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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May 07. 2023

우리는 꿈을 보고 영화를 꾼다

2023_23. 영화 <인사이드 아웃>

1.

영화 <인사이드 아웃>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며 가장 뇌리에 박힌 장면은 라일리의 꿈을 묘사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선 '꿈 제작소(Dream PRODUCTIONS)'로 명명한 장소가 나오는데, 라일리가 잠에 들면 그 곳의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시나리오에 맞춰 열심히 연기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들은(사실 라이브 방송에 가깝긴 하지만) 흡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라일리가 보게 된다. 그게 바로 라일리가 꾸는 꿈이다. 내가 이 장면을 재치 있는 상상력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뇌리에 박힌 장면으로 뽑은 이유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내 생각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2.

 영화는 꿈과 같다고 생각했다. 수면 상태에 들어가 잠재의식 속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나오는 꿈과 어두운 곳에 들어가 내 잠재의식을 채울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나오는 극장. 어느 정도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어두운 상영관 속에 들어가는 것이 잠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극장에 간다. 관이 어두워지고, 곧 조명이 꺼진다. 영화는 우리가 평상시 접해보지 못한 낯선 이미지들을 생경하게 영사한다. 우리는 외부와 극도로 단절된 공간에서 여러 이미지 뭉치를 관람하고 상영관과는 대비되는 밝은 외부로 나선다. 우리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잠에 들고 꿈을 꾸는 일련의 프로세스와 같다.


3.

 우리는 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해한다. 심지어 '해몽'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지 않는가. 어떤 날은 뒤숭숭한 꿈을 꾸고 주위 사람한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기분 좋은 꿈을 꿨다는 이유로 복권에 오천 원, 만원씩 시원하게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사실 꿈은 어떤 의미도 없고 우리네 인생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영화 <인사이드 아웃>

 우리가 꿈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꿈이 현실 속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여기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러프하게 묶어보자면 그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정도로 생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생생했기 때문에 하루를 시작하는 내 기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루가 바뀌는 것은 오전 00시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하루를 나누는 분기점은 '내가 잠에서 깨는 시점'이다. 즉, 내가 잠에서 깨는 것이 '시작점'이 되는 것인데, 본디 0으로 시작했어야 할 내 기분이 (음이 되었든 양이 되었든) 특정 지표를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꿈에 큰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4.

 우리는 영화를 보며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영화 평론'이라는 작업이 그 노력에 대한 방증이다. 어떤 날에는 함께 본 영화가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영화를 본 사람과 관계가 진전되기도 한다. 또 다른 날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보고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기도 한다.


 우리가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영화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당연하게도, 영화가 우리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영화는 '진짜'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갈수록 영화는 생생해진다. 그리고 그런 생생함은 내 기분은 물론 생각과 사상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화가 끝나면 물질적으로 남는 어떤 것은 없지만(오히려 금전적인 손해만 있을 뿐이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감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큰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5.

영화 <인사이드 아웃>

 누군가는 궤변이라 여기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꿈을 꾸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은 자잘한 몇 가지 차이점 외에는 거의 같은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꿈을 보고, 영화를 꾼다. 누군가 나에게 '왜 영화를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답할 이유가 너무 많다. 극장을 갈 때마다, 나설 때마다 몇 번씩이나 스스로 되뇌던 질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꿈을 보고, 영화를 꾼다'는 그 어떤 이유보다 우선적으로 나올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고 살아갈 수 없듯이, 나는 극장에 가지 않고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9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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