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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Nov 09. 2021

끊긴 흐름

마음 관찰


나는 바다를 생각한다.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 거대한 파란 바다를 생각한다. 



 내 우주에서 흐름이 타닥하고 끊어지는 순간이 있다. 

정신없이 바쁘고 난 뒤라던지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든지 일련의 이유로 흐름의 맥이 끊긴다.

이번에는 전시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일들을 일주일 내내 바삐 하다가, 지친 마음과 무력함에 3일 정도를 유령처럼 밍기적거렸다. 해야 할 일과 한 일을 간단히 적어놓는 탁상달력의 지난 이틀은 공란이다. 너무 피곤할 때는 피로한 마음에 빠져있기 때문에 원인을 잘 알지 못하게 된다. 뭐가 되었건 이런 흐름은 오래 두어서는 안 된다. 흐트러짐을 깨기 위해서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럴 때 나는 대개 글을 쓰거나 청소를 한다. 


 시작은 늘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에너지와 방향이 생긴다.

처음으로 새해 일러스트 탁상달력을 열심히 제작하고 있는데 샘플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많이 속상했다. 모니터 색상과 실제 인쇄 색상이 꽤나 차이가 많이 났고 아무래도 독일에 있다 보니 바로바로 확인하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도 컸다. 갑자기 너무 하기 싫어졌다. 영상 작업하는 것도 시간은 무지 걸리고 생각보다 미진해서 그 마음도 힘들었다. 며칠간 괴로워하다 달력도 그림을 다 변경해 다시 처음부터 하기로 했다. 영상도 다시 하고 있다. 기존의 것을 수정하고 변경하려고 할 때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더니 일단 다시 새로 시작을 하고 나니 마음이 차라리 낫다. 그리고 글을 쓴다. 그동안의 마음을 되돌아본다. 

 

 힘든 마음에 빠져있을 때는 먹는 것도 아무거나 먹고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진다. 행동은 하는데도 영혼이 사라진 느낌이다. 감정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행복한 나무에서는 끊임없이 기쁨의 가지가 번진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슬픔의 나무 또한 우울이 퍼진다. 더 번지지 않기 위해 거대한 파도가 덮치기 전에 나는 이만 잘라내기로 한다. 


나는 다시 기록한다. 내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다시 중심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그렇게 나는 다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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