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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경 Apr 28. 2019

미세먼지 대책,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았습니다

진실을 위해 시민이 이렇게까지 품을 들여야 하나…한국 언론에 자괴감 들어

미세먼지 대책에 돈 쓴다고 징징대는 TV조선

정부 대책 설명도 없이 ‘석탄가루 공포’라는 조선일보


#1. 왜 정보공개청구 했는가?


제 직업은 ‘언론 모니터링’입니다. 현재 언론 개혁을 위한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저는 조선일보와 TV조선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화전 야적장에 석탄가루 322t ‘검은 공포’>(3/19 원선우 김효인 기자)    



TV조선 <8년 뒤 부술 실내 저탄장에 2돈낭비”>(4/10 임유진 기자)




조선일보 기사를 먼저 뜯어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하고 싶은 말은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쓰이는 석탄 가루가 야외에 노출돼 있으니 이게 문제다’라는 것입니다. 정부에게 정책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같습니다.

3월에 이 조선일보 기사가 나가고 한 달 뒤, TV조선에선 약간 결이 다른 기사를 내놨습니다. ‘야외에 있는 저탄장(석탄 저장소)이 미세먼지의 주범이긴 한데, 이걸 8년 쓰려고 2조나 투입한다! 급조된 미세먼지 대책이 문제야!’라는 게 위 기사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동안 저는 석탄화력발전소 근처 마을의 주민 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룬 리포트를 자주 보았습니다. 발전에 쓰이는 석탄 가루가 바람에 날리다보니, 주민 분들이 사는 마을에 까지 찾아와 밭이나 빨래를 새카맣게 만드는 것입니다. 분명 이건 문제입니다. 국가 정책에 의해 피해를 보는 국민이 생긴 것이니까요. 야외에 널려있는 석탄 가루가 문제라면 이걸 실내화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단순히 ‘경제성’으로 반려된 사업이라니. 저는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돈이 많이 든다며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비판하는 TV조선 기사에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고요.




#2. 무엇을 정보공개청구 했는가?


정부 정책에 대해 엉뚱한 기사가 나가면, 정부가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코너에서 설명을 해줍니다. 대한민국 정부 정책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포털사이트로 ‘정책브리핑(www.korea.kr)’이 있는데요. 이 중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탭에서 정부 부처의 공식 해명·설명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두 기사 모두 정부 부처가 해명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환경부의 설명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서 저탄장 옥내화를 원칙적으로 2024년까지 완료하도록 할게.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2026년을 목표로 예산 2조 4천억 원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협의를 해서 더 빨리 완공하도록 할게. 그리고 이 시행규칙은 2019년 공포를 예정으로 규제심사가 완료된 상태야’입니다. 즉, 조선일보가 빨리 하라고 하니 빨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TV조선 기사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해명을 내놨는데요. ‘산자부는 저탄장 실내화 의무의 경우 석탄발전 감축 방향을 고려해 진행 중이야. 사실 이건 비산먼지 저감을 위해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거든? 우리가 아니라? 석탄발전을 어떻게 감축할 지는 9차 수급계획(19~33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중장기 전력수급 방안을 담을 계획)에서 짤 건데 이때 저탄장 실내화는 환경부랑 협의해볼게!’라는 게 정부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전력 수급에 골몰하는 산자부’와 ‘환경 보전을 생각하는 환경부’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할 문제였던 것입니다. TV조선 말마따나 정부가 손발이 안 맞을 수? 있는 사안인거죠. 이건 늘 충돌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 보는 시선이 통일부와 국방부가 다르듯요. 통일부는 북한을 통일의 대상, 관계 개선을 이끌어 내야할 친구로 보는 반면, 국방부는 ‘적’이라고 보죠. 그런 것과 비슷한 사안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모든 것에 갈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장일치만 있는 사회는 이상하지 않나요? 어떤 문제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똑같이 생각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죠. 미세먼지 대책과 전력수급 방안에 있어서는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느냐가 국가의 능력인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경제성을 들어 ‘이 사업은 타당하지 않아’라고 말했던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궁금했습니다. 정말 그들은 미세먼지 대책을 경제성으로만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의 건강은 경제성 항목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궁금했던 거죠. 그럼 비산먼지 감축 대책에 대해 각 전력사는 어떤 대책이 있을까? 아무 대책도 없으면 이건 너무한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정보공개청구 항목>>

최근 5년 내 화력발전소 저탄장 옥내화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저탄장 옥내화가 불가능할 시 발전사에서 각기 강구하고 있는 대책


<<정보공개청구 신청 대상>>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이하 5개 발전사)



#3. 정보공개청구 결과…    


총 7개 기관을 대상으로 접수를 했고, 5개 발전사는 ‘공개’, 한국개발연구원은 ‘비공개’, 기획재정부는 ‘청구취하(제가 했어욧!)’를 했습니다. 이게 하나씩 공개되거나 결정될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대체 이게 뭐라고….)


