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 (2021)
영생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역사 속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대표적으로는 '불로초'를 찾으려 했던 진시황이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바다 건너로 신하를 보냈던 일화는 많이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던 그 신하의 이름이 바로 ‘서복’이다.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영화 <서복>의 제목은 이 신하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주어지고, 서복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줄거리만을 두고 본다면 그간 수도 없이 봐 왔을 평범한 SF, 혹은 액션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9년간의 고뇌는 단순 겉모습만 화려한 블록버스터에 그치지 않는다. 그저 오락거리로 즐기기엔, 이 영화는 철학적인 심오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죽음’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영생을 상상해 보라. ‘만약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질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 여정이 끝나갈 때 즈음에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사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전제를 바탕에 두고, 서로 정반대의 처지에 놓인 서복과 기헌이라는 인물을 통해 삶과 죽음을 탐구해 나간다. 여정의 끝에서 당신은 끝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복제인간’이라는 장치는 영화 <서복>의 장르를 SF로 규정하게 만들었지만, 궁극적으로 서사 내에서 ‘공상과학’이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단연 ‘사람’과 ‘관계’이다. 서복과 기헌,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존재와 곧 영원한 잠에 빠질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이 동행하며 나누는 대화에서 그간 살아온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교차된다. <건축학개론>에서 선보였던 이용주 감독 만의 서정적인 대사들이 빛난다. 물론 상업영화답게 화려한 액션 장면을 통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또한, 중간중간 빼놓지 않는 유머코드들은 9년 전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죽음을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류의 희망, 서복을 두고 빚어지는 갈등과 논쟁은 볼거리를 선사하는 동시에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기헌의 인생이 서복을 만나기 전과 후에 변화한 것처럼, 죽음에 대한 당신의 관점도 영화 <서복>을 통해 달라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