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북샵 리뷰 (The Bookshop, 2017)

책이 만드는 조용한 변화의 이야기

by 필름과 펜

영화 북샵 리뷰(Film #13)


1959년, 변화를 거부하는 마을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의 영화 "북샵"은 페넬로페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페넬로페 피츠제럴드가 41세에 실제로 서점을 운영했던 경험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서점 상업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북샵의 플로렌스(에밀리 모티머)가 책을 읽고 있음


1959년, 영국 해변 마을 하드버러!

16년간 홀로 지낸 과부 "플로렌스"(에밀리 모티머)는 남편과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 서점을 연다.


이 결정은 개인적 추모이자 동시에 공동체를 향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서점이 없는 마을에 서점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시도였다.




1. 왜 서점은 위협이 되었는가


수요없음의 진실


(극중, 플로렌스가 서점을 열게 되나 어려움을 겪게 됨)


하드버러에 서점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플로렌스는 이를 기회로 보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점이 부재한 것은 필요성의 부재를 의미했다. 마을 사람들은 책을 원하지 않았다.


몇 줄만 읽어도 졸음이 쏟아지는 사람들. 바다와 노동과 가십으로 충분한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에게 책은 불필요한 사치였고 어쩌면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보수 세력의 본능적 거부


극중, 마을의 실질적 권력자 바이올렛(패트리샤 클락슨)의 모습


장군의 아내이자 마을의 실질적 권력자인 "바이올렛"(패트리샤 클락슨)은 서점을 반대한다.


표면적 이유는 서점 건물을 예술센터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새로운 것의 유입기존 질서의 흔들림을 의미한다. 책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권력 구조를 위협한다.


바이올렛이 두려워한 것은 서점 자체가 아니라, 서점이 촉발할 변화의 파장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부동산 분쟁이 아니다. 지식과 무지의 싸움이며, 변화와 현상유지의 대립이며, 궁극적으로는 권력과 자유의 충돌이다!




2. 에드먼드- 먼저 희생된 자


은둔이 아닌 추방


영화 북샵의 에드먼드(빌 나이)의 모습


외곽 저택에 홀로 사는 에드먼드(빌 나이)! 영화는 그를 은둔자로 소개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그는 스스로 세상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을에 의해 밀려난 것이다.


원래 사교적이었던 그를 고립시킨 것은 마을 사람들의 소문과 편견이었다.


그의 아내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들, 그에 대한 제멋대로의 판단들. 에드먼드는 플로렌스보다 먼저 마을의 보수성에 패배한 희생자였다.




하드버러의 괴물


마을 사람들은 에드먼드를 괴짜 취급했지만, 정작 괴물은 그들 자신이었다.


집단의 편견이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에드먼드의 존재는 그 살아있는 증거인 셈!


극중, 에드먼드와 플로렌스가 만남을 갖는 씬


플로렌스와 에드먼드가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두 사람 모두 마을의 이방인이며, 책을 통해서만 진정한 소통을 나누는 고립된 영혼들이다...




3. 적갈색 사람들- 색으로 말하는 영화의 언어


빨강과 적갈색의 차이


(극중, 플로렌스가 옷을 입어보는 씬)


영화는 색채 언어를 섬세하게 사용한다.


마을 사람들이 "빨강"이라면 플로렌스와 에드먼드"적갈색"이다.


빨강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감정적이고 본능적이다. 반면 적갈색은 복잡한데~ 빨강에 다른 무언가가 더해진, 층위가 있는 색이다.


문학적 감성과 성찰의 깊이, 순수함과 우아함이 섞인 색!


이 색의 차이는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적 차이, 세계를 보는 방식의 차이를 시각화한 것이다.




크리스틴의 변화- 전달되는 적갈색


영화 북샵의 "크리스틴"의 모습


서점에서 일하는 소녀 "크리스틴"은 처음엔 영리한 아이로만 보인다.


하지만 영화 후반, 우리는 그녀가 변화했음을 깨닫는다.


빨강이었던 아이가 적갈색이 되어간다.


책을 통해, 플로렌스를 통해, 그녀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된다. 이것은 이 영화가 말하는 교육의 본질이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존재 방식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4.패배인가, 승리인가 - 서점을 잃은 여인의 진짜 유산


물리적 패배의 불가피함


플로렌스는 권력에 맞서 싸우지만 서점 문을 닫게 된다.


플로렌스는 최선을 다한다.

용기와 의지로 맞서지만 권력의 벽은 높다. 에드먼드마저 세상을 떠나고 결국 서점은 문을 닫는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관객은 이 결말에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통쾌한 반전도 정의의 승리도 없다. 선한 사람이 지고 악한 권력이 이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보이지 않는 승리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지막 몇 분에 드러난다.


내레이션의 주인공"나이 든 크리스틴"이었다는 반전과 함께, 우리는 깨닫는다.


플로렌스는 서점을 잃었지만, 더 중요한 것을 남겼음을...


크리스틴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그녀가 플로렌스를 평생 기억하며 살아왔다는 사실,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사실!...


이것은 패배가 아니라, 가장 깊은 차원의 승리다!




용기의 전염성


진정한 용기와 열정은 전염된다.

플로렌스가 에드먼드에게서 받은 위안과 연대감을, 그녀는 크리스틴에게 전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자신의 서점을 통해 다시 다른 이들에게 전할 것이다.