그들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중부발전: 저탄장 옥내화 사업은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수익성이 없는 무수익 사업으로 평가를 받았어. 그런데 대부분의 발전소 환경설비는 미세먼지 감축에 따른 국민건강 영향을 완화하는 환경적 편익(전국적 영향)이 크다? 근데 옥외 저탄장에서 발생되는 비산먼지는 입자가 커서 비산거리가 ‘지역적(반경 20km이내)’이더라고. 즉, 투자비에 비하여 주민건강에 영향을 완화하는 환경적 편익이 극히 작았던 거지. 그래서 경제성이 낮은 사업으로 평가를 받았어. 하지만! 중부발전은 환경을 최우선시 하고 있어! 저탄장 옥내화 사업이 정부예타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추진할거야. 중부발전은 19.4월 중 개정고시 예정인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에 포함된 시설기준(별표14조)에 따라 저탄장 옥내화를 변함없이 추진할게!


-서부발전(가장 먼저 답변 해준 아주 좋은 곳): 태안 5~8호기(아마 서부발전이 가진 발전소겠죠?) 예타 조사 결과, 경제성 부족으로 타당성 없음이 나왔어. AHP(계층화분석법) 결과 0.5이상이면 타당성 있음을 의미(기재부의 예타 운용지침 제20조에 있는 내용이야)하는데, 0.421이 나왔더라고. 하지만 환경부가 2018년 9월3일,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해서, 발전소의 기존 옥외 저탄장은 옥내화 의무시행을 할 예정이야. 이 입법예고를 근거로 올해 1월에 예타 면제 신청을 했는데 법령개정이 완료되지 않아서 3월에 보류 판정을 받았거든. 하지만 환경부가 입법절차를 완료하면(5월 초를 예상하고 있어) 예타 면제 재신청 등 관련 업무를 신속히 추진해서 태안발전본부의 기존 저탄장을 다 옥내화할게. 


-동서발전: 예타는 정책적 타당성은 있으나 경제성이 없어서 사업 추진 부적합이라고 하더라고. 우린 경제성이 0.45가 나왔거든. 하지만 저탄장 옥내화 사업은 법적의무가 되었거든. 그래서 추진할거야.


-남부발전: 우린 현재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야. (예비타당성 신청 : 2019.1월) 그 외에 우린 ‘저탄장 외곽 방진펜스’, ‘석탄표면 경화제 자동살포설비 설치’ 등 석탄 비산먼지 방지대책을 적극 추진 중에 있어.


-남동발전: 우린 삼천포 화력이랑 영흥 화력의 예타를 조사 중이야. 2018년 10월부터 하고 있고. 옥내화의 경우에는 정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서 아예 법제화하려고 하고 있어. 이건 2018년 9월부터 하고 있단다.


-한국개발연구원: 청구하신 내용은 우리원에서 수행중인 『태안 5~8호기 저탄장 옥내화 사업 공공기관 사업 예비타당성조사(한국서부발전)』와 『보령화력 기존 저탄장 옥내화 사업 공공기관 사업 예비타당성조사(한국중부발전)』관련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우리 센터는 각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하지만, 연구용역기관으로서 해당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의 공개 권한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위 보고서의 경우, 각각의 예비타당성조사 발주기관인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와 한국중부발전주식회사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질의하신 "저탄장 옥내화가 불가능할 시 발전사에서 각기 강구하고 있는 대책"에 대해서도 해당기관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


-기획재정부(이곳은 직접 사무관께서 전화를 주셔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전화가 온 날이 청구 마감 일자였어요. 즉, 기재부 장관의 허락을 맡아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데, 그 허락을 맡기 어려운 일정이라, 전화를 주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곤 설명을 직접 들었으니 청구를 취하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기재부가 예타를 심사하고 있긴한데, 그 경제성 항목에는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만 들어있는 건 아니야. 국민 건강 증진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도 포함이 돼 있지. 하지만 이 저탄장 옥내화 사업의 경우에는, 국민 건강이 증진되는 그 양에 비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게 문제였어. 그러니까 이게 한 동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은 거지. 이게 왜 그런지 기재부도 정말 궁금해. 암튼 이걸 다 고려해서 안 됐는데, 사실 시행령 개정안이 나와서 법제화 될 거거든. 그럼 사실 예타 안 받고도 정책 추진이 가능해. 그러니까 아마 되지 않을까? 




