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 도착하기까지
이 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을 시작했다. 혼자 먹는 밥이 일상인 나는 식사할 때 심심함을 달래고자 노트북, 핸드폰을 보고는 한다. 반면 스페인의 첫 식사는 이 공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내 따분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입으로는 한 입 가득 음식을 물고 눈은 바쁘게 이곳저곳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와 비슷해 보이는 여행자들 구경도 하고 창가 밖으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을 구경했다. 귀로는 수많은 언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빵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거리로 나가니 어젯밤에는 몰랐던 향이 났다. 이게 바로 ‘스페인 냄새’ 인가보다. 계속해서 코를 킁킁거리게 만들었던 향은 향수가 있다면 몇 통이라도 사서 스페인을 듬뿍 가지고 돌아가고 싶었다. 오랫동안 숨을 들이마시면 진한 농도의 스페인이 코에서 머물렀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본격적인 여행 첫날부터 오감이 풍족한 아침이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시작이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바닥, 지나가고 있는 건물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색, 눈동자 색, 피부색 등의 수많은 것들이 몇 시간 사이에 변해 있었다.
시작과 끝을 마드리드로 정한 이번 여행은 시계방향으로 스페인을 보고 느낄 예정이었다. 단 ‘이 도시는 며칠, 이 도시에서는 이만큼 머무르자’ 가 아닌 충분히 머물렀다고 생각될 때에 이동하자는 룰을 정했다. 오늘 떠나야 하니 급하게 보고 가는 여행은 싫었다.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마드리드는 마지막 일정으로 남겨두고 바르셀로나로 이동하기 위해 나섰다. 14시 렌페였지만 숙소 체크아웃 시간에 맞추어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초행길일뿐더러 이 곳은 내가 살던 나라도 아니기에 일찍 출발했다. 솔 광장에서 렌페 역까지는 그리 멀지도 않기에 금방이지만, 내 판단이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지하철로 내려가는 순간 나는 당황했고 미리 끊어둔 10회 권 중 3번을 한번에 모두 써버렸다.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에 가방도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마주치는 사람마다 길을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어물어 제대로 atocha renfe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Sol역과 비교 했을 때 훨씬 넓었으며 이 넓은 곳에서 렌페 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어디인지 찾지를 못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오르락 내리락 엄청나게 반복했다. 같은 경찰에게 2번이나 물어 제대로 된 길을 찾았고 드디어 렌페 역에 도착했다. 길지 않은 길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다행히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으며 일찍 나선 덕에 역에 도착해서도 2시간이나 남았다. 당시는 긴장에 이마에서 땀이 맺혔지만 지나고 보니 바보 같은 내가 재밌었다. 혹시 지하철을 반대로 탈까 봐하는 걱정에 몇 분이면 도착하는 곳을 몇 시간 일찍 출발했다니 겁쟁이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행이기에 이런 미련한 행동들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니 이 모든 상황 하나하나가 행복했다. 헤매는 것 마저 행복하다니 말이다. 캐리어에 다리를 걸치고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휴대폰 메모장에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메모를 남겼다.
이 곳 사람들에 묻혀 함께 길을 걷다 보면 방향을 잃어도 좋아. 헤맴도 여행!
기다리는데 있어서 두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여행 첫날이라 그랬을까. 무엇이든 긍정적이었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도 여유라며. 틈틈이 내가 타야 할 플랫폼이 떴는지 확인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캐리어에 올려둔 발은 까딱까딱 흥이 올랐다. 기차 탈 생각에 신이 났다. 드디어 플랫폼 번호가 떴다. 여러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이 보였고 나도 그들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 플랫폼이던가. 어제 공항에서 잠깐 머물렀던 그곳의 플랫폼은 만끽할 틈 조차 없이 정신이 없었다. 하루 지났다고 긴장감은 사라졌고 이 곳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렌페에 몸을 실었다.
기차가 출발했고 여태까지의 들뜬 마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한 풍경이 창 밖으로 펼쳐졌다. 흙 위에 풀이 자란 건지, 풀 위에 흙이 날아온 건지. 절묘한 황토와 풀색의 조화였다. 내가 보던 자연과는 다른, 스페인 색으로 물든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승무원에게 받은 이어폰으로 기차에 탑재된 스페인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려 했던 계획은 산산이 무너졌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도착하기 전, 2시간 반 중 2시간 정도는 창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이런 풍경들이 눈 앞에서 잘 찍은 필름처럼 지나간다. 창 밖의 올리브 나무 들이, 푸르르던 하늘이, 햇살들이,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이러니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 될 수밖에. 본격적인 출발부터 너무나 큰 감동과 많은 여운을 남긴다. 저녁에 먹기로 한 빠에야를 기대하며, 내일의 가우디를 기대하며 기차는 바르셀로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