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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소하게 Mar 20. 2019

토마토 밭에서 꿈을 짓다

월간농터뷰 [11월호] 작물 편




월간농터뷰 [11월호] 브랜드파머, 원승현 (2부)


©원승현


Q. 농장의 이름인 '그래도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유기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저의 질문에 부모님은 외로움이라고 대답하셨어요. 가까운 친척, 지인, 친구 그 누구 하나 부모님의 고생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유기농이라는 말이 보편화되었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90년대에 유기농사를 짓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어요. 그런데도 부모님은 수십 년을 상업적인 이유가 아닌 그저 사람이 먹을 것을 만드는 일을 위해 기본을 지켜내는 타협과 절충이 없는 농사를 지어 오신 거에요. 


©원승현

  

“남들 다 편한 방식으로 바꾸는데 우리도 바꾸면 어때요?"
"에이 남들 다 그래도 우리까지 그럼 쓰냐."
"이 정도는 상관없지 않아요?"
"그래도 그럼 되겠냐."


그 세월을 버티는 동안 두 분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말속에 숨어있던 단어가 바로 그래도 에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단어가 30년 이상을 유기농과 함께하신 부모님의 인생과 가장 닮은 듯했어요. 농장 이름은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두 분이 힘들고 외로웠지만, 한결같이 걸어온 그 길. 그 길을 그대로 담으면 되었기 때문이죠. 기억되기 위한 브랜드의 이름엔 브랜드를 이끌어갈 정신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라는 단어 하나에 그동안의 두 분의 삶과 버텨낸 세월이 응축되어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름이 그래도팜이에요. 

  

©원승현


Q. 현재 농부님은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신가요?


유기농으로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어요. 기토라 불리는 토마토인데요. 그 외에도 유기농으로 비트, 취나물, 바질, 집에서 먹을 채소들을 기르고 있어요. 


©원승현
©원승현


Q. 토마토 브랜드 '기토' 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농장 이름을 지은 지 한참이 지났지만 토마토 브랜드의 이름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어요. 흔히, 시중에서 보는 누군가의 이름을 걸고 판매가 되는 OOO토마토라는 느낌이 싫증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혼자서 고민하는 건 도저히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비자분들을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어요. 


"한 2주는 기다리고 기다려야 받아요."
"기가 막혀요. 맛이 기가 찹니다. 아주 기똥차요."
"기차게 잘 자랐네요. 기운이 좋은가 봐요."
"이거 토마토가 아니라 기적이네! 기적."


소비자들의 후기와 응대 중 들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자료를 모아보니 귀에 걸리는 한 가지 단어를 찾게 되었어요. 그게 바로 '기'라는 단어였어요. 기다림, 기차게, 기운, 기적 등 '기'라는 단어에 토마토의 '토'를 축약해서 붙여보았어요. 그랬더니 기막히게도 '기토'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원승현

+ 기토에 담긴 '가치'    


기발한 기술로 기름진 토양에서 기차게 잘 자란 기묘한 식감과 기막힌 향을 가진 기똥찬 맛
기다리고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기적의 토마토 ‘기토’ 기특한 가격으로 드립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녹여낸 덕분에 기토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어요. 어떤 분에게는 기막힌 토마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야 먹는 토마토기적의 토마토 등 저마다의 기토가 있는 셈이죠. 애초에 한 가지 단어에 국한되는 것이 싫었기에 다양성을 목표로 세운 네이밍 전략이었어요. 반응형 웹서비스처럼 보는 사람마다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고요. 그러다 보니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많아 한단어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소비자들과 소통 할 소재로서 지금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브랜드 네임이라고 생각해요.


©원승현


Q. '기토'는 어떤 품종인가요? 


저희 농장에선 베타티니라고 하는 국산 대추형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어요. 해마다 다른 품종을 시범 삼아 함께 심어봤는데 베타티니의 경우 다른 품종에 비해 병충해에는 약하지만, 고유의 감칠맛이 살아있고 당도와 산미 균형이 좋아서 뒷맛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 품종을 고집하고 있어요. 



Q. '베타티니' 품종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까요?


베타티니는 대추형 토마토 중에서 가장 흔한 품종이에요. 토마토는 어떤 지력을 갖춘 땅에서 키우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요. 이 품종의 경우 지력이 높은 땅에서 키우는 걸 추천해 드려요. 자칫 지력이 약한 곳에서 키우게 되면 당도만 높고 산미가 받혀주질 않거든요. 저희가 키우는 기토의 경우 단순지표인 당도를 재보면 10 ~11 브릭스 정도 나와요.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에 당도만 높으면 무조건 맛이 더 좋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그건 오해에요. 사실, 같은 당도에서도 적절한 산미가 받쳐줘야지만 그 당도가 기분 좋은 단맛으로 느껴지거든요. 



