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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Jan 13. 2022

나를 지키는 루틴

1. 크리스마스 중간 방학 동안 (아주) 많이 늘어져 있었다. 

올해 왠지 바쁘게 보낼 것 같은 느낌에 쉴 수 있을 때 쉬자고 한 것이 너무 지나쳤나 보다.

편한 마음과 내일을 생각하지 않은 마음이 엿가락처럼 찐득해져 소파에만 뒹굴뒹굴 붙어있었다. 먹고 쉬고 보고 싶은 영화 보고 간간히 할 일 하는 게으른 루틴이 일주일 이상 넘어가니 무기력함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의 에너지가 방향성을 잃기 시작했다. 나의 무기력은 엄청난 우울을 동반한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지만 속에서는 모든 게 무너지고 파괴가 일어나는 듯하다. 그럴 땐 흔들 다리 위에 있는 것처럼 무한정 휘청휘청거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생겼다. 오랜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을 겪어보니 그래도 나는 해야 할 일은 하는 사람이고 폭풍과도 같은 마음도 결국엔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역시나 찰나의 폭풍은 지나갔고 나는 늘 그렇듯이 내 마음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결론을 끝내 받아들였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만한 결과가 나지 않았을 때 나를 미워했고 움츠리거나 겁먹은 나를 비난했고, 내가 원하는 상에 부합하지 않아 나를 싫어했다. 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제대로 안아줄 수는 없었을까. 


 나는 나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지금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제일 미더운 부분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체력과 몸이었다. 일이 몰릴 때는 새벽 4-5시까지 일을 하는 불규칙적인 생활과 일어나서도 계속 내내 컴퓨터 앞에 있을 수밖에 없는 습관은 거북목이 생기고 체중이 급증하게 했다. 몸이 피곤하고 힘드니 삶에 곳곳에 짜증이 깃든다. 나는 앞으로 나 자신을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쭉쭉 스트레칭도 시켜주고 날이 좋을 때 산책도 데리고 나가고 건강을 위해서 건강식도 챙겨주는 그런 귀여운 강아지. 그런 마음과 삶의 루틴이 자리 잡는다면 결국 나는 나를 사랑해주겠지. 




1-1. 사진은 작년, 아시아 마트에 갈 때면 꼭 포춘쿠키를 사 온다. '당신은 당신의 분야, 직업에서 성공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나왔다. 포춘쿠키는 많은 위안과 웃기게도 희망을 주곤 했다. 저 글귀를 보고 참 기뻤다. 아직도 저 종이 쪼가리를 보관할 정도로. 성공이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닌 안정적인 환경을 너무나도 바래왔기 때문이다. 원하는 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약간의 조바심과 찌질한 나의 모습이 비친다. 지금껏 외면해오다가 처음으로 직면했다. 그리고 이런 현재의 나를 기록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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