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비밀은 있다, 단순한 명제로 설계한 블랙 코미디

2026_13. 영화 <완벽한 타인>

by 주유소가맥

1.

아무 친구나 붙잡고 '누구나 비밀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 바빠 죽겠는데'. 그렇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당연한 명제를 정작 자신의 주변에 적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우리는 내가 가깝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절대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밀이라는 개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2.

'식사 시간 동안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휴대폰을 공개한다'는 단순한 룰 하나로 영화는 러닝 타임 2시간을 채울 모든 사건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분명 본인을 코미디 영화라고 칭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코미디보다는 스릴러 영화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죽거나, 크게 한탕 치기 위해 작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휴대전화 알림이 한 번 울릴 때마다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 모두가 긴장하게 된다. 알림음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서스펜스를 구축한다는 것은 웬만한 스릴러 영화도 쉽게 해내지 못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영화가 관객의 감정을 어떻게 갖고 노는지,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긴장하고, 또 그 긴장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완급조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common.jpeg 영화 <완벽한 타인>

아무래도 주고받는 대사의 중요함이 다른 영화보다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대사의 디테일에 가장 크게 공들였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노력이 돋보인다. 인물들 사이 주고받는 대사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파생 사건들이 꽤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다만, 개봉한 지 10년 가까이 된 영화인지라 어쩔 수 없이 대사에서 느껴지는 낡음이 있다. 각 인물들이 가진 추함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40대 남녀의 일상 대화를 보여주기 위해 꽤 적나라한 표현들을 스스럼없이 쓰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분명한 단점. 특히 대사가 다소 직설적이거나 외설적이기 때문에, 그 낡음이 더 두드러지는 경향도 있다.


3.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포인트를 준 말맛도 눈여겨볼만한 포인트다. 잘 쓴 대사를 풍부하게 살려주는 것은 결국 배우들의 대사 처리다. 이미 출중한 연기력을 검정받은 배우들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가졌을 연기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단순히 한 명 한 명이 연기를 잘한다 정도가 아니라, 여러 배우들이 유난히 튀거나 유난히 부족하게 보이는 것 없이 고루고루 주고받는 연기 앙상블 또한 꽤나 만족스럽다.


완벽한 타인 포토 (1).jpeg 영화 <완벽한 타인>

식탁과 그 주위의 몇몇 장소들로만 이루어진 배경 설정도 흥미롭다. 단순히 등장 배경이 한정되어 있는 것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막을 나눠 연극처럼 영화를 끌고 간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정된 배경 속에서 대사와 상황의 힘만으로 끌고 가는 영화를 선호하는데,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꽤 높은 만족도를 얻었을 것이다. 배경이 지나치게 많은 영화보다 오히려 지나치게 적은 영화를 구성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준수하게 끌고 가는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4.

원작이 되었던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아직 감상하지는 못했으나 20번이 넘게 리메이크되며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한다.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많은 횟수의 리메이크는 처음 보는 상황인데, 아마 각 나라 버전의 영화들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도 이 영화만의 특별한 감상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