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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킬러 Mar 21. 2019

오늘을 '눈이 부시게' 살자

종합 선물세트 같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고


깜찍이 한지민 배우가 나온다. 훈훈한 남주혁 배우가 짝꿍인가 보다. 거기에 국민엄마 김혜자 배우도 출연하다니! 완결된 것만 몰아서 보는 내 시청습관에 제동을 걸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어제 드디어 막을 내렸다.


한 편의 드라마가 내 마음을 봄바람처럼 흔들었다. 살랑거리며 두근두근 맘을 설레게 하다, 툭 터진 꽃망울처럼 함빡 웃게 만들다가, 너무나 애틋하고 마음 아파 울게 했다.






같은 동네 주민인 혜자(한지민 배우)와 준하(남주혁 배우)가 실내포차에서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시며 '누가 더 불쌍한가' 배틀하는 1회를 보고 나서, 이번에도 인기 많은 남녀 배우들의 다양한 조합 중 제법 잘 어울리는 커플이 탄생하겠구나 했고,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가 등장하니 '시간 이탈 로맨스'라는 홍보문구가 딱이다 싶었다.


그런데, 2회 중반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막는 것에 성공한 혜자가, 수차례 시간을 되돌린 대가로 노인이 되어 버리고 만다.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라 생각했던 드라마는 어느새 스물다섯의 마음을 가지고, 예순다섯의 늙은 몸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웃픈 이야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혜자와 준하의 주요 출현 장소가 노인 홍보관으로 옮겨지며, '늙는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 자식에게 외면당하는 할머니의 자살과 같은 노인들의 이야기가 극을 이끌어가게 된다.


사라졌던 시계를 찬 노인의 정체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 것과 감금된 준하를 구출하는 노인들의 약간은 황당무계한 활약상에 실망하기 시작하려는 그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한참 넋을 놓았다. 그 반전이란 바로 10회까지 보았던 그 모든 것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혜자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이야기였다는 것!


남은 2회에서는 혜자와 준하의 너무나 마음 아픈 진짜 이야기를 보여주고, 점점 증세가 심해지는 어머니 혜자를 지켜보며 아들은 이제야 알게 된 엄마의 진심에 흐느껴 운다. 그리고 혜자는 사랑하는 준하와 영원히 함께 한다.




발랄한 스물다섯 혜자를 만들어낸 한지민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고, 몸만 늙은 깜찍한 혜자와 진짜 노인이 되어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혜자를 모두 연기한 김혜자 배우의 연기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그 훤칠한 키만큼이나 연기력도 어느새 훌쩍 커버린 준하 남주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엿한 찐따로 큰 웃음을 준 매력덩어리 영수 손호준도, 우리들의 엄마 아빠 같았던 안내상, 이정은 배우도 이 드라마를 그야말로 <눈이 부시게> 해주었던 주역들이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그녀의 햇살보다도 더 눈부신 미소를 보며 나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오늘을 '눈이 부시게 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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