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 하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날까
럭셔리, 은퇴 후 여유롭게 떠나는 여행, 효도관광...
주변 사람들에게 크루즈 여행을 갈 거라고 얘길 하면 대부분
"그거 효도관광 상품 아냐?"
"크루즈? 그거 엄청 비싼 거 아냐?"
라며 되묻거나, 보통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크루즈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든지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합리적인 비용으로 세계 여러 도시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다. 오히려 비행기나 육로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넓고 푸른 바닷길로 안락하게 방문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크루즈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서울에는 항구가 없고, 가까운 인천항이 있지만 인천에서 출발하거나 기항하는 크루즈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천의 크루즈 터미널은 기항지로서의 매력도 낮은 편으로 보인다. 크루즈가 기항하는 주요 기항지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항구도시들이 많다. 우리나라 인천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크루즈 터미널이 송도에 있고, 송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루즈 터미널이 서울 여의도에 있다면(그럴 수 없지만 만약이라도) 동북아시아 크루즈들이 한국을 더 많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카보타지'규제도 한국의 크루즈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박법 제6조에 따라 외국 국적의 선박은 국내항구 간에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없기에 외국 대형 크루즈가 인천과 부산을 거쳐 제주도에 입항하는 스케줄을 만들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일본은 해당 규제가 없기에 남쪽의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서 출발해 도쿄, 오사카를 거쳐 북쪽의 하코다테 오타루까지 자유롭게 기항할 수 있다.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는 크루즈 배를 구경조차 하기 힘든 현실이라,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거나 "노년층을 위한 비싼 패키지여행" 취급을 한다. 10년 전에는 나도 다르지 않게 생각하며 크루즈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2019년 지구의 배꼽으로 유명한 "울루루"를 실제로 보기 위해 호주 아웃백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 호주 대륙의 한가운데로 사막지역인 그곳에 말도 안 되게 거대한 바위는 경이로운 장관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압도적인 존재는 우리를 한없이 작게 만들며,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웃백 지역의 관광을 마치고 한국에 가기 전 시드니로 돌아와 도시 관광을 하던 중, 난 한 번 더 장관을 목격했다.
호주 서큘러키 여객 터미널에 정박한 크루즈였다.
웬만한 빌딩이 옆으로 누워있는 크기의 크루즈는 주변 여객선이 장난감배처럼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였다. 위 사진의 좌측중앙에 좌우로 길게 뻗어있는 시드니의 토스터빌딩(베넬롱 아파트) 보다 큰 이 크루즈는 당시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크기였다. 하지만 전 세계 크루즈 중에서 이 배는 겨우? 8.8만 톤의 중형급 선박일 뿐이었다. 승객도 겨우? 2,100명~2,600명 태울 수 있는 크기다. 최근에는 선사별로 20만 톤이 넘고 승객도 6,000명~7,000명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들도 만날 수 있다.
크루즈 불모지인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는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크루즈 여행은 비쌀거라는 고정관념은 변하지 않았다.
2019년 호주 여행을 마치고 그 다음해인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해외는 커녕 가까운 바다조차 가지 못하던 시절은 나에게 유난히도 답답하고 힘겨운 시기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늘 도심을 벗어나고 싶어했고, 넓고 푸른 바다를 동경하며 살았다. 휴가 때마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펼쳐지는 광활한 곳을 찾아 떠나곤 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팬데믹의 시대가 저물고, 아내와 함께 휴가를 내어 자연을 찾아 떠났다. 지난 팬데믹의 경험은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으며, 난 문득 시드니에서 보았던 크루즈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 경험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