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더 행복하고 더 성장한 모습이길
26년 1월 1일에 나는 곧 10대의 마무리를 앞둔 26년 12월의 나에게 이 글을 남긴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 시간을 다 합치면 고작 여섯 해인데,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과 사건들이 들어 있었다.
지금의 내가 1년 뒤의 나를 떠올리며 묻고 싶은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잘 살았는지, 무너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여전히 나를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원하는 대학에는 붙었는지,
분석 기능사는 땄는지,
그런 현실적인 질문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 건 딱 하나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고등학교 1학년의 나는 최재현 때문에 많이 흔들렸고,
고등학교 2학년의 나는 정하람 때문에 많이 아팠다.
과연 26년의 나는 또 다른 사랑을 했다가 헤어져서 아파했을까? 아니면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나의 사랑은 항상 짧은 관계였지만
감정은 짧지 않았고,
사랑은 늘 내 생활보다 앞서 있었다.
사랑 때문에 나는 저 바닥까지 아파하며 떨어졌다
하루하루를 아파하며 그냥 살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삶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은
지금의 내가 나 자신에게 그래도 잘 버텼어,
잘 살았어 라고해주고 싶은 말이다.
올해는 정말 이상한 해였다.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서도
행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한 해.
부모님과도 많이 부딪혔고,
사람 때문에 울기도 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축제 부스 운영, 질서 유지, 체육대회,
학교 행사 활동, 외부 홍보 활동,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냈다.
80점도 넘기기 힘들던 내가
처음으로 90점을 찍었고,
목표로 두던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금 돌아보면
완벽하진 않아도 분명히 도망치지는 않은 해였다.
1년 뒤의 나는 아마
이 글을 읽으며 웃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조금 먹먹해질 수도 있고,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지?” 하고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버텼고,
여러 번 무너졌지만
매번 다시 일어나려 했다는 사실을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삶이 고되고 힘들었던 만큼
10대의 마지막만큼은
조금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흔들리고,
확신보다는 불안이 더 많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한 번쯤은 말해주고 싶다.
“잘 버텼다.
정말 고생 많았다.”
1년 뒤의 내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기를,
그리고 새로운 시작 앞에서도
여전히 나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10대의 끝이 무너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고,
20대의 시작이 두렵기보다
기대로 시작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