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많은 자료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여정지도와 스토리보드를 알아봤다. 지금까지 확인한 두 방법이 사용자의 상황에 몰입하는 방법들이었다. 이 외에 정보를 정리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다. 니콜라스 루만이라는 저명한 학자가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수없이 많은 영감들을 메모로 정리했고, 서랍에 카테고리를 나눠 보관했다고 한다. '아이디어', '의문점', '확인이 필요한 것' 그리고 '더 알아볼 것' 등 서랍을 나누고 메모를 넣어 두었다. 루만 교수는 하루에 6개 이상 메모를 작성하였으며, 이 메모들을 조합하여 70권의 저서, 그리고 400여 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와 비슷하게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방법이 바로 어피티니 다이어그램이다.
정량적 데이터는 통계적 방법을 통해 분석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UX리서치 진행하며 모인 정성적 데이터는 어떤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문화 인류학자인 카와키타 지로는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는 방법을 그의 이름에서 따 KJ 법,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라고 한다. 수없이 많은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연관성에 따라 카테고리화를 한다. 이때 데이터의 연관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카테고리를 만든다.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은 보통 팀이 함께 진행한다. 그래서 이 작업을 진행할 때 팀원들이 각자의 주관에 따라 카테고리를 만들고, 카테고리에 아이디어들을 그루핑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에이션 과정에서 했듯이 서로의 의견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정된 카테고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카테고리에 배정할 수도 있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정리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루핑 하고 그래서 라벨링 하는 과정이 바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다. 플러스 엑스 사례를 살펴보자. 사용자 인터뷰, 고객사 인터뷰, 사용자에 및 경쟁 서비스에 대한 리서치 자료들을 바탕으로 카테고리화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각 카테고리에 배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카테고리들에 대해서 각 그룹이나, 그룹을 연결해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여기서 플러스엑스만의 관점이 흥미로웠는데, 어피니티 다이어그램도 최대한 산출물과 관련된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탬플릿 자체에 산출물과 관련된 아디디어들을 정리하게 해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각 카테고리에 맞는 아이디어를 그룹핑해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하지만 이런 UX방법론이 항상 정답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타트업에서는 나도 이러한 분석 도구들을 활용해 컨설팅을 진행했었다. 그때 UX리서치 결과를 정리해 고객의 니즈를 제시했을 때의 클라이언트의 반응이 기억난다. '우리도 알아요. 그런데...' 막상 큰 회사에 들어와 보니, 나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타 부서에서 진행한 컨설팅 결과보고서나 발표회에 가면 정말 다 알긴 하는 내용들이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에 무슨 불만이 있는지, 경쟁사 서비스는 무엇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다만, 회사에서 그것을 추진할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다. 사용성에 투입할 리소스가 없어서 일수도 있고, 사내 정치로 인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없어서 이기도 하고, 금융감독기관의 제재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가끔씩은 정말로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할 기회가 온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평소에 파악하고 있던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하고,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