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중앙일보 칼럼 (2021.09.16)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정치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은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입성해 대통령궁에서 정권 이양식을 선언했다. 미-소 냉전 체제 경쟁, 대리전으로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의 무덤으로 불리며 40여년 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탈레반 정권의 재창출은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확대되어가던 중, 1979년 소련 –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하였다. 미 CIA를 주축으로 MI6, Mossad, ISI 서방 주요국의 정보기관은 반공세력을 지원하며 (사이클론 작전) 소련에 대항하는 무자헤딘을 10만 명 규모로 육성하였다. 이에 더해 서방 동맹국은 적극적인 소련 견제를 위해 스팅어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지원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카에다’의 기원이 시작된 것이다.
부시 정부는 9.11 사건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신속한 공중전력 및 특수전부대를 투입하여 탈레반 정권을 신속하게 붕괴시켰지만, 대테러 작전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대반란 작전(Counter-Insurgency)에 대응하는 안정화 작전에는 실패했다.
브라운 대학의 왓슨 연구소에 의하면 약 20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2조 달러 (약 2천338조 원)에 달하는 전쟁 비용을 발생시켰으며, 전쟁의 피해로 아프간 내에서 17만 명이 사망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파키스탄 지역을 포함하면 숨진 사람이 24만 명을 훌쩍 넘는 수치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급변사태가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한반도 상황을 대입하지 않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군사력, 경제적 위상과 전략적인 동맹으로서 미국에 제공하는 지정학적 가치는 이러한 우려를 상쇄시킬만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국제정치의 주류 이론인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국제 관계의 기본 단위를 국가로 보며 생존이라는 목표로 각자도생의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론은 사물, 현상을 분석하고 현실을 설명하며 미래 예측을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시대 사회를 포괄한 가치관으로서의 ‘이론’은 사회현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 이론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아프간에서 일어난 사태는 예측할 수 없는 대변화의 시그널로 여겨야 한다.
21세기 뉴 테러리즘 시대(New Terrorism Era)가 도래하여 국제 테러 조직이 주요 행위자로서 발돋움하여 국제정치의 이론의 동향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다. 이러한 테러리즘의 경향성은 과거 정부시설, 외교공관 등 경비수준이 높은 하드타깃 테러에서 백화점, 나이트클럽, 지하철역, 교통수단 등 경비 수준이 높지 않아 외부의 공격에 취약한 소프트 타깃 테러의 양상으로 변모하였다. 그로 인하여 런던, 마드리드, 파리, 브뤼셀 등 치안 선진국 도심 한가운데에서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자행되어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이 발생했다. 미래의 법 집행기관은 거대한 초국가적 안보위협세력이 국가의 체계와 시스템에 무력화 하기위한 시도에 선제적, 예방적 조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9.11테러 사건을 교훈 삼아 정보와 수사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였다. 미국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9.11 위원회 권고 및 관련 법 (국가정보장 신설 관련 상원 결의 S.2645, 정보개혁 및 테러리즘 방지법 등)에 의거해 미 연방 정보 공동체(U.S Intelligence Community) 내에서 관할 충돌과 협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인 국가 정보국 (DNI)를 창설하였다. 16개의 부처로 이루어진 국가정보국은 안보유지에 관한 정보를 취합,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명실상부 가온머리 역할을 수행한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미중 관계는 현상 유지론이 아닌 패권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 세계로의 난민의 유입에 따른 강력 범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급변할 치안 상황에 대비하여 정보와 수사를 결합한 부처인 ‘한국형 국가 정보국’을 개설하여 미래지향적 법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