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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May 13. 2023

우리는 진영논리와 자본주의, SNS 때문에 망할 거야

2023_24. 영화 <돈 룩 업>

1.

 먼저 밝히자면 나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때문에 이렇게 온라인상에 글을 올리는 것이 나에겐 굉장히 특별한 일이다) 사실 특별한 이유나 철학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냥 세대를 따라가지 못했었다. 다시 말해, 나는 그냥 뒤처지는 사람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페이스북이네 뭐네 이런저런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었지만 뒤늦게 그 무리에 끼어들기에는 '굳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구태여 이것저것 만져가며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썩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니었다. 학과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전했기 때문에 급하게 계정을 만들긴 했지만, 딱히 사용한 적은 없다. 후에 군대를 가며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 급하게 대여섯 명 정도 친구추가 했을 뿐이었다.


 나에게 SNS는 딱 그 정도였다. 물론 그 이후 SNS를 이용하지 않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생각해 냈지만, 어쨌든 처음에는 그랬다. 딱히 큰 의미는 없이, 그냥, 뒤쳐져서.


2.

 그래서 그럴까,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을 볼 때 나름대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좋은 의미로 한 발짝 떨어진다는 것보다는 '아니, 왜?' 내지는 '관심받고 싶어 환장했나'라든가, '역시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SNS에 심취해 있는 유저들 보다는 나름 객관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견 도출, 하지만 과연 그럴까?


3.

영화 <돈 룩 업>

 최근 SNS와 관련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 영화 <돈 룩 업> 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들었던 생각, '우리는 진영논리와 자본주의 그리고 SNS 때문에 망할 것이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한참 전에' 영화가 보여준 우리네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진영논리와, 자본주의, SNS로 우리 사회를 좀먹고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영화가 보여주는 여러 비판점들 중, 우리가 가장 공감할 만한 부분은 SNS와 여론일 것이다. 사실 대다수와는 다소 거리가 먼 직책인 '대통령'과 '기업 CEO'가 보여주는 자본과 정치의 담합보다는 언론과 인터넷 여론에 관한 문제를 더 크게 느끼며 살아가지 않는가.


 영화는 SNS를 기본으로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개인 미디어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보여주는데, 사실 그것들은 거대한 돈과 강력한 권력보다는 우리와 훨씬 더 가깝고, 우리가 더 자주, 생활에 밀접하다 못해 일체화되어 숨 쉬듯이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4.

 <돈 룩 업>에서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의 행태가 익숙하다고 느껴졌다면, 맞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듯이 극 중 보여주는 인터넷 여론의 행태는 비단 영화 내에서 끝나는 상황극 정도가 아니라 실제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에 가깝다. 영화는 보다 극적인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사이즈만 조금 키웠을 뿐이지.


영화 <돈 룩 업>

 영화를 보며 신랄한 비판에 통쾌했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본인 이야기 아닌가 뜨끔했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쪽이냐면, 사실 후자에 가깝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나는 SNS 계정만 없을 뿐이지 생각보다 많은 콘텐츠들과 여론들을 이곳저곳 많이 접하고 있었다.


 가볍게 러닝을 뛰면서 심심하니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꽤 있다. 유튜브야 뭐, 두말할 것 없고, 예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적에는 밤새 할 것도 없이 심심해서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떠돌기도 했다. 말 그대로 'SNS만 하지 않을 뿐', 남들과 다를 것 없이 여러 콘텐츠들에 영향을 받고, 여론에 휩쓸렸다. 나름대로 비판적 사고를 하려고 했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그걸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상 어딘가에 분출하지 않았다는 것. SNS를 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장점은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과연 그럴까?'라는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다.


5.

 사실,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이 아니라 전 세계 어떤 곳을 가더라도 이런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연락을 끊고 스마트폰을 없애고 산에 들어가 살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과 SNS가 없던 시절에도 이런 문제는 똑같이 발생했다. 접근성과 속도의 차이 정도만 있었을 뿐이지.


영화 <돈 룩 업>

 그렇다고 포기하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돈 룩 업>을 보라, 지금 그거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가! '적어도 지구가 멸망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마음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떤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다. 남들의 이야기에 보다 덜 영향받고, 보이는 것보단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6.

 나는 몇 달 전, 휴대폰에서 유튜브를 삭제했다. 어느 날 문득 유튜브가 내 인생에 너무 깊게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유익한 콘텐츠도 물론 많지만, 숏폼 콘텐츠를 보며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노트북이나 패드를 통해 가끔 보긴 하지만 전과 비교했을 때, 휴대폰을 쥐고 있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앞으로 그 시간 동안 책을 읽어볼까 한다. 영화를 평소에 보던 것보다 한편 더 보는 것도 좋고. 어쨌든, 우리는 진영논리와 자본주의, SNS 때문에 망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휴대폰 덜보고 책 좀 더 읽으면 진영논리와 SNS 때문에 망할 일은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자본주의는 어떡하냐고? 미안하지만, 돈은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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