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 인 서울 리뷰 혼자여서가 아니라 혼자니까

시대를 담은 로맨스 영화

by 필름과 펜


영화 싱글 인 서울 (Film#24)


대한민국에는 800만이 넘는 1인 가구가 존재한다. 800만 개의 섬!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루틴으로, 각가의 시간표를 갖고 살아간다.


영화 "싱글 인 서울"은 그 섬들 중 하나에 사는 "영호"와 "현진"의 이야기다.




영호: 완벽한 싱글의 페르소나


극 중 영호(이동욱)의 모습


"영호"는 논술 1타 강사로 싱글 예찬 SNS를 올려서 파워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연애는 사절이고 싱글 라이프를 지향하는 영호!


남산타워에 '영호♡영호' 자물쇠를 거는 남자. 혼밥 사진을 올리고, 싱글 라이프의 장점을 설파한다. 그의 SNS는 완벽하다. 너무 완벽해서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SNS는 연출이다. 우리는 가장 좋은 각도로 찍은 사진을,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올린다. 영호의 SNS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싱글 라이프는 페르소나일 뿐, 그 뒤에는 트라우마가 숨어 있다.




현진: 나 홀로 썸 타는 여자


극 중, 현진(임수정)의 모습


"현진"은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 하지만, "연애 촉"은 제로이며 혼자만 썸을 타곤 한다.


현진의 '나 홀로 썸 타기'는 현대인의 전형이다. 상대는 관심 없는데 혼자 그린라이트를 본다. 우리는 종종 실재하지 않는 관계를 상상한다. 없는 연애를 혼자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진짜 관계는 위험하니까.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차라리 상상 속 썸이 안전하다.




만남, 그리고 책

출판 사장 진표(장현성) 소개로 두 사람은 만난다


한편, 출판 사장 "진표"의 추천으로 영호는 "싱글 인 서울"이라는 책의 저자를 제안받게 된다. 사실 영호와 현진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렇게 영호와 현진은 "싱글 더 시티 시리즈"의 작가와 편집자로 만나게 된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은 낭만이다. 느리고, 아날로그적이고, 물리적이다. 손에 잡히고, 냄새가 나고, 페이지를 넘기는 촉감이 있다.


출판사 사장 진표는 책이 안 팔려도 계속 만든다. 독립서점 주인 경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효율보다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싱글 라이프도 마찬가지다. 결혼이 효율적이라면, 싱글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효율이 전부는 아니다. 비효율적이지만 가치 있는 삶이 있다.


출판사는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다. 인생도 일종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고 바꿔서 생각할 수 있겠다. 영호는 싱글라이프를 문자 그대로 실천한다.




주옥의 등장


극 중, 주옥(이솜)의 모습


영호의 첫사랑인 "주옥"과 "영호"는 현진의 출판사 프로젝트인 "싱글 더 시티 시리즈" 때문에 재회하게 된다.


영호는 "싱글 인 서울"의 책을 쓰고, 주옥은 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싱글 인 바르셀로나"를 맡게 된 것!


에세이라는 장르 상, 과거를 얘기하게 되면서 첫사랑 이야기를 둘 다 쓰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의 과거가 재조명된다.




서울과 바르셀로나: 두 도시, 두 삶


영호는 서울에, 주옥은 바르셀로나에 산다.


서울은 빠르다. 밀도가 높다. 체계적이다. 모든 것이 계획되고, 정리되고, 효율적이다. 영호는 서울처럼 산다. 계획적이고, 통제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느리다. 여유롭다. 자유롭다. 즉흥적이고, 유연하고, 개방적이다. 주옥은 바르셀로나처럼 산다. 자유롭고, 유동적인 삶이다.


두 도시의 기질이 두 사람의 성격과 겹친다.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기억의 불확실성


영화는 영호가 책을 위해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그가 기억하는 첫사랑을 화면에 담는다. 나중에 "주옥"이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그의 기억 속 첫사랑과 주옥의 기억은 다른 게 드러난다.


영호의 기억 속 과거 본인의 행적은 잘못도 없었고 문제도 없었으며 주옥의 돌발 행동으로 이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옥의 기억은 달랐던 것!


결국 영호는 자신의 기억이 다 맞지 않으며 생각했던 것처럼 이별의 까닭이 주옥 때문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된다.




자기 합리화의 메커니즘



영호는 10년 넘게 첫사랑에 갇혀 있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첫사랑은 왜곡되어 있다. 자신은 완벽한 남자였고, 주옥은 이기적인 여자였다고 믿는다.


이것은 자기 방어다. 상처받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편집한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불완전한 서술자다. 기억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이다.


