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유소가맥 Apr 13. 2024

연출의 아쉬움만큼 모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며

2024_15. 영화 <신 가면라이더>

1.

 특촬물을 본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영화 <퍼시픽 림>과 같이 특촬물에 대한 오마주를 잔뜩 끼얹은 영화는 종종 접했지만, 특촬물 그 자체를 감상한 것은 아주 오래 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특촬물 팬들 사이의 명성만 익히 들었을 뿐, 어렸을 적에도, 지금에도 본 편을 제대로 접한 적 없었다. 그러니 영화 <신 가면라이더>는 특촬물 그 자체로도, '가면라이더' 프랜차이즈로도 나에게 어색한 만남일 수밖에 없다. <신 가면라이더>를 감상하게 된 것 또한 이 영화를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극장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극장을 향했는데 마침 일정에 맞는 이 영화의 상영 회차가 있었기에 본 편에 가깝다.


2.

영화 <신 가면라이더>

 영화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는 타케시와 함께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쫓던 미지의 인물들을 잔인하게 때려눕히고 한 창고에서 숨을 돌린다. 갑작스럽게 얻게 된 엄청난 힘과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에 혼란을 느끼는 타케시. 그런 그에게 히로시 박사가 찾아온다. 박사는 메뚜기 기반의 사이보그가 된 타케시가 갖게 된 엄청난 힘에 대해 설명하며 이 힘을 통해 악의 조직 쇼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타케시는 박사의 딸 루리코와 함께 쇼커를 무찌르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3.

 영화 시작과 동시에 액션 신이 펼쳐지는 만큼 액션을 먼저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액션 영화 도입부에 배치된 액션 신은 앞으로 이 영화가 보여줄 액션 스타일에 대한 선언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생각보다 수위가 강하다. 표현은 어설프지만 주먹질, 발길질 한 번에 상대방의 몸이 부서지고 피가 터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특촬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낮은 수위를 생각하고 들어왔다면 당황했을 사람들이 몇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신 가면라이더>

 액션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시원하고 역동적인 동작들로 이루어진다. 컴퓨터 그래픽이 꽤나 그럴듯하게 사용된 부분들이 많고, 액션 합 또한 주고받는 쾌감이 크게 느껴지도록 구성한 부분들이 곳곳에 있어 보는 맛이 크다. 다만 대다수 액션 장면들에선 과거에 봤던 특촬물의 특징을 다수 차용한다. 타격 기술의 중심이 되는 신체 부위를 다소 과하게 오버하여 촬영한 카메라 구도와 액션 사이사이 모션을 과장하듯 집어넣은 컷을 통해 인물의 행동을 부각한다. 이 부분에서 부담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특촬물의 대표적인 촬영/편집 방식이기도 하다. 특촬물을 보며 특촬물스러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내가 말하면서도 어불성설로 느껴진다.


4.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설정임에도 영화 시작과 동시에 극 중 필요한 모든 설정들을 대사로 풀어놓는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히로시 박사의 역할은 극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설정을 대사로 빠르게 뱉어내 타케시(실질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욱여넣는 것에 그친다. 해당 임무를 마치면 극 중 잉여롭게 겉돌지 않도록 간편하게 죽여 버린다. 그게 정보 전달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하며 촬영했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결국 시작부터 너무 안일하게 극을 진행시키지 않나,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영화 <신 가면라이더>

 이후 등장하는 쇼커 소속의 사이보그, 소위 '오그'들을 상대할 때 또한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게 친절한 악당들은 자신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공격할지, 지금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 고통을 받을지, 주인공과 한 마디씩 대화로 주고받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떠먹여 줄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5.

영화 <신 가면라이더>

 소품들이 다소 장난감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가면이나 벨트 같은 것들에 묵직한 맛이나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데, 앞서 액션 신에서 충분히 그럴듯한 액션 합을 구현하면서도 특촬물스러운 연출방식을 활용한 것을 보아,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이렇게 소품을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가 특촬물 장르 속 가면라이더라는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이러한 특징적인 부분들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6.

 전반적인 연출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연출 방식에서 느끼는 아쉬움과는 별개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내 짧은 지식에서 오는 아쉬움도 크다. <신 가면라이더>는 오랜 시간 사랑받은 특촬물 시리즈의 초기 모습들을 따와서 만든 리메이크 작이자 초창기 시리즈에 바치는 헌정작이지만, 이와 관련된 지식이 지나치게 부족해 이 영화를 100%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면라이더의 오랜 팬들 중 많은 분들이 <신 가면라이더>에 만족을 느꼈다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수 없고, 숨겨진 여러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놓쳤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아쉬움을 함께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심만이 살 길인데 그 끝에 생존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