Q. '기토'는 다른 토마토와 어떻게 다른가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토마토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토에는 풍성한 향(아로마)과 기분 좋은 단단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요. 기토와 같은 토마토를 키우기 위해서는 미생물을 통해 분해된 유기물이 충분히 있는 곳에서 다양한 영양분을 머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최소 10년 이상의 잘 발효된 유기물이 투입이 되어야지만 이런 토마토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원승현
©원승현


Q.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가장 중요한 작업 혹은 요소가 있다면?    


유기물을 잘 만들어 토양에 넣어주고 땅속의 미생물과 잘 어우러지게 해서 풍부한 유기물을 머금은 토양을 만드는 것이 유기농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농사를 지을 때 퇴비와 액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참나무 껍질,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닭의 계분, 쌀겨, 미생물들을 한 데 섞고 뒤집는 작업을 반복하며 6개월 동안 발효시켜 잘 부숙된 퇴비를 만드는데 사력을 다해요. 액비 또한 단순히 오래 썩히는 차원이 아니라 생장에 필요한 부분들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끔 바닷물로 만든 액비, 갈대로 만든액비, 토마토액비 등을 만들어 식물의 상태를 보며 대화하듯이 투입하고 있고요.   


©원승현
©원승현


#토마토 재배 과정     


최아

토마토는 보통 27~30도 사이에서 발아해요. 2-3일 정도 최적의 온도에서 약 1mm정도 발아를 시켜요. 발아된 씨앗을 모판에 직파 후 상토를 덮어 약 2~3일이 지나면 상토를 뚫고 어린 모가 올라와요.


©원승현


가식

보통 옮겨심기라고 해요. 모판에서 자란 어린 모를 최아 약 10일 전후로 포트에 옮겨 심어요. 


©원승현


육묘

가식 후 계절에 따라 여름철엔 30~35일 겨울철엔 50~60일 정도를 포트에서 길러요.


©원승현


정식

아주 심기라고 하는데요. 포트의 모를 밭에 옮겨 심어요. 보통 여름철엔 50~60일 겨울철엔 100~120일 정도의 기간 동안 자라게 되고 개화 후에 2~3일이면 열매가 수정이 돼요. 여름철엔 45~50일 겨울철엔 60~7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고요.


©원승현


개화

토마토는 일반적으로 8~9마디에 꽃 화방이 하나 달리고 3잎씩 전개되며 화방이 추가로 생성되는데 각 화방은 상단 화방일수록 꽃이 많고 품종에 따라 꽃의 양이 천차만별이에요. 보통 5개~30개 정도의 꽃이 피고요. 화방수에 따라 6화방까지만 수확하는 것을 6단 재배, 8화방까지 수확하는 것을 8단 재배라고 표현해요. 보통 6화방의 개화기에 1화방의 수확이 개시되고요.


©원승현


관리

곁순은 원가지 사이에서 나온 가지를 말하는데 원가지의 생육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수시로 제거해줘야 해요.또한 스스로 줄기를 지지 할 수 없으므로 지주를 설치하거나 유인선을 내려 줄기를 유인해 주어야 하고요. 이때 적정한 수분과 양분 관리가 토마토의 품질이나 수확량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병 관리는 작물을 잘 관리하여 면역력을 높여 스스로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토양 관리가 필요해요. 충 관리는 그물망을 통해 성충의 진입을 막고 밤에 유아등이 설치된 포집기를 통해 유인 포획하여 사전예방하며, 천적을 방사하여 관리해요.  


©원승현


수확

수확을 시작하면 보통 3개월에서 8개월까지 수확을 할 수 있고, 양액으로 공급하는 경우 1년 내내 수확도 가능해요.