권력은 건물을 빼앗을 수 있지만, 영혼의 연결은 빼앗을 수 없다.


바이올렛은 건물을 차지했지만, 플로렌스는 미래를 품었다.




5.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외롭지 않다" - 이 문장의 무게


플로렌스의 이 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고립된 영혼들이 만나는 장소이며, 에드먼드와 플로렌스가 그러했고 플로렌스와 크리스틴이 그러했다.


책을 매개로 한 연결은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다.


저택에 갇힌 에드먼드도, 마을을 떠난 플로렌스도, 서점에서는 외롭지 않앗다. 왜냐하면 책은 시공간을 넘어 영혼으로 이어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이올렛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녀는 건물만 보았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조용한 혁명은 못 본 거였다...



6. 영화적 장치들- 형식이 내용이 되는 순간


내레이션의 반전


영화 내내 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는다. 이 내레이터가 누구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언급했듯, 영화가 끝나기 직전, 우리는 알게 된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이 든 크리스틴임을...


이 반전은 단순한 기교라기 보단, 플로렌스의 유산이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다. 크리스틴은 평생 플로렌스를 기억하며 살았고, 이제 그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고 있다.




편지 읽기의 특별함


극중, 에드먼드의 정면샷-편지 내용이 됨


대부분의 영화에서 편지는 내레이션으로만 처리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편지를 받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편지를 쓴 사람의 정면샷이 등장한다.


에드먼드가 플로렌스에게 편지 쓴 내용이 공개될 때, 우리는 그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


이 장치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편지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영혼의 대화다!


카메라는 이것을 얼굴의 직접적인 제시로 표현한다.




7. 느린 템포- 관조와 음미의 미학


관객에게 던지는 도전


이 영화는 흐름이 느리다.

극적 사건도 적고 액션도 없다.

빠른 편집과 자극적 전개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느림은 의도한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느리다.

성찰과 사유는 시간이 필요한 법!


영화는 자신의 주제에 맞는 속도를 선택했다. 책에 대한 영화가 책처럼 느린 것은 당연하다...




바람과 파도- 감각적 몰입


해변 마을의 바람, 파도 소리, 오래된 건물의 질감.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관객은 단순히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드버러를 경험한다.


바람이 불 때, 우리도 그 바람을 느낀다.

이것이 영화가 느린 템포를 통해 얻은 것이다. 감각적 몰입과 정서적 공명!...




8.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


플로렌스는 끝까지 우아함을 유지한다.


바이올렛의 방해 공작에도, 에드먼드의 죽음에도, 서점 폐업에도, 그녀는 품위를 잃지 않는다.


악의에 대응하지 않고 좌절에 굴복하지 않으며, 패배 속에서도 존엄을 지킨다.


이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권력은 소리를 지르고 위협하지만, 진정한 힘은 조용하다. 플로렌스의 조용한 용기가 결국 크리스틴의 인생을 바꾸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다.




9. 올바름의 고독


(플로렌스가 서점을 잃고 마을을 떠나는 모습)


올바른 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종종 외롭다.


플로렌스는 올바른 일을 했다. 마을에 지식을 전했고 문학을 나누었으며 아름다움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고독과 패배였다.


그렇다면 올바름은 무의미한가?


아니다, 영화가 보여주듯, 올바름은 즉각적 보상을 주지 않지만, 긴 시간 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크리스틴이라는 열매를...




10. 책의 위대함- 보이지 않지만 변하지 않는 힘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책의 힘이다.


책은 위안을 준다. 플로렌스가 남편을 잃은 슬픔 속에서 책을 통해 위로받았듯.


책은 용기를 준다. 에드먼드가 고립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책 때문이었고, 플로렌스가 마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점을 연 것도 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책은 연결한다. 고립된 개인들을 보이지 않는 실로 엮는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리고 책은 전염된다. 플로렌스에서 크리스틴으로, 그리고 크리스틴의 서점을 찾는 또 다른 이들에게로...




우리는 모두 적갈색이 될 수 있다


(주연 에밀리 모티머와 이자벨 코이젯트 감독 모습)


페넬로페 피츠제럴드는 41세에 서점을 운영했고 그 경험을 바탕삼아 소설로 남겼다. 이자벨 코이젯트는 그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리뷰를 쓰고 있으며,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있다.


이것이 바로 책이, 이야기가, 예술이 하는 일이 아닐까?


한 사람의 경험이 다른 사람의 영감이 되고, 그것이 또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며, 계속해서 전해진다. 플로렌스가 크리스틴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는 모두 빨강으로 태어난다. 단순하고 본능적인 존재로...


하지만 책을, 예술을, 아름다움을 만나면서 우리는 적갈색이 된다. 더 복잡하고 더 깊이 있고, 더 풍요로운 존재로...


영화 "북샵"은 바로 이 변화의 과정을 담은 영화다.


조용하지만 혁명적인, 느리지만 깊은, 슬프지만 희망적인 이야기...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도 이미 적갈색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정보


원제: The Bookshop(2017)


감독: 이자벨 코이젯트(Isabel Coixet)


원작: 페넬로페 피츠제럴드의 1978년 동명소설


주연: 에밀리 모티머, 빌 나이, 패트리샤 클락슨


장르: 드라마


국가: 독일, 영국, 스페인


러닝타임: 112분 (전체관람가)




*포토 출처: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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