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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킬러 Mar 02. 2019

휴지를 꼭 쥔 손을 보면
생각나는 그때...

난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집 먼지, 진드기는 기본이고 
몇몇 야생 꽃가루에는 반응이 더 심해서
의사 말로는 공기 좋다고 풀꽃이 많은 곳에 가면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받아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식물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이 없는 곳을 골라 이곳으로 이사 오고는
내 비염 증세는 아주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래도 가끔은 감기에 걸리면
역시 부실한 코가 제일 먼저 말썽이다.

분당에서 종로까지 출퇴근을 하던 직장인 시절
초가을 바람에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자꾸 나왔다.
출근길 아침 7시 고속 좌석에 오르는 내 손엔
언제든 콧물을 닦을 휴지가 꼭 쥐어져 있었다.

그날도 손에 휴지를 꼭 쥐고 버스에 타서는
편한 좌석에 앉아 모자라는 잠을 보충했었다.
그런데 자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 눈을 떴더니
내가 휴지 대신 
옆에 앉은 모르는 젊은 남자분의 손가락을 
꼭 쥐고 있는 게 아닌가!!!  
다행히 그분도 잠이 깊이 들어 있어서
살그머니 손가락을 놓아드렸는데
일부러 깨워서 사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혼자 피식 웃다 다시 잠들었었다.

요즘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흐르는 코를 휴지로 닦고  
그 휴지를 꼭 쥔 내 손을 보다
그때 그날이 생각나
또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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