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엉망진창 명절 모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by 김지환

네번째. 엉망진창 명절 모임


이제야 밝히지만,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뭐라도 해보는 모임'은 사실 내가 만든 모임이다. 마치 예술인들의 이 모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척했지만, 나도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것이 작가 윤리에 위배된다거나 독자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행위자 중 한 명이 되어 체험하고 쓰는 글과 바깥쪽 언저리를 서성이고 관찰하며 써 내려가는 글은 접근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적극적 체험자가 되기로 했다. 왜냐고? 나도 너무 재밌으니까.

'뭐라도 해보는 모임', 줄여서 '뭐해모'의 창설 비하인드는 이러하다. 예술인 모임 초창기 시절, 모임장을 비롯한 몇몇 멤버가 카페에서 일명 '급 벙'을 연 적이 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멤버들과 어색한 담소를 나누고 수다를 두 시간 가까이 이어가다 소수만 남아 저녁식사에 반주까지 곁들였다. 그중 VFX 아티스트가 'SF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세계관을 완벽하게 구성하려다 보니 아직 한 자도 쓰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


세상에. 이 무슨 흥미로운 조합이란 말인가.

나는 VFX 아티스트에게 뭐라도 써보기를 강권했고, 이야기는 '뭐라도 해보는 모임'을 만들 테니, 당신은 매주 반강제적(?)으로라도 소설을 쓰라, 나는 내가 평소 쓰고 싶었던 시를 써서 보여주겠다는 결론까지 다다랐다. 그것이 '신년맞이 프로젝트, 뭐라도 해보는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였다.


VFX 아티스트는 안개 자욱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는 SF소설을 멋지게 써 내려가고 있다. 나는 매주 비루한 시를 서너 편씩 써 가서 모두 앞에 낭독하는 경악스러운 순간을 선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꾹 참고 감상평을 전해주는 멤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여하튼, 이 연재를 브런치에 써 내려가기로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전공 관련 일이든 취미든 혹은 전혀 새로운 무언가든, 자신이 재미있고 즐긴다면 지속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지인이 '요즘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3 요소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글 쓰는 것, 맛있는 거 먹는 것, 그리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나는 모임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매번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브런치에 연재하는 이 글도 사실 '내가 너무 재미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쓰고 있다.


자, 여기까지 왔으면 엉망진창 명절 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앞서 개인적 감상을 곁들인 모임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면, 지금부터는 현실판 회고다. 초기 모임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3화에서 다룬 적이 있기에 넘어가자. 그러나 모임이 꽤 자리 잡은 최근에도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바로 '노 쇼 no show'다. 장소 및 시간의 한계로 소수 인원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참가자로 이름을 올려놓고서는 모임 당일까지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 멤버들이 있다.


그런 사람 대부분은 실제 모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알람을 꺼 놓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태그도 여러 번 걸고 개인 메시지도 보내지만 묵묵부답. 그 덕에 대기자는 참가하지 못하고, 모임 인원은 줄어든다. '그냥 내보내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막상 모임에 나타나서 '왜 나를 내보냈냐'라고 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게시물로 최초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고 접속을 안 하는 경우가 없진 않았으니. 이 부분은 여러 차례 공지 사항 수정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자, 엉망진창 명절 모임으로 돌아가 보자. 명절 전날인 2월 15일 일요일 오후 세시. 수요일까지 연휴가 이어지기에, 어느 정도 불참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남기며 참여의사를 물었지만, 역시나 두 명은 어떤 접근에도 묵묵부답으로 임하며 노 쇼의 기운을 풀풀 풍겼다. 모임 전날까지 총 네 명이 방을 나갔다. 사유를 밝히고 나가야 한다는 여러 차례 공지에도 오랜 멤버를 제외하고는 모두 말없이 방을 나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요가를 배운 적은 없지만, 호흡은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최대 참가 인원을 모든 대기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올 사람 오고 말 사람 말아!'라는 심정이었는데, 그 마음을 그대로 채팅창에 올려 버렸다. 역시 나는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


오전에 들른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멤버까지 끌고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총 여덟 명이 꽤 정시에 도착했다. (10분 정도 늦는 것은 정시로 참작해야 모임을 이어갈 수 있다) 모임을 진행할수록 고정 참여 인원이 자연스레 형성됐는데, 이번에는 대부분 처음이거나 두세 번 정도 참여하는 멤버들이었다. 프로그램대로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새로운 얼굴이 많은 만큼 낯선 작업물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테이블 위로 펼쳐졌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피드백과 조언, 공감과 상담 삼매경 끝에, 나의 결론은 매번 같았다.


아, 역시 모임 하기를 잘했다.

이 모임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방향성을 찾은 멤버,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지 알게 됐다는 멤버, 용기를 얻었다는 멤버뿐만 아니라, 다음 모임 때 '숙제'를 꼭 해오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써 간 '숙제', 엄마에 대한 에세이에 '빈 공간의 상쾌함'이 느껴진다는 표현이 진하게 와닿았다.

모임 예정시간이 끝난 뒤, 마지막까지 남은 멤버 셋은 참여 예술인 중 두 명이 운영하는 바를 찾아가 남은 수다를 밤늦게까지 털어냈다.


느리게라도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씩 뗀다. 오래 묵었던 고민을 테이블에 펼쳐 놓는 용기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 혼자는 알 수 없던 부분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면 자연스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공론의 장에 '나의 부끄러운 작업물'을 가져오도록 끊임없이 독려하는 이유다.

마포구 베짱이들의 좌충우돌 모임은 이러나저러나 계속 이어진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 매주 무언가를 들고 와야 한다는 숙제는 즐거운 압박감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무언가를 도모한다.


뭐라도 해본다. 앞으로도 계속, 뭐라도 해 보겠다.

서로를 지켜보고, 꾸준히 서로를 응원해 나가겠다.

이것은 게으른 일요일 오후, 이불을 박차고 나온 베짱이들의 선언이다.


*매주 참여하는 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Leifofyellow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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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슈와 연필로 <라이프 오브 옐로우 캣>을 그리고, 책과 굿즈를 만듭니다.


라이프 오브 옐로우 캣 인스타그램 : @Leifofyellow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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