지역 사람들끼리 갑론을박한다던데 나는 개인적으로 잼을 바르고 크림을 얹으면 진한 잼의 단맛보다 부드러운 크림이 먼저 느껴져서 좋더라고. 어떻게 먹던지 간에 이 '클로티드 크림'은 없으면 안 되는 스콘의 베스트 프렌드인 거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해.
영국 음식은 모르겠지만 영국 디저트는 정말 맛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