©원승현

    

Q. 토마토는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토마토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차고 습기가 많은 냉장고에 토마토를 보관하게 되면 고유의 풍미가 사라지고 껍질 속의 세포막을 손상해 수분을 빼앗고 자연 숙성이 지연되며 당도가 떨어지거든요. 토마토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습기를 제거한 상태로 햇볕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아요. 다만 먹기 직전에는 냉장고에 잠시 넣었다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신선함을 좀 더 느낄 수 있어요. 또한, 꼭지에서 미생물이 번식하기 때문에 꼭지를 따서 보관하는 것이 좋아요. 미처 다 먹지 못한 토마토가 있다면 말려서 올리브유에 보관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원승현
©원승현


Q. '토마토 밭에서 꿈을 짓다'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브랜드 전공자이기도 하고 농업 관련해서 일을 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된 책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가장 큰 계기는 지원군을 모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혼자의 힘보다는 제 생각과 내용을 이해한 분들의 도움이 동반된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농업생태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 판단했거든요. 


©원승현


Q.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될 것 같은지?


농촌의 삶과 농업에 대해 알고 싶은 소비자, 농산물의 재배 과정시 맛과 연관된 중요한 부분을 알고 싶은 요리사, 경쟁력 있는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농부, 전공을 살려 농업 분야의 브랜딩을 해보고 싶은 디자이너 등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출간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시면 많이 참고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farm_nevertheless/221445228893


©원승현


Q. 저서 (토마토 밭에서 꿈을 짓다)를 읽어보면, 아버지의 농사철학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셨는데요. 원승현 농부님이 바라보는 아버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아버지는 늘 한결같은 분이세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유기농업을 고집하시거든요.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기농사를 지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인이 이 업계의 장인으로 불리는 걸 창피하게 생각하세요. 예순이 넘으신 나이에도 계속해서 농업 공부를 하세요. 본인 스스로 기술에 자만하지 않으려고 새로운 농법이 나오면 꼭 도입해서 비교하기도 하시고요. 지금껏 아버지께서 제게 몸소 보여주신 농사의 철학이 제가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고, 저 또한 농부로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1년에 잘해봐야 두세 번 짓는 게 농사이고 평생 다해봐야 100번도 연습하기 힘든 게 농사야. 하다못해 방망이를 깎아도 10,000번은 연습하고 나서야 장인 소리를 들어도 들을 텐데 100번도 안 지어 본 농사는 가당치도 않지.”


©원승현


Q. 현재 진행 중인 혹은 예정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서스테인 필드'라는 소비자 경험 공간을 준비 중이에요. 농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현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토양(퇴비), 물, 종자, 소비자 4가지 카테고리로 구성해서 15년 정도를 내다보며 계획 중인 꽤 장기적인 프로젝트에요. 현재는 서스테인 필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흙을 이해할 수 있는 '흙과 소비자가 친해지는 공간'을 기획 중에 있어요.

 

©원승현

 

Q. 낭만을 꿈꾸는 원승현 농부님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유기농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함께 기토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갔으면 해요. 또한, 그래도팜이 좀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농장이 되었으면 하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혼자서 농사만 열심히 짓는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농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더라고요.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작게나마 씨앗이 되고 그 씨앗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농업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런 활동을 통해 농업과 농업인이 존중받는 사회가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원승현


원승현 농부의 인터뷰를 마치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농촌에 있는 청년들의 고민은 뭘까?', '그들은 어떤 고민이 있을까?'. 실제로 월간농터뷰를 진행하면서 청년 농부들에게 들어 본 고민은 수익성, 결혼, 독립, 지속가능성, 취미 등 이 밖에도 그들은 다양한 주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원승현 농부의 고민 또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확고한데 농촌에서 이를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무턱대고 사람을 채용할 형편이 안될뿐더러, 설사 채용할 여건이 되더라도 쉽사리 농촌으로 내려올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푸념 섞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농사의 '외로움'이었다. 물론, 원승현 농부의 부모님께서는 더욱 힘든 유기농업을 지금껏 지켜오셨다.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아직도 농업이라는 직업 자체가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직업이 다 주목받을 수 있겠느냐마는 적어도 우리가 오늘 식탁에서 먹은 한 끼의 소중함과 그것을 생산해내는 농부의 소중함을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첫 농사의 시작을 반갑게 알리듯, 지금 비닐하우스 안에는 한창 토마토 정식으로 인해 농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주 작고 가녀린 이 모종에서 꽃이 피고 또 지고 나면 빨갛고 탐스러운 토마토가 열리겠지. 그때가 되면 꼭 그래도팜 농장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농부님이 그렇게 자랑하시던 기토의 맛은 어떻게 다를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각에도 토마토밭에서 꿈을 짓고 있을 원승현 농부님, 그리고 가족 여러분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1983년부터 타협하지 않고 지켜낸 그래도팜의 소중한 결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면서, 이번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다음 편에서는 대망의 [12월호] " [farmfra]팜프라"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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