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적어둔 짧은 후기글의 발행
감독/각본: 우디 앨런
장르: 드라마, 코미디, 로맨스
아카데미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수상
줄거리: 중년의 세 자매, 첫째-한나(미아 패로), 둘째 - 홀리 (다이안 위스트), 셋째 - 리 (바바라 허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로의 과거와 현재의 애인이 엇갈리고 뒤섞이는 이야기이다.
우디 앨런 특유의 재치와 선을 부드럽게 넘는 그 기교가 새삼 인상적이었다. 어떠한 계기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부유하다 엔딩쯤 다시 발을 디디는 그 존재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또한 우디 앨런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애정이 느껴지는 가을의 뉴욕 풍경이 좋았다.
영화는 한나의 남편인 엘리엇이 처제인 리를 훑으며 속으로 갈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통 같으면 벌써 별로였겠지만 우디앨런인 만큼 이 정도는 뭐 아무렇지도 않다.
사람의 추한 민낯을 추하지 않게 담아내는 건 이 감독의 특기같다. 그러나 거슬리는 건, 그 추한 감정의 출처가 본인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도덕적이지 않은 면을 꺼내어 사랑스럽기까지 하게 담아내는 게 꺼림칙하다. 그러나 그런 면들을 자신 외의 곳에서 꺼내올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런 추한 면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디 앨런의 솔직함과 당당함에 매료되는 것 같다. 자주 연기까지 하는 이 양반은 자기애가 참 대단한 것 같다. 어쨌든 밉지 않게 하는 재주가 대단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후반부에는 불륜이란 행위의 대가, 즉 탄로와 파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는 그러한 흐름을 따르고, 인물은 잘못된 행위의 값을 치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는 한 순간의 일탈로 잘 마무리된다. 우디 앨런의 이야기는 3막구조의 관습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느껴진다. 캐릭터들은 자연스레 존재하다가 이야기가 끝이 나고, 예상을 벗어나서 허탈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또한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게, 내 취향과 참 잘 맞는 것인지 아니면 감독의 뛰어난 설득력인지는 모르겠다.
제일 좋았던 캐릭터는 아무래도 미키였다. 건강염려증에 허무까지 너무나 공감되고 매력있었다. 애초에 미키가 그렇게 마음이 갈 만한 캐릭터니까 우디 앨런이 그 역을 맡은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니까 미워할 수 없게 만든 것일까? 모르겠다. 어떻게 나약하고 비도덕적인데도 밉지 않은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는지 신기하다.
캐릭터들의 대사 하나하나 다 너무 생생하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에 누구 하나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는 없다. 모두 실제로 살고 있는 와중에 잠시 포착한 듯한 그런 인간으로서의 완전함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