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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Mar 07. 2018

패션을 사유하다

철학으로 읽는 패션의 인문학 

글쟁이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입니다. 저는 오랜동안 패션전시를 기획하고 패션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왔습니다. 미술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패션의 세계를 다룬 <샤넬 미술관에 가다>나 인문학적 바탕 위에서 우리의 옷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 패션의 아이템의 역사를 다룬 <옷장 속 인문학>을 쓴 저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일보의 패션 칼럼니스트로 오랜동안 글을 쓰기도 했지요. 저는 패션이란 무궁무진한 소재거리를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서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오늘날 큐레이션이란 단어는 미술관을 박차고 나와서, 일상의 수많은 정보를 편집하고 정리하는 철학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한 벌의 옷에는 정말이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연극의 드라마 투르기 작업에도 동참했으며, 텔레비전 드라마를 쓰는 방송작가들에게 패션의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KBS와 EBS에선 패션 관련 다큐멘터리도 만들었지요. 


브런치를 시작하는 이유 

저는 브런치를 통해 책 출간의 기회를 얻을 필요가 없는 기성 작가입니다. 이미 저는 출판계와 너무 거리가 가까와요. 하지만 브런치는 제가 오랜동안 써왔던 블로그와는 다른 결의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문연재 형식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패션과 결합할 그 무엇의 세계를 써보려고요. 제가 고른 테마는 철학입니다. 특히나 패션과 철학은 그 결합이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쾡한' 눈으로 보는 편견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패션을 여전히 여성들만의 세계로 보는 남성들은 적지 않습니다. 패션을 통해 사회를 읽거나 비평하는 행위 조차도 너무 '핫'한 이슈들을 묶어내려고 하다보니, 제대로 된 평론과 담론이 만들어지질 못했습니다. 신문지면을 통해서 글을 써온 제가 많이 반성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철학과 패션의 만남

철학이란 렌즈로 패션을 보고 싶었습니다. 오랜동안 서양철학사를 끙끙대며 읽었고, 다양한 지성공동체를 다니며 철학의 단단한 개념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제 것으로 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아마도 '죽는 날'까지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생각같아선, 제가 글에서 다루고 싶은 각 철학자를 전공하신 분들만 큐레이션을 해서 이 분들에게 패션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요청을 하고 싶기도 했으나, 역시나 이 분들은 패션에는 '원론적으로'는 관심이 있지만 이 분들의 관점은 시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패션의 속도에 멀미를 하시더군요. 패션과 철학이라는 두 개의 렌즈로 서로의 몸을 비춰봐야 하는데, 사실 양쪽을 다 정통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철학자들의 핵심적 사유와 패션을 연결하고 싶다는 의지는 제 안에서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저는 이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철학자들의 관점으로 패션의 세계를 엄밀하게, 그러나 따스하게 껴안으며 읽어보고 싶습니다. 철학이 제게 가르쳐준 것은 다른게 아니었습니다. 철학자도 결국 이 세계의 일원이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그 마음으로 패션이란 저에게는 꽤 친숙하다고 '정신승리'하는 영역을 '낯설고도 깊게' 응시하며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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