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놀타 X-700. 코닥 컬러플러스 200.
마흔세 번째 순간들
동네에 노숙인이 있어서, 잘 안 입는 롱패딩 드리기 전에 찍은 사진. 결국엔 안 받으셨다.
신발, 옷이 너무 낡아서, 다 구멍 이나고, 추운지 옷깃을 엑스 자로 움켜잡는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근처 공원에서 생활하기에, 패딩을 들고 찾아가서 날씨 추운데, 입으라고 말했지만, 바로 자리를 피하신다.
따라가면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돌리셨다. 자리에 놓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절대 입지 않을 거 같았다.
왜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셨을까. 누가 단절하게 만들었을까.
22시에 라디오로 CBS 음악 FM 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가끔 듣는다. 목소리도 좋고, 선곡도 좋다.
사연도 좋아서, 공감 됐던 사연 남겨본다.
네가 재밌게 읽었다는 그 책을 굳이 빌려 달라고 했던 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은 부탁을 하면, 사이가 한결 가까워진다는 조언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역시 그러기를 잘했지. 너에게 빌린 책 속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게 들어있었으니깐.
그건 바로 네가 읽으면서 그어 둔 밑줄들이었어.
누군가가 책에 그어 놓은 밑줄을 읽는다는 게 이렇게나 흥미로운 일인지 처음 알았지.
너는 이런 농담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구나.
밑줄을 만날 때마다 너와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고,
심지어는 한동안 밑줄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페이지들이 조금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했어.
사실 나는 책을 깨끗하게 읽는 편이라서, 밑줄을 그어본 적이 없는데,
너의 밑줄을 읽다 보니 나도 따라서 하고 싶어지더라.
좋아하는 책에 지문을 남기는 일이자, 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 느낌을 추억으로 새기는 일 같았거든.
그래서 신뢰를 무릅쓰고, 네 책에다 나도 밑줄 하나를 그어두었어. 연필로 희미하게 딱 한 줄만.
언젠가 네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는 날이 와서, 내가 그 밑줄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럼 아마 오늘에 내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겠지.
그전에 우리 사이가 얼마나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너를 남 몰래 좋아했던 2019년 가을에 내 마음을 희미한 연필 한 줄로 남겨놓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2년만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났고, 생각만으로도 떨리고, 설레고, 좋았다. 맨날 맨날 생각이 났다. 생각했다.
핸드폰에 알림이 울리면, 그 사람이 보낸 걸까 하고 잽싸게 봤다.
아니면 실망하기도, 맞으면 기쁘기도 했던 날들.
초코꿀딴지 좋아한다길래, 다음에 만나면 줘야지. 동네 편의점 돌면서, 초코꿀딴지는 보이는 대로 샀다.
며칠 연속 가니깐, 일하시는 분이 이 사람 뭔데 같은 시간에만 초코꿀딴지를 사는거야? 눈빛이었다.
난 재고가 있어서, 너무 기뻤고, 초코꿀딴지 받았을 때,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좋아했다.
그런데 냉장고에 보관한 꿀딴지가 줄어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엄마가 맛있다고 계속 먹었다.
먹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눈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게 뭐랄까 진짜 너무 설레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보고 싶은 마음에 계속 만나자고 했는데, 부담이 됐나보다. 내 진심이 그 사람에게는 불편했구나.
처음에는 너무 속상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부담감을 느꼈을 상대방에게 미안함이 든다.
그리고 설렘의 감정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 초코꿀딴지는 엄마와 내가 잘 먹고 있다.
내 사과를 받아줘
Yeah Baby (Yeah Baby)
BOUNCE with me BOUNCE with me
BOUNCE BOUNCE BOUNCE BOUNCE
갑자기 런투유가 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