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놀타 X-700. 아그파 200.
일곱 번째 롤 순간들
필름 넣을 때 빛이 들어가서 필름이 타는 현상이 생기는데 나름 매력 있게 나온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필름은 어두운 곳에서 넣어야 한다고 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장롱 안에서 필름을 끼었던 기억이 난다. 외국 힙합가수 JPEAMAFIA - Veteran 앨범 표지도 타버린 필름의 첫 장이다.
최승자 <봄>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쓰레기들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내 입안에서 오물이 자꾸 커 간다.
믿을 수 없이, 기적처럼, 벌써
터널만큼 늘어난 내 목구멍 속으로
쉴 새 엇이 덤프 트럭이 들어와
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
쿵 하고 부려놓고 가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웠나이다
이 말도 나는 발음하지 못하고
다만 오물로 가득찬 내 아가리만
찢어질 듯 터져 내릴 듯
허공에 동동 떠 있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술에는 은근히 취했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 만약 꽃이 다 피어 버리고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한다면, 이는 이미 보기 흉한 지경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일이 더없이 잘 될 때 마땅히 이 점을 염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