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시(广西)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는 술 석 잔

2018 여름 여행 열여섯 번째 이야기

by 영화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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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 바로 옆에 있는 국수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내가 시킨 메뉴는 페이창미엔(肥肠面)으로 매콤한 국물에 돼지곱창과 선지, 숙주나물이 들어간 국수. 어제 술 좀 마실 걸 그랬나. 국물맛이 한국에서 맛있게 먹던 선지해장국이랑 살짝 비슷하다. 이 국수는 색깔은 누르스름하고, 탱탱하게 탄력이 있는 식감으로 씹는 맛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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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마을 한 바퀴 더 돌고 가겠다는 부자가 앞으로 나선다. 길가 여기저기 고추가 주렁주렁, 앙증맞게 생긴 꼬마 가지도 있다! 저 긴 고추는 벌써 벌겋게 익을대로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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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아저씨들도 보이고 어제는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새긴 다리 난간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동족(侗族) 전통의 독특한 모양을 한 분묘 앞에서 앞으로도 아름다운 이곳을 잘 지켜주시길 부탁드리며 짐을 챙겨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꾸웨이조우(贵州 귀주)성 남쪽에 위치한 광시(广西 광서)성의 한 도시다. 내일 광동(广东)성에 위치한 집에 도착하려면 오늘도 갈 길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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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广西)성에서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꾸웨이린(桂林 계림)을 이번엔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아주 유명하다는 꾸웨이린미펀(桂林米粉 계림에서 아주 유명한 쌀국수)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내가 고른 건 두툼하게 썬 삼겹살을 살짝 튀겨내 끝쪽 비계부분만 바삭하게 익혀 올린 쌀국수.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줄 알았더니 양념은 셀프로 자기가 알아서 담는다. 그래서 다들 자기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춰 맛있다고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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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广西)성 허조우(贺州)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한 우리는 오랜만에 호텔을 예약해서 묵었다. 욕조와 그 옆에 놓인 장남감 오리들을 보고 좋아라하는 아들래미는 사실 뭘 보든 별로 상관없고 호텔만 맘에 들면 장땡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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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이 여행중 최후의 저녁식사인지라 남편은 작정하고 이것저것 많이도 주문한다. 목이버섯, 홍피망, 샐러리, 연근 등 각종 야채에 소금으로 간을 해 볶아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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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하고 달짝지근한 소스로 양념된 돼지고기에 토란을 사이사이 끼워 놓고 찜통에 쪄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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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冬瓜), 계란, 무 세 가지 자료를 이용해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만두속같은 돼지고기 다진 것을 넣고 끓여낸 요리. 우와! 저 정성이 대단하다! 음식만드는 손이 야무지지 못한 내가 만들었으면 고기속은 다 빠져나와
국물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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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향을 내는 잎사귀를 대나무 찜통 바닥에 깐 뒤, 그 위에 찹쌀과 흑미로 만든 주먹밥을 얹어 쪄내고, 그 위에 부드러운 양념된 고기를 올려 먹는 요리. 이젠 음식 사진찍을 때마다 손만이라도 출연하겠다며 부자가 서로 나서길래 두 사람 모두 출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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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바이샹구워(百香果 백향과)라고 불리는 패션 푸룻(Passion fruit)으로도 요리를 만들었다. 보통은 소다수랑 섞어 과일음료로 먹는데 단맛은 쪼끔, 신맛은 꽤 많이 난다. 이 바이샹구워(百香果 백향과)를 반으로 잘라 그 속에 양념해서 찐 돼지갈비를 넣었다. 아이디어는 신선한데 맛은 좀 괴상망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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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청년과 처자들이 테이블마다 돌아가며 손님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술 석 잔을 따라준다. 각 테이블의 주자들이 모두 남자인데, 우리만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선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미성년자에, 알콜 알러지가 있어 포도주 한 잔에도 헤롱거리는 성인 남자를 제외하면 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술은 도수가 높지도 않고, 그래서 쓰지도 않고, 달달하니 맛나다.

거한 저녁에 술도 석 잔 걸치고 나서 식당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산도 없지만 가까운 거리라 셋이서 손을 잡고 시원하게 비를 맞으며 호텔로 전력질주한다. 오늘은 잠이 아주 잘 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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