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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댕 Jun 19. 2019

필름 카메라 스물네 번째, 스물다섯 번째 롤.

미놀타 X-700. 영화용 필름 코닥 비전2 500T.

스물네 번째 순간들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쓰지 말고,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다시 한 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형식적인 것들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시고, 잊지 못할 음식을 드시고, 그날의 기온과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형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끝.

김연수/우리가 보낸 시간

인천 중구 배다리 근처에 있는 개코막걸리.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장소. 동네도 조용하고, 비 내리는 도로를 볼 수 있어서 좋다. 1대 사장님이 교통사고로 다쳐서 문을 닫아 없어질뻔했지만, 단골손님이었던 손님이 인수해서 운영 중. 사진 찍은 날은 비 와서 갔는데, 20명 단체 손님 예약으로 못 들어갔다. 다음 비 오는 날을 기약해야지.

스물다섯 번째 순간들


커넥더닷츠. 인천 중구 배다리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 스페이스빔 건물 2층에 위치. 2층으로 가는 계단에 올라서니, 입구에 고양이 세 마리가 딱 지키고 있어서 조금 겁먹었다. 고양이들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움직였더니 도망가네. 괜히 겁먹었어!!! 서점 안에 들어서니, 서점 주인은 없었고, 대신 때때로 무인서점으로 운영된다는 친절한 설명이 적혀있다. 결제방식은 계좌이체와 카카오페이. 아! 공인인증서는 집 노트북에만 있는데. 핸드폰으로 계좌이체 사용 안 해봤는데. 카카오페이도 사용 안 해봤는데... 신문물을 받아 들여야 하는 상황이라 카카오페이 가입하고, QR코드 찍으니깐 간편하게 결제되네. 서점에는 주인이 없는 대신 주인냥이 카펫에 자리를 잡고, 식빵 모양으로 서점을 지키고 있다.

친구랑 경복궁 야간개장 보고, 막걸리 먹으러 인사동으로 걸어갔다. 인사동만 오면 와사등만 가는 것 같아서, 새로운 장소를 가보려고, 막걸리 기행 책에 나와있는 천강에 비친 달을 갔다. 인사동 거의 끝부분 오른쪽 골목길을 들어가야 나온다. 두부김치(18,000원), 솔동동주(10,000원) 시켰는데, 와 들기름으로 볶은 두부김치 맛있고, 솔동동주도 부드럽고, 맛있다. 솔가루를 뿌린 동동주는 뭐랄까 녹차라떼 같은 느낌이다. 부드럽게 목으로 잘 들어가, 막 들어가. 사장님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다. 원래는 사람이 많았는데 자리를 옮겨서 개망했다고ㅋㅋㅋㅋ

김치도 맛있다고 하니깐 직접 담그는 거라 다르다고, 새로운 맛집에 발견!


한참을 먹고 있는데, 입구에 얼굴부터 빼꼼히 들어오는 배우 김새벽.  순간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거 같았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얼굴 빼꼼히 들어오는 김새벽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동동주 그만 먹으려고 했지만, 같은 공간에 오래 있고 싶어서, 그냥 동동주랑 쑥전과 두릅전을 시켰다. 1호선 인천방향 전철을 타기 위해, 22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나갈 때 꼭 사인받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사장님한테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하고, 타이밍 맞춰서 사인을 받으러 갔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김새벽씨 사인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영화 초행, 풀잎들, 유관순 봤어요!" "이름은 조정범이에요!" 

너무 떨려가지고, 심장이 두근두근. 손발이 찌릿찌릿. 친구가 사인받은 내 뒷모습을 보고 혼나는 줄 알았다고.

긴장해서 몸이 굳어버렸다. 그래서 정작 해야 할 말을 못 했는데, 김새벽 배우님 예쁘고, 아름답고, 예뻐요! 

영화용 필름 넣어놔서, 사진 찍었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개인적인 자리여서 못 찍어서 아쉽다. 

아! 그리고 사인은 동네 문구점에서 800원 주고 코팅했답니다!!

스물네 번째, 스물다섯 번째 롤 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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