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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재를 끌어내려 노력하는 일곱 번째 공룡 영화

2025_27.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by 주유소가맥

1.

<쥬라기 공원>이 1993년 영화니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쥬라기 공원>으로만 3편의 영화가 나왔고,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또다시 3편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개봉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7번째 편이자, 세 번째 시작을 알리는 영화다. 한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공룡이 나오는 영화가 재미없을 수 없다고. 공룡이 나오는 데 재미가 없다면 그건 큰 문제라고. 그런데, 7번째 영화다. 7편이나 주야장천 공룡 이야기만 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과연 이번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일곱 번이나 이어나간 공룡 이야기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2.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기대했던 것은 바로 연출을 맡은 가렛 에드워즈다. 나에게는 <고질라>,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이하 <로그 원>)를 통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있는 감독이었다. <고질라>는 몬스터버스의 첫 번째 작품으로, 시리즈 중 가장 준수한 완성도(안타깝게도 이 이후 나온 모든 몬스터버스 영화들이 <고질라>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를 가지고 몬스터버스의 기틀을 다져놓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로그 원> 또한 스타워즈 시퀄 3부작과 앤솔로지 시리즈 모두를 두고 보더라도 가장 준수한 만듦새를 통해 오랜 시간 비어있던 시리즈 사이의 공백을 채워 넣었다고 본다. 미처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장편 데뷔작인 <몬스터즈>와 이번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직전 작품인 영화 <크리에이터> 또한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감독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가 없었다.


3.

쥬라기 월드 포토.jpeg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공룡들의 비주얼을 표현하고, 그 공룡들을 통하여 액션을 구성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감독이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낸 것 같다. 티라노사우루스 등장 씬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폭주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여유롭게 먹잇감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을 긴박하게 도망가는 델가도 가족들과 대비하여 최상위 포식자의 위압감을 묘사하는데, 실제 영화에서 느껴지는 그 위용이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압도적인 공룡 묘사와는 별개로 컴퓨터 그래픽의 부족한 부분들이 몇몇 눈에 띈다. 특히 케찰코아틀루스의 둥지로 내려가기 위해 절벽 위에 올라간 장면에서, 배경으로 깔리는 자연 풍광은 거슬린다 느껴질 정도로 그래픽 처리가 허술하였다. 다만, 이는 연출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의 문제에 조금 더 가까운 것으로 생각한다.


4.

여느 괴수 영화들이 그렇듯, 이번 영화 또한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영화는 이야기를 베넷 일행과 델가도 가족, 둘로 나눠 각각 진행시키는데, 두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합쳐지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는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델가도 가족이 이 영화 내에서 수행하는 임무는 베넷 일행의 동선에 끼워넣기 어려워 보이는 공룡들을 조금 더 보여주는 것이다. 이 얘기는 사실 극 중 델가도 가족이 영화에 있든 없든 큰 영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쓰임새가 정해진 인물들이 가족주의에 대한 주장을 크게 펼쳐놓다 보니 쉬이 공감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공룡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각본을 수정하고, 델가도 가족을 넣고 싶었다면 조금 더 유기적으로 두 이야기가 연결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

쥬라기 월드 포토 (4).jpeg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이번 영화의 큰 특징은 메인이 되는 공룡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 영화에서는 그래도 매 편, 비중을 가장 많이 두는 공룡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끌고 갔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공룡이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비교해 보자면 단계별로 보스전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임과도 같다. 다양한 공룡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지만, 일종의 구심점 역할이 없어져 극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본격적인 '괴물' 공룡들이 나오는 것이 이 시리즈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르겠다. 물론 <쥬라기 공원> 시리즈 자체가 이미 멸종한 공룡들의 유전자를 통해 다시 부활시킨 건데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괴생명체가 조금 더 나온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시리즈의 매력이 실제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인 '공룡'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지, 유전자 조작된 '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공룡 비슷한 괴물이라면, 다른 영화들을 통해서 훨씬 더 본격적인 괴물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겉모습까지 완전 '괴물'을 만들어버린다면, 이걸 우리가 굳이 <쥬라기 공원>에서 볼 필요가 있을까.


6.

결론적으로 처음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감독의 이전작을 생각해 봤을 때, 그리고 <쥬라기 공원> 시리즈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에도 꽤 높은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거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럼에도 새롭게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몇몇 공룡 장면들과 시리즈 전작들을 생각할 수 있는 오마주 장면들 또한 꽤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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