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rief History of How We F*** It All Up
2019년 끝까지 읽었던 두 개의 책이 유감스럽게도, 두 편 모두 역사에 관련된 책이었다.
하나는 최진석 교수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이고, 두 번째 완독한 책은 이번 독서모임에서 다룰 '인간의 흑역사' 라는 책이다.
학창시절 역사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몰랐던 내가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내가,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하니, 여간 곤혹스러운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독서는 참으로 뜻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아마 학창시절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책을 2번 3번 읽으며 재독(다시읽기) 을 하면서 전략적인 독서법을 몸으로 직접 행했으며,
책을 단순히 휘발성으로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고 느낀 결과물을 독서모임 앞에서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문장으로 남기게 됐다는 것이다. (아웃풋식 독서)
앞으로 이러한 작업을 2020년 동안에는 꾸준히 하고 싶다.
다시 인간의 흑역사 책 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지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재미있는 이야기로 인간의 뻘짓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뻘짓도 그냥 뻘짓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정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뻘짓 하이라이트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뒷담화를 이야기하는건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쟤가 그랬대~, 쟤가 그래서 걔랑 헤어졌대 등등
모아이 석상을 만든 라파누의 섬의 원주민들의 뻘짓으로 인해서 벌어진 일들
히틀러는 정말 천재 마케터였다는 사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뻘짓을 하고, 사고를 친다.
대표적인게 싸이월드의 흑역사가 아닐까?
첫사랑 그녀에게 했던 오글거리는 2005년 싸이월드에 나올 법한 글들,
왜 저렇게 입고 있지? (그때는 맞았으나, 지금은 틀리다) 등등
사실 인정하긴 한다.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일까? 한다면 난 음...별5개 만점에 2.4개를 주고 싶다.
마치 군생활때 읽었던 맥심의 뒷 페이지 한 켠에 있던 우수갯소리 정도의 재미를 주는 이야기들이다.
이건 이 책의 작가인 톰 필립스가 가진 영국식 유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코드가 맞으면 재미있는 거고 코드가 맞지 않으면 책을 덮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다행이도 나는 영국식 유머가 좋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영화의 원작인 하이피델리티 (닉혼비)도 재미있게 봤고,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영화도 좋아한다.
이 책의 구조는 참 단순하다.
처음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인지편향, 휴리스틱 등의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에 들어가면서 앞서 말했던 개념들을 대입해볼만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땀을 이상수(?)로 오해를 해서 연구를 진행했던 이야기는 선택지지편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등등
전공자나,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몰랐던 개념을 재미있는 예시와 함께 잘 녹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뒤에서 듣다가 앞에서 개념을 다시금 찾아보면서 이게 이렇게 적용되는 구나. 라고 하나씩 찾아가며 읽는 재미도 있다.
인간의 뻘짓은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고, 지금도 똑같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뻘짓이 불러일으킨 결과물은 그때 뻘짓으로 남았던 것이 지금은 아주 우리에게 편리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리라.
예를 들면 노킹 방지 연료 보급으로 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졌으며, CFC는 냉장고와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두 발명품은 서로 결합하여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차량용 에어컨,.아마 오바하면 지금의 마블유니버스가 탄생할 수 있게 됐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의 1차적인 나의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뻘짓이라도 결론은 좋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우상향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려고 하고 있고,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진화해 나간다. (이게 무슨 이론이 있었던거 같은데)
뻘짓이 계속되어도 두번째 세번째 뻘짓은 조금 나은 뻘짓이 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이것도 낙관적인 사고다.
실제로는 뻘짓이 성공신화가 되는 것보다, 뻘짓이 뻘짓으로만 남게 되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내가 이 독서 모임에 기대를 하는 것은
책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에 대해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거나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인공지능의 폐해
우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만들어낸 알고리즘 안에서 듣고 느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위해서(휴리스틱) 정보를 점점 더 쉽게 단순화 시키고 파편화 시키고 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거짓뉴스를 만들어 내고, 어떤 유행의 광풍을 만들어내고,
집단사고에 갇히게 하고 확증편향에 빠지게 한다.
그럴 수록 적어도 나는, 아날로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예 자연인처럼 고립된 생활이 아니라 어느정도 포용을 하되, 중심은 그게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중심이 뭐냐 라고 한다면. 독서, 그 중에서도 정말 오래된 고전에서 찾아야 한다고 느낀다.
2020년은 고전을 많이 읽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