#4. 조선일보와 TV조선은 무엇을 취재한 건가?


자, 일반 국민인 제가 알아낸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니까 저탄장 옥내화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예타에서 걸러졌으나, 환경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저탄장 옥내화는 추진 중에 있습니다. 물론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겠죠. 하지만 이건 건강과 관련된 것이니 단순히 사업비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 외에 미세먼지 방지 대책으론 방진펜스랑 석탄표면 경화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추가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1)사업비가 부풀려서 책정되진 않았는가? 2)현지 주민들에게 보상비를 주는 것은 고려해볼 수 없는가? 일 것입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취재해볼 수 있는 부분은 3)예비타당성 조사의 각 항목 중에 잘못돼 있는 건 없을까? 4)저탄장 옥내화가 최선의 방법일까? 등이 있겠습니다.


그럼 조선일보와 TV조선의 각 기사가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야외 저탄장의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빠른 대책을 구하는 게 조선일보 기사가 가진 의의일까요? 일단 좋게 봐서 그렇다고 해봅시다. 그럼 TV조선은요? TV조선의 기사는 당최 뭘 취재했고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기사입니다. 단순히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업비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건가? 그럼 각 사업비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런 건 기사에 없습니다. 기사에선 겨우 8년 쓸 석탄발전소에 2조를 투입하는 게 맞냐는 식의 내용이 나오는데, 산자부가 정책브리핑에서 밝혔듯 ‘환경부와 협의해서 9차전력수급계획을 짜서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기사에 실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사업비가 너무 높다면, 다른 정책적 방안, 예를 들어 주민들에게 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은 어떤가? 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 기사에서는 그런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대체 뭘 취재한 걸까요? 임유진 기자는 무엇을 하고 그 기사를 썼을까요? 각 발전사를 다녀보고, 기획재정부를 취재해보고 쓴 기사일까요? 산자부와 환경부는요? 이 모든 것을 취재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써야 하는 기사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전직 학보사 편집장 및 기자 지망생) 그러나 그런 건 하나도 없고 오로지 ‘정부 엇박자’를 비판하기 위한 기사로 판단됩니다. 이런 걸 쓰려면 기사 내용이라고 알차던지요. 기자로서 무능하다고 판단됩니다.




#5.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후기


조선일보‧TV조선 비판은 이쯤하고요.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후기도 짤막하게 남겨보려합니다. 이거, 처음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정부 관계자와 전화할 기회도 생기고요. 발전사 두 군데와 기획재정부에서는 직접 전화가 왔었어요. 발전사 두 군데는 제게 정확한 질문의 요지를 묻고, 자신들이 공개할 수 있는 범위는 이정도 까지이니, 그럼 이러이러한 내용을 담아 정보 공개를 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해주었고요. 기획재정부는 제가 이 저탄장 옥내화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실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이 번호로 전화를 달라고 했습니다. (기재부 박상현 사무관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아니 좋아합니다!)


저는 국민이 국회에서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알아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비현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에 관심가져야지요. 하지만 국민들이 모든 사안을 꼼꼼히 챙기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그러면 뭐하러 대의제를 채택한답니까? 국민들의 관심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제대로 국회가 기능하면, 그런 문제는 해소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국회는 제발 잘해주시고요.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걸 제대로 짚어줘야지, 어중이떠중이로 기사를 쓴다거나(기사 못 쓰는 기자들 굉장히 싫어하는 필자),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정쟁을 위해서 기사를 쓰면 뭣하러 기자합니까? 그냥 어디 정당에 들어가서 시위꾼하면 되지.


개인적으로 즐거웠지만, 언론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TV조선에 대해 불신만 커진 정보공개청구였습니다. 앞서 국민이 하나하나 챙기는 사회는 비현대적이라고 했지만, 여력이 있는 국민분들 시민분들에겐 정보공개청구를 추천합니다. 의외로 재밌어요. 의외로 정치 효능감이나 사회 효능감도 크고요. 언론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도하는지도 알 수 있답니다. 


다음 정보공개청구는 뭘로 해볼까 요즘 고민하고 있답니다. 다음 정보공개청구 후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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