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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킬러 Jul 26. 2020

<글루미 선데이>자신만의 존엄을 지킨다는 것

영화 <글루미 선데이>

★★★★☆  

사랑하는 두 남자를 잃은 

아름다운 여인의 복수극

그리고 그녀를 위한 사랑과 죽음의 노래 



80세의 노신사는 오랜만에 찾아왔다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레스토랑 '자보'에서 생일 축하파티를 연다. 음식을 먹으며 연주자의 음악을 듣던 그는 피아노 위에 놓여있는 여인의 사진을 보며 쓰러지고, 이 곡이 바로 60년 전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쓰인 저주 받은 곡이라는 지배인의 말과 함께 영화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라즐로와 그의 아름다운 연인 일로나는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일로나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된 안드라스에게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빼앗기고, 안드라스가 그녀의 생일선물로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의 연주를 들은 그날 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같은 날 밤, 자신을 신경 쓰지 말고 자유롭게 결정하라며 사랑하는 일로나가 안드라스에게 가는 것을 잡지 못한 라즐로는, 일로나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하고 다뉴브강에 뛰어든 독일인 청년 한스를 구해주고 베를린으로 떠나는 기차역까지 배웅한다. 


음반으로 제작된 '글루미 선데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지만, 음악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신문기사에 안드라스는 괴로워한다. 한편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독일군 장교가 되어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한스가 레스토랑을 다시 찾아오면서 라즐로, 안드라스, 일로나 세 사람의 일상은 점점 불안해지는데...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어.
육체를 위한 것, 마음을 위한 것
나를 채워주는 것, 내가 갈망하는 것
일로나가 그래.
라즐로와 안드라스
그녀를 완전히 잃느니 일부라도 가지겠어.



십년 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실제로 존재하는 곡이라는, 자살을 부르는 노래 '글루미 선데이'에 대한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세 명의 주인공들이 함께 나눈 사랑의 방식이었다. 아름다운 여인과 그녀를 동시에 사랑하는 두 남자라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삼각관계의 기본공식에, 이 여인이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한다는 이태오스러운(이제 이런 단어가 생겨도 될법하지 않은가) 상황으로 전개되는데, 급기야 오랜 연인이었던 남자는 자기는 신경쓰지 말라며 그녀에게 결정을 맡긴다.


그런데 이 여자, 두 남자와 함께 사랑하며 제법 잘 살아간다.  두 남자 역시 서로를 질투할 때도 있지만 시장에서 산 무거운 감자를 같이 들고 가는 영화 속 장면처럼 서로를 걱정하고 돕기도 하며 정이 들어간다. 신기하게도 이런 비현실적인 그들의 사랑이 불합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존엄을 가진다는 걸 
뜻하는 것 같아.
상처를 받고 모욕을 당해도 
한 줌의 존엄으로 우린 최대한 버틸 수 있어.
하지만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세상을 떠나는 게 나아.
존엄을 지키면서
- 자살한 안드라스의 장례식에서 라즐로가 일로나에게 하는 말



독일 장교 한스의 요청에 '글루미 선데이'를 연주하지 않는 안드라스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원칙을 깨고 노래를 불렀던 일로나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안드라스는 자살하고 만다. 라즐로 역시 자신이 이해한 '글루미 선데이'의 메시지처럼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일로나에게 편지를 쓰고 자살을 하려다 독일 병사에게 체포되어 포로 수용소로 끌려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라즐로가 생일선물로 준 머리핀을 백발이 된 머리에 꽂고 안드라스가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를 흥얼거리며 독약병을 씻는 일로나의 뒷모습이 보인다. 자신을 희생하고도 사랑하는 두 사람을 모두 잃은 그녀는 라즐로에게 말했던 것처럼 행복을 위해 싸웠고 한 생명을 지켜냈으며 복수에 성공했다. 진정으로 자신만의 존엄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그녀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월요일때문에 더욱 우울해지는 일요일 밤이지만, 전쟁같은 삶속에서 우리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행복을 위해 계속 힘을 내보자. 




붙임 1 :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만들었던 최근에 읽은 책 <멜랑콜리 미학 - 사랑과 죽음 그리고 예술>은 영화<글루미 선데이>를 철학적 개념인 '멜랑콜리'에 적용해 아주 꼼꼼하게 해석한 쉽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철학서였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 읽어보시길.  


붙임 2 :

안드라스 역을 맡은 배우가 낯익어 찾아보니 역시 영화<파리넬리>의 주연을 맡았던 스테파노 디오니시! 



붙임 3 : 

실제로 1933년에 헝가리 피아니스트 레조 세레쉬가 작곡했다는 '글루미 선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잘 정리해 놓은 블로그를 참고로 첨부한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lfsince1999&logNo=220910991748&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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