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취업, 유튜브에 성공하는 비법은 모두 ‘같다’

이게 뭔 개소리야!

by 필경

#1

오늘 저녁, 외간남자와의 약속이 있었다. 이 남자는 해외 대학을 나와, 현재는 마케터를 하고 있고, 자전거 라이딩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만나서 알고 보니 영어로 영화 리뷰를 쓰기도 하고(한 번이긴 하지만) 유학 관련 정보를 올려 파워 블로거도 해 본, 그런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 관심사와는 완벽히 일치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 사실 이 사람과 얘기가 잘 통하게 된 것도 자전거가 시작이었다. 나는 따릉이로 출퇴근 해본 경험이 있는 특이한 여성이었고, 자전거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곧 살 계획(만 있고 정보는 없음)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

이 남자는 말 시작하기를 잘 해서, 어떤 주제로든 말을 이끌어 나가거나 할 수 있고, 또 그걸 재밌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럼 나는 그걸 웃으며 듣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내가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요즘 든다. 말을 잘 하는 것과, 대화를 잘 이끄는 것이 다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암튼, 기계가 시켜줬든, 사람이 시켜줬든 암튼 소개팅에 나가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이란 건 다양한 것을 포함한다. 한 눈에 반할 만한 미모, 매력있는 성격, 언어적 능력, 음악적 능력, 운동이나 일반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취미 등. 그럼 나는? 이 남자가 가진 ‘콘텐츠’만큼 나도 꽤 손 꼽을 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을까?



#3

이 콘텐츠가 없으면 사람을 끄는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애에 매우 쉽게 성공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던지, 영화에 대해 잘 안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어떤 사람이 ‘꽃’ 얘기를 꺼냈을 때 거기에 맞장구 쳐주면서 꽃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또 ‘책’ 얘기를 꺼내면 요즘 출판 트렌드에 대해서 짚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나라도 이런 사람과 사귀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게 있냐고요. 없는 것 같다고요.



#4

사람을 이끄는 것은 연애뿐만이 아니다. 나는 요즘 미디어오늘에서 주최하는 유튜브 저널리즘 세미나를 듣고 있다.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게 필요해요, 식의 프레젠테이션이 많은데, 다들 하는 말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라는 거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라는 말은, 너무 모호하고 방대하지만 또 사실 다 아는 거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던지, 어디 시골에 들어가서 삼시세끼 밥을 지어먹던지(어떤 이유로), 귀농을 해가지고 두더지를 잡아 키우던지, 책을 많이 읽어서 책 브리핑을 해준다던지, 그도 아니면 막말이라도 하던지 말이다.



#5

막말을 해선 취업하기 어렵겠지만, 취업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너 어디에 관심있어?’ ‘너 뭐 할 줄 알아?’에 대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나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에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직종에 종사한다면, 난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심 있어, 관련해서 책 소모임도 해봤고 직접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해봤지, 사실 외국 마케팅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그걸 가지고 블로그를 좀 했는데, 블로그 일간 방문자가 1만 명 가까이 되지 뭐야, 와 같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자 직종에 종사한다면, 난 소수자 이슈에 관심 있어, 관련해서 시민단체에도 가입돼 있고 이미 대학학교 안에서 소수자 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 소수자 중에서도 나는 이주 노동자에 관심이 많은데, 이것과 관련해서 시민 정책 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은 이력이 있어, 앞으로 이주 노동자 관련 기사를 쓰는 게 꿈이야, 와 같이 답할 수 있어야 하고.



#6

즉, 내가 가진 콘텐츠가 내 연애, 취업, 유튜브 성공까지 좌지우지한다. 뭐야, 그럼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거 잖아! (정답!)



#7

그래서 네 콘텐츠는 뭔데?라고 나에게 물으면 참 답답하겠지만, 난 나름 #글쓰기 #말하기 #읽기 #듣기 #계획세우기 등이라고 생각한다. (말듣읽쓰는 굉장히 급조했는데 이런 콘텐츠 괜찮네) 국어라곤 할 수 없지만 실용 국어랄까? 이런 쪽에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강의한다면 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외엔 희한한 도전 즐겨하기랄까. 따릉이 타고 출퇴근을 왜 하며, 무일푼으로 자격증 따기를 왜 하며, 시키지도 않은 시민 모임 참여는 왜 하는가?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참 잘하고 좋아한다.



#8

괜히 연애하겠다고 소개팅 자리 나갔다가 혜안만 얻어 왔다. 콘텐츠가 중요하구나! 미모가 없으니 다른 걸 가꿔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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