영호가 책을 쓰는 과정은 일종의 치유다. 기억을 재정리하고,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다. 글쓰기는 자기 고백이다.




'상실의 시대'와 만화책


영호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주옥은 그를 만화책 읽는 남자로 기억한다. 영호는 스스로 확인을 통하여 자신이 만화책을 읽었다는 걸 알게 된다.


하루키의 소설은 감성적이고 철학적이다. 만화는 대중적이고 가볍다. 이 책들의 대비는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는지를 상징한다.


우리는 같은 순간을 살아도 다른 이야기를 기억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느끼는 사랑은 같지 않다. 각자의 버전이 있을 뿐.




영호의 깨달음


영화는 영호와 현진의 성장을 다룬다. 사랑의 의미를 함께 찾으며 그들은 성찰하고 성장하게 된다.


특히 영호는 싱글 라이프를 하면서 "싱글" 그 자체는 혼자서 이뤄낸 것이라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진과 책을 통해 관계의 중요성, 즉 혼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여러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혼자여서'와 '혼자니까'의 차이


영호가 현진에게 지적하는 이 표현의 차이는 영화의 핵심 테마다.


'혼자여서 좋다'는 수동적이고 체념적이다. 어쩔 수 없이 혼자인 상태. '혼자니까 좋다'는 능동적이고 선택적이다. 스스로 선택한 상태를 말하지 않나.


영호는 사실 '혼자니까'가 아니라 '혼자여서' 산 사람이다. 선택이 아니라 도피였던 것. 첫사랑의 상처에서 도망쳐 싱글 라이프라는 세계로 숨어든 거였다.


이 언어의 차이가 영호의 성장을 압축한다. 수동에서 능동으로. 도피에서 선택으로.




혼자를 떠받치는 관계들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를 암시하며 마무리되나, 정확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연애, 사랑이 아니라, "싱글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그 라이프 자체일 테니까.


혼자만의 삶은 절대 혼자서 해낸 것이 아니다. 출판사 사장 진표, 편집자 현진, 독립서점 주인 경아, 친구들. 이들이 있어서 영호의 싱글 라이프가 가능하다.


우리는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니다.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SNS가 그렇고, 책이 그렇고, 우연한 만남이 그렇다.



이 영화는 서울의 여기저기를 너무나 아름답게 완성시켰다.


거리 곳곳 무심코 지나는 장소가 영화 속에서는 의미 가득한 장소로 거듭나며 빛을 발한다.


옛 고궁, 남산타워의 야경 등 SNS 속에 담은 서울의 너무나 아름다운 곳곳은 감탄이 절로 난다.




서울이라는 캐릭터



서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하나의 캐릭터다.


밤의 서울은 외롭다. 수백만 명이 살지만 각자의 불빛 아래 각자 혼자다.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그 외로움조차 낭만적이다.


영화는 서울의 양면성을 포착한다.

혼자여서 외롭지만, 혼자니까 자유로운 도시. 800만 개의 섬이 모여 만든 곳!




아울러 영화에서는 결말이 주옥의 책도, 영호의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데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더 좋았다.


출판사의 실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도시에 사는 30대들의 외로움, 자유로움 등을 성숙한 화법으로 풀어낸 영화였다.


모든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호는 성장했고, 주옥은 과거를 정리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다. 책은 팔리지 않아도, 삶은 부드러워진다.


영호는 더 이상 첫사랑에 갇혀 있지 않다. 주옥은 과거를 담담히 바라본다. 현진은 진짜 관계를 경험한다.


결국, 책의 판매량이 아니라 책을 쓰는 과정이 중요했다. 결과가 아니라 여정이 의미를 만든 거였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를 확정하지 않는다. 그저 가능성을 남긴다.


뻔한 해피엔딩 대신 성숙한 여운을 선택한다.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두 사람이 함께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서로를 통해 배웠다는 것. 성장했다는 것. 변화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는지.




달달하지 않은 로맨스



이 영화는 담백한 게 매력으로 오히려 너무 달달하지 않아서 더 개인적으로 쿨하게 느껴졌다.


요즘 로맨스는 너무 달다.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처럼.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블랙커피 같은 로맨스. 쓴맛도 있고, 여운도 길다.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 10대의 풋풋함도, 20대의 격렬함도 아닌, 30대의 담담함을 적절하게 그려냈다.


"나랑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국에 간다. 하지만 나쁜 여자는 살아서 어디든 간다!"


영화의 명대사들은 가볍게 던져지지만, 무겁게 남는다.


나랑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 이것은 체념일까, 선언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법을.


하지만 동시에 알아야 한다. 혼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영호는 이제 안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혼자니까 좋다는 것을. 그리고 그 혼자를 떠받치는 수많은 관계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혼자 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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