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다른 점
영화 "조제"는 소리 없이 영상만 봐도 빼어난 시각적 아름다움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아울러 조제가 사는 집 소품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해서 화면 정지를 시켜놓고 봐도 재미있는데 "숨은 그림 찾기"에서 눈에 띄지 않는 물건들이 쑥 고개를 드러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작인 이 영화는 원작과 비교를 안 할 수는 없는데 일단 나는 이 영화 자체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이다.
이 영화를 전혀 모르는 분들께 한마디로 영화를 정의한다면 원작 영화도 그러한데, 장애인 여성 "조제"와 평범한 남자 대학생과의 첫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조제(한지민)는 고아원에서 자랐으나 그녀를 거둬준 할머니 덕분에 지금의 이 집에서 살고 있으며 하지 장애가 있는 그녀는 바깥 세상보단 집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고물 TV가 있지만 고장나서 무용지물이며, 조제는 사진 한 장만 갖고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세상과의 지속적인 소통보단 자신의 상상과 공상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마치 캐나다 민속 화가 "모이 루이스"가
심한 관절염 때문에 늘 집에 틀어박힌 채, 작은 창문에 의지하여 창문 밖에 보이는 세상을 그려냈던 것처럼,
조제는 창문 쪽의 콘트리트 벽 사이의 틈을 보면서~ 마치 그 틈이 TV 라도 되는 듯, 그 틈을 통하여 상상 속의 세상으로 향한다.
"나는 네가 상상하지 못할 세상을 보면서 살아왔어. 그리고 이곳에서 여행을 멈추고 쉬고 있어!"
쉬기위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조제!
화가 "모이 루이스"의 집 창문이 그녀와 그림 세상을 연결시켜 주었던 매개체라고 한다면 조제에겐 콘크리트 벽 틈이 상상의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하여 조제는 그곳을 통하여 호랑이를 보기도 한다. 상상이 투영된 세상! 할머니와 살 땐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그녀가 다른 세상을 알게 된다. "영석"이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말이다!...
영석은 평범한 남자 대학생으로, 지방대에 다니는 많은 학생들처럼, 졸업 후 취직에 대한 불안감이 큰데 특히 교수 추천이 절실하므로 여교수의 성적 요구와 남 교수의 논문 돕기 등 하기 싫은 일들도 수용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 교수들이 시키면 뭐든 하고 있는 모습은 현실 세계를 반영한 모습이며 이런 영석이어서 그는 연애에 수동적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영석은 조제와 처음 만나게 된다.
방안에 틀어박혀 상상 속 세상에서만 지내던 조제에게~ 다른 세상인 영석의 세상으로 통하게 되는 하나의 매개체가 만들어지는데 그건 바로 스티커에 써놓은 그의 전화번호였다! 그것은 조제를 영석의 세계로 연결시켜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상상 세상 속에 살던 조제는 영석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서 영석의 세상에서 살게 된다. 둘은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일본 원작 영화에서는 남주가 조제의 장애 때문에 심적 갈등을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장애를 별로 개의치 않게 느끼는 듯 보였다.
둘은 사귀다가 헤어지는데 이유가, 장애라는 장벽 때문이라기보다 평범한 남녀의 만남에서도 그러하듯 어느 순간 헤어져야 할 때를 느끼고 헤어지는 듯 보였다...
가장 밝고 활기찬 장소 놀이공원에서
감독은 둘의 헤어짐을 암시하는데 조제의 얼굴은 많이 굳어있으며 관람차에서도 업혀있는 조제가 제때 관람차 문을 열지 않아 한 번 더 타게 되는 시퀀스에서도 이별은 암시되고 있다.
바닥의 물웅덩이 속에 투영된 두 사람이 탔던 관람차의 모습도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지고 또 물웅덩이를 누군가 밟고 지나가는데 그로인해 뭉개진 물웅덩이 역시 둘의 이별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헤어짐의 이유는 조제의 결정이 중요한 원인이었으나 둘의 여러 복합적 심경이 이별을 불러온 거라고 생각되었다. 언급했던 관람차 시퀀스는 이별을 암시하며 수족관 시퀀스에서는 둘의 결별 직전의 모습을 조명한다.
아린 이별 후 5년이 지났고 조제의 길어진 머리카락의 변화만큼 그녀 주변엔 여러 변화가 보이는데 조제만의 상상의 세계로의 매개체였던 콘크리트 벽 틈이 메어진 것이 보이고 영석의 전화번호도 지워져 있으나 그것이 그녀의 깊은 고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조제는 이제서야 스스로 현실 앞에 발을 내딛고 서는데 조제의 자동차 운전이 그것을 증명한다! 왜 이 영화가 제목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아닌 그냥 "조제"가 되었는지를 납득시키는 부분이기도 한데 조제는 상상 속에서 호랑이가 나왔던 그 콘트리트 벽을 막았으며 영석과 함께 봤던 수족관의 물고기 역시 추억으로만 존재한다는 듯 물고기는 자동차 장식 걸이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 "조제"는 조제가 홀로서게 되기까지 때론 힘들고 아렸으며 때론 행복했던 여정을 섬세한 터치와 느린 템포로 담아낸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 영화 "조제"는 개인적으로
여주 캐릭터가 일본 여주에 비해 더 내면이 성숙하고 사려가 깊게 느껴졌고 더 어두운 면도 보이며 산책, 요리 면에서도 다른 등 여러 소소한 차이가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건 일본 영화가 성적으론 좀 더 자유롭고 사랑 표현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일본 영화는 주변인들의 비중이 큰 데 반해, 한국 영화는 주인공 두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이 가장 큰 차이로 보였다. 예를 들어, 부모님 이야기도 배제되어 있다!
아울러 일본 영화에서는 남주가 조제를 못 보는 것에 비해 한국 영화에서는 우연히 보게 되어 눈시울이 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두 영화엔 공통점도 있는데 장애인이 나와서 특별한 게 아닌, 평범한 사랑이라는 것! 어떤 이와의 만남이든 소중하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모두 귀한 일이라는 걸 강조한다. 음악이 과잉으로 신파였던 게 좀 불편했고 또한 어떤 극적인 부분이 없이 그저 물 흐르듯 고요하기만 해서 살짝 답답한 감도 있었으나 그런대로 인상적이었던 영화였다.
이상으로 영화 "조제"의 리뷰를 마친다.
*정보 포토 출처* IMDb,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