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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Apr 27. 2023

그냥 무난한 슈퍼 마리오, 근데 제가 바란게 이거거든요

2023_22.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

 당연하다 못해 진부한 이야기지만 문화산업에 있어 강력한 IP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 큰 축복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닌텐도 사는 그 어떤 곳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몇 해 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캡처된 게시글을 본 적이 있는데, 작성자는 '내가 게임 회사 사장이라고 해도 닌텐도 하고 경쟁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닌텐도 게임을 하는 대다수 유저들은 소위 '마젤포동'으로 불리는 닌텐도 사의 대표 격이 되는 네 게임, '마리오', '젤다', '포켓몬', '동물의 숲'만 있으면 행복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게임사는 어떻게 되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나 뭐라나. 꽤 거친 말투로 적혀있던 글이었지만 어쨌든 그 내용에는 공감한다. 당장 나부터도 콘솔 게임을 한다면 닌텐도 사의 게임기를 사겠다 생각하고 있으니까.


2.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과는 거리가 꽤 멀었고, 한때 빠졌던 게임들도 '스타크래프트'나 '오버워치'같은 PC 게임에 그쳤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첫 게임은 '슈퍼 마리오'다. 끝까지 가보지 못하고 항상 월드 2 내지는 3 정도에서 모든 라이프를 소모하고 말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게임에는 영 소질이 없던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내 힘으로 가장 많은 분량을 클리어 한 게임이기도 하다. 첫 게임이자, 가장 많은 분량을 클리어 한 게임, 너무 당연하게도 슈퍼 마리오에 긍정적인 추억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3.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보러 간 사람 대부분은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것이 패미컴이든, 게임보이든, 닌텐도 DS든 닌텐도 스위치든 어떤 게임기로든 마리오를 즐겼던 모든 사람들이라면 마리오에 긍정적인 추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도 하다. '추억'이라는 말 자체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라는, 굉장히 주관적으로 기억을 되짚는다는 의미이지 않는가. 추억을 객관적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보며 유치할 수도, 지루할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압도적인 즐거움을 얻고 나왔다. 비단 나만 느꼈을 감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4.

 그래도 영화는 영화니, 영화 자체만 놓고 평가할 필요는 있다. 제작사가 일루미네이션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사실 많이 유치한 편이다. '슈퍼 마리오 장편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진중한 메시지나 무거운 분위기를 기대한 관객들도 애초에 많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게임과는 연관 없는 일반 영화 관객들에게는 문제가 될 사항 아니겠는가.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거대한 팬덤을 가진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게임에 기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영화화되면서 새롭게 도전한 것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최대한 안전하게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것 정도에서 그친다. 그래서일까, 많은 부분 설명조차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고릴라들이 뜬금없이 나무도 아니고 카트를 타며 레이싱을 하더라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아마 '니들 마리오 카트 알지?' 정도의 자신감이 더 컸을 것이다.


5.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이런 생각과 연결되는 문제점은 '팬 서비스'다. 팬 서비스가 많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기존 슈퍼마리오 게임의 팬이 아니었던 일반 관객들에게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요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스터 에그와 팬 서비스가 팬들에게 선물처럼 느껴졌을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영화의 주가 된다면 단점으로 느낄 일반 관객들이 많은 것 또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한다면 ‘잘 만든 영화’ 보다는 ‘잘 만든 팬 서비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6.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기존 마리오 팬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즐거운 요소로 다가온다. 게임 요소들을 스크린 속에 생동감 있게 구현한 것을 감상하는 것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새로운 도전이랄게 없으니 이질감을 느낄 일 없이 착실하게 구현된 캐릭터들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과거 8bit 음악으로 들었던 익숙한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것은 생각보다 더 소름 돋는 일이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이곳저곳 숨겨져 있는 요소들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과하다는 말은 팬들에게는 즐길거리가 넘치도록 있다는 것과 얼추 비슷한 말이 되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게임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 기존 팬들도 행복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분석은 아니겠지만 일반 관객들이 느꼈을 단점과 게임 팬들이 느꼈을 장점이 상당 부분 겹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7.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개인적으로 어릴 적 함께했던 추억이 담긴 캐릭터를 재해석하거나 뛰어난 CG 기술로 구현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그런 영화가 나온다면 참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영화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과 <슈퍼 소닉> 그리고 <명탐정 피카츄>까지 극장에서 챙겨보곤 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평론가 평과 관객 평, 그리고 관객 평 중에서도 기존 팬들과 일반 관객들 사이에 의견이 갈릴 것이라는 것은 시사회 때부터 알음알음 들렸던 소식으로 짐작하긴 했다. 그래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위 세 영화(<슈퍼 소닉>의 속편까지 더한다면 네 영화)와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더 좋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최근 만났던 내 추억 속 캐릭터 중에서는 가장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결과물을 들고 왔다. 무엇보다, 일단 귀엽지 않은가.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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