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셋 리뷰

by 필름과 펜

영화 비포 선셋 리뷰 (Film#11)


(영화 속, 셀린과 제시의 모습)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속편인 이 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은 "비포 트릴로지"의 2번째 영화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헤어졌던 셀린과 제시의 9년 후 재회를 다룬다.


제시는 셀린과의 하루를 잊지 못해 6개월 후에 다시 빈으로 갔지만 셀린은 할머니 장례식 때문에 갈 수 없었고 제시는 그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여 작가가 되는데 그 배경엔 책이 알려져서 셀린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의도도 숨겨져 있었다.


제시는 자신의 책 출간기념회를 위해 프랑스로 가게 되고, 제시의 책을 읽게 된 셀린이, 제시가 온다는 정보를 접하고 제시가 있는 서점으로 찾아가서 둘의 재회가 이뤄지게 된다.


영화 제목이 "비포 선셋" 즉, "해가 지기 전"이라는 뜻은 "제시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의 한정된 시간"을 말하는 것이지만, 인생으로 볼 땐 "비포 선라이즈"가 "젊음, 청춘"으로 본다면 "비포 선셋"은 9년이 흐른 현재의 "제시"와 "셀린"을 상징하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일몰 전"이라는 의미는, 낮은 지나가지만 밤은 다가오는 전환의 시간이기도 한데,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제시와 셀린의 현재의 상황에서 변곡점이 되는 중요한 시점을 의미하는 것으로~여러 모로 영화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의 특징은 전편처럼 둘만의 대화 위주에, 6~7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하여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실제 남녀가 대화를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연출했으며, 80분의 러닝타임과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일치하는 것도 특징이 되겠다.


전편처럼, 이번에도 감독, 두 주연배우가 대본 작업에 참여했으며, 실제 경험, 느꼈던 감정 등을 대본 속에 녹여냈다고 한다.


같은 주연 배우들과 같은 감독이 9년 후에 다시 함께 작업을 했으므로 9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외모 변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9년 전의 제시와 셀린이, 얼마나 꿈이 많고 낙천적이며 젊음 그 자체의 해맑음이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특히 셀린은 싱그럽고 너무나 긍정적인 생각만을 했던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으나 이 영화에서는 환경운동가로 변모해 있다!


미혼이며 남자 친구는 종군 사진작가이며 아이는 없고, 반면 제시는 결혼을 했으며 아들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영화는 짧은 만남 속에, 처음엔 서먹함이 잘 투영되어 있으며 점점 친밀해지면서 솔직함이 묻어 나오는 게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셀린은 제시와 친밀해짐의 상징으로, 겉옷을 벗고 묶었던 머리를 푸는 것 등이 보이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 셀린의 검은 민소매 옷이 참 셀린과 잘 어울렸다고 느꼈다. 특히 바람이 불 때 살짝살짝 드러나는 맨살이 매력적으로 보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옷은 햇살이 비출 땐 부분적으로 시스루여서, 함께 배 안에서 대화를 나눌 때에 제시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는데, 처음엔 내숭을 떨던 쟈켓 차림의 셀린에서, 솔직해지면서 검은 민소매 차림으로 변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제시


"내가 책을 쓴 이유가 확실해졌어. 자시가 찾아오면 꽉 잡으려고"


"결혼식날 잡고도 자기 생각만 했어!"


"난 1년 365일 불행해!"


제시는 현재 결혼 생활이 위태한 상황이며, 책을 써서라도 셀린을 다시 만나보고 싶었을 정도로 셀린에게 진심이었다. 그런 제시가 셀린과 만나게 되었던 것!


셀린


"자기 수염의 붉은빛 털고 기억나, 떠나기 전 그 새벽의 빛나던 모습... 그 모습이 늘 그리웠어!"


"그날 밤, 내 모든 걸 쏟아부어서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영화에서 셀린은 차를 타고 자신의 집에 제시와 도착했을 때 제시를 끌어안으면서 "테스트해봐야지, 내가 껴안으면 허물어지는지!"라고 말하는데 셀린 역시 제시를 놓고 싶어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영화"비포 미드나잇"을 보면 두 사람은 부부가 되며 아이들의 부모가 되는데...


두 사람의 선택이 절대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새로운 시작이 앞에 놓여있음을 여러 대사들을 통하여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니나 시몬의 "Just In Time"


이 영화는 전편처럼 클래식 음악이 아닌, 줄리 델피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던 "A Waltz for a Night"와 "Nina Simone"의 노래가 두 사람의 상황과 결말을 말해주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셀린이 제시 앞에 나타났을 때, 절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제시만큼 그녀 역시 진심이었음이, 셀린의 왈츠곡과 그녀의 방에 놓여있던 CD를 통해 드러나는데... 가사를 음미해 보자.


"Just in Time"(딱 맞는 때에)

딱 맞는 때에 당신을 찾았어요.

당신이 오기 전, 내 시간은 다해가고 있었죠

나는 길을 잃었고 지는 주사위는 던져졌어요

내 모든 다리는 불타버렸고 갈 곳이 없었죠

이제 당신이 여기 있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겠어요

더 이상 의심도 두려움도 없어요. 내 길을 찾았으니까요

사랑이 딱 맞는 때에 찾아왔어요

당신이 딱 맞는 때에 나를 찾아주었죠

그리고 그 아름다운 날, 내 외로운 삶을 바꿔주었어요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는 이 노래는 마치 "셀린"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인데 셀린이 니나 시몬을 흉내를 내는 시퀀스에서는 특히 더 그러한 느낌을 준다. 니나 시몬은 곧 "셀린"이라는 느낌!


노래 제목인 "딱 맞는 때에"라는 것도 결국 둘의 상황이 바뀌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복선이며 셀린의 대사에서도 니나 시몬이 노래 도중, 관객과 대화를 하다가 새로운 노래를 시작하곤 했다고 말하는데 결국, 셀린도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됨을 암시한다고나 할까.



"자기, 이러다가 비행기 시간 놓쳐"

셀린은 엉덩이를 흔들며 니나 시몬 흉내를 내며 말하는데 이때 제시는 "알아!"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결혼반지를 슬쩍 만지작 거린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제시의 선택이 무엇일지~ 관객은 어느 정도 확신하게 되는데, 제시가 셀린 곁에 남는다는 선택을 할 거라는 거다...


즉, 무심히 그냥 흘러나온 음악이 아니라, 핵심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선곡된 노래였으며, 이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한다.


어찌 보면 나는 세 편 중에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것도 같은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두근두근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기 때문!


딱 이 영화랑 똑같은 건 아니지만, 유사한 느낌을 느꼈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운명적인 사랑을 말하면서도 그 운명 또한 노력이 포함되었음을 분명히 하는데, 제시가 책을 써서 셀린에게 자신을 알리고 셀린도 제시에게 찾아갔으므로 운명적인 사랑이 성립되었음을 강조한다.


물론, 윤리적으로 봤을 때엔 문제가 없는 영화가 아니므로 판단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


이렇게 영화 "비포 선셋"의 리뷰를 마친다.



*포토 정보 출처: 나무위키,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