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사들이 의사.간호사보다 더 주의해야 하는 이유
합법화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문신사 선생님들, 바늘은 정말 조심 또 조심하세요 ㅠㅜ
이전 글에서 말했듯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는 정말 중요하다. 위생은 고객과 본인 모두를 지키는 일이지만, 바늘을 조심히 다루는 건 특히나 본인을 위한 일이다. 아무리 베테랑이라 해도 방심하는 순간, 사고는 찾아온다.
나는 병원에서 일할 때 B형간염 보균자에게 썼던 바늘에 찔린 적도 있고, 매독 보균자에게 썼던 바늘에 찔린 적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추적관찰 기간 동안 정말 마음 졸이며 지냈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전부 내 부주의였을 뿐이었다.
내게는 총 3번의 주사침 자상 사고가 있었다.
1. 혈당 체크하다가 한눈팔았던 날
간호학생 실습 시절이었다.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서 환자들의 혈당 체크를 내게 맡기셨다. 혈당 체크는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전혀 아니었고, 이전 실습 때부터 무수히 해왔던 일이었다. 그때까지 아마 1000번은 넘게 했을 것이다.
평소엔 항상 손목시계로 혈당 확인 시간을 체크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벽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순간이었다.
벽시계로 시선을 옮긴 그 찰나, 환자를 찔렀던 바늘이 내 손가락에도 꽂혀 있었다. 시선이 손을 떠난 사이 거리가 서서히 좁혀지다 벌어진 일이었다. 너무 순식간이라 당황스러웠다. 내 손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로 깊게 찌르진 않았지만, 환자의 피가 충분히 묻어 있는 바늘이었다.
즉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대처했다. 다행히 그 환자분은 각종 감염 검사를 마친 상태였고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아서 무사히 넘어갔다.
2. 급하게 바늘 정리하다 매독 환자 바늘에 찔렸던 날
투석실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수기 차트에 'VDRL', 즉 매독 환자 표시가 간호사들끼리 알아볼 수 있게 적힌 환자분이 계셨다. 그분께 썼던 바늘을 정신없이 치우던 중에 순간 찔려버렸다. 한눈판 것도, 바늘을 떨어뜨린 것도 아니었다. 그냥 급한 마음에 내가 잘못 집어든 순간이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었던 건, 그 환자분은 이미 치료가 끝난 지 오래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염력이 없었다. 그냥 주의하자는 차원에서 차트에 적혀 있던 것뿐이었다.
그분은 본인의 감염력과 치료 이력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셨고, 간호사들에게 숨김없이 모든 걸 알려주신 덕분에 우리 모두 조심하며 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 주사침에 찔린 경우에도 올바른 대처가 가능했다.
3. 뚜껑을 닫다가 B형간염 보균자 바늘에 찔렸던 날
이것도 투석실에서 바늘을 잡기 시작한 지 3년이나 지난 때였다. 환자에게 사용한 바늘은 원칙적으로 뚜껑을 다시 덮지 않는다. 뚜껑을 다시 끼우는 걸 '리캡핑(re-capping)'이라고 하는데, 언뜻 보면 더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 그 반대다. 뚜껑을 닫는 과정에서 오히려 찔리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행동이다. 뚜껑을 덮지 않고 바로 옆에 '손상성 폐기물 박스'(일명 '니들박스')를 두고 거기에 바로 버리는 게 원칙이다.
그날은 내가 원칙을 어기고 리캡핑을 하다가 찔렸다. 간호사 생활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다가 B형간염 바늘에 찔릴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팀장님께서 다행히 감염팀(그 병원은 꽤 큰 병원이라 감염팀이 따로 있었다)에 연락해주셔서 절차를 밟았다.
이번 사고는 앞의 1번, 2번과는 다른 '진짜' 케이스였다.
B형간염 추적관찰은
찔린 즉시
3개월 후
6개월 후
이렇게 3번의 추적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다행히 나는 B형 간염에 대해 항체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B형간염은 한국 사람은 거의 누구나 항체가 약하게라도 있긴있을 것이다. 신생아 때부터 의무적으로 맞는 예방접종이다.) 첫 검사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재수 없으면 그래도 감염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달 뒤 검사까지 마음을 졸였다. 직접 찔려보지 않은 사람은 이 두려움을 모른다.
한 달 뒤에도 괜찮았지만, 6개월까지는 또 마음을 졸이게 된다. 이게 내 몸에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나마! 항체가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는 편이었는데, 항체가 없는 에이즈나 매독 같은 경우라면 그 걱정되는 마음이 어떨지 상상도 안 간다.
결국 방심이 부른 사고들
돌이켜보면 이 세 번의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거나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손목시계 대신 벽시계를 본 것, 평소보다 훨씬 급하게 서둘러 바늘을 정리한 것, 원칙을 어기고 리캡핑을 한 것.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도,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사고는 찾아온다. 특히 바늘처럼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도구를 다룰 때는 더더욱 그렇다. 매일 하는 일이라고, 익숙하다고 방심하지 말자. 원칙은 귀찮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수많은 사고 경험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문신사들이 더욱 주의 해야 하는 이유
내가 일했던 병원은 그나마 환자의 감염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차트에 기록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타투샵은 다르다. 고객들이 본인의 병력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병원에서 수많은 감염환자들을 마주해 본 결과, 본인이 감염되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렇다고 피검사를 해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매일 하는 일이라고, 익숙하다고 방심하지 말자. 원칙은 귀찮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수많은 사고 경험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