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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역은 배우와, 어떤 배우는 배역과 하나가 된다

2025_21.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by 주유소가맥

1.

영원할 것 같던 무언가도 언젠가는 마지막이 찾아오고 언제나 세상 모든 고생을 다 끌어안고 살 것 같던 에단 헌트도 결국 시리즈를 마무리 짓고 떠나갔다. 그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조직 내부의 배신자를 찾는 정도였던 그의 임무는 멸망의 위기에서 세상을 구하는 무시무시한 스케일로 커졌다. 넷스케이프와 230메가짜리 광자기 디스크가 첨단기술이던 영화 속 세상은 이제 엔티티라는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탄생까지 묘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톰 크루즈다. 결국 그도 사람인지라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눈에 띄게 늘어난 주름살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것 하나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똑같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달리고, 뛰어내리고, 매달리고, 싸운다. 그의 이런 행보는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평가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8편이나 되는 대장정을 완성시킨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톰 크루즈다.


2.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에단 헌트를 대체하는 다른 누군가는 떠오르지 조차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잠시 머리를 굴려 봤지만 여전히 똑같다. 만일 시리즈 중간, 에단 헌트 역할을 다른 배우에게 맡겼더라면, 혹은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캐스팅으로 리부트 했다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에 영향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이를 다시 한번 표현해 보자면, 어떤 캐릭터는 배우와, 그리고 어떤 배우는 캐릭터와 완전히 일체화되기도 한다. 로완 앳킨슨이 아닌 미스터 빈을 상상할 수 있는가? 존 윅은 키아누 리브스만이 가능하고, 토니 스타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토니 스타크인지, 토니 스타크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인지 헷갈릴 정도다. 톰 크루즈와 에단 헌트는 이와 같은 많은 사례들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손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단 헌트는 톰 크루즈와 함께이기 때문에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떤 배우가 오랜 시간 꾸준히 그 캐릭터를 담당하면 우리는 그 캐릭터에 생명력을 느낀다. 배우와 하나로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극 중 인물은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서 실체화되기 시작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반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톰 크루즈는 에단 헌트가 아니었어도 유명한 배우였을 것이고 이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흥행작 많은 탄탄한 배우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가 에단 헌트를 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그 위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3.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이전 시리즈들과 약간 결이 다르다. 물론 시리즈 특유의 아크로바틱 한 액션은 두말할 것 없이 시원하게 보여주지만, 앞선 7편의 영화들보다 훨씬 더 서사에 집중한다. 때문에 8편의 시리즈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이질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물론 가장 이질적이었던 편은 아예 다른 시리즈 같은 스타일을 보여줬던 <미션 임파서블 2>인 것은 변함없다) 물론 오랜 시리즈를 떠나보내기 위해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 시리즈뿐만 아니라 에단 헌트라는 인물을 잘 보내줘야겠다는 일종의 의지로 보이기도 한다.


4.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끝났지만, 우리는 에단 헌트를 기억할 것이다. 톰 크루즈를 볼 때마다 이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고, 이 시리즈를 볼 때마다 톰 크루즈를 평가할 것이다. 이 시리즈와 배우는 하나가 되었다. 떼어놓을 수 없는 질기고 끈끈한 이 관계는 아마 배우의 마지막까지, 아니, 마지막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이번 영화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것은 못내 아쉽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적어도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우리 사이에서 잊힐 때까지 끝나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톰 크루즈를 잊을 